어느 화창한 가을날 유대인인 두 청년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 중 한 청년이 물었다.
"자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 랍비에게 한번 여쭤보는 게 어떻겠나?"
그 청년이 랍비에게 가서 물었다. "선생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랍비가 정색을 하며 대답하기를 "형제여, 그건 절대 안 되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그럴 순 없지." 그 청년으로부터 랍비의 대답을 들은 다른 청년이 말했다.
"그건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가서 다시 여쭤보겠네."
이번에는 다른 청년이 랍비를 찾아가 물었다. "선생님, 담배를 피우는 중에는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랍비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형제여,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 없다네.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상황을 보는 시각의 틀
이 예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상황은 같은데 상황을 보는 시각의 틀(frame)에 따라서 사람들은 상반된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짧은 시간내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크고 중요한 결정을 단지 자신만의 기준의 틀로만 내려버린다면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 틀(frame)을 부정하는 결정을 스스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만약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한 거대한 조직의 리더라면 어떻게 될까. 한국경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재벌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과거에는 편향적인 프레임을 소유한 오너들이 많았다.
이들은 부하직원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수시로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직관에 의한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것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된다.
1998년 IMF사태 때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다가 한국의 30대 기업 중 17개 기업이 망했다. 당시 30대 기업 중 현재까지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10개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항상 자신을 객관화시켜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메타인지(metacognition)이라 한다.
우리가 산업현장에서 저지르기 쉬운 휴먼에러도 메타인지의 잘못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억측판단이다. 억측판단은 남들이 보면 매우 위험한 일을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위험을 수용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 억측판단은 안전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이나 확증이 없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억측 판단
억측판단의 원인은 사람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사람의 판단은 대개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다. 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도 사실은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인 착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억측판단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인 것이지만, 크게 보면 희망적인 관측, 정보나 지식의 불확실성, 과거의 선입관, 초조한 심정 등이다.
1. 희망적인 관측
“나의 주관적인 경험상 지금까지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은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사태 또한 과거에 우리가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사건이고 그 원인뿐만 아니라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가장 현명한 판단은 모든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2. 정보나 지식의 불확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위험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에도 엄청난 데이터의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렇게 수많은 정보량 속에서 불필요한 블랙데이터를 걸러내어 필요한 화이트데이터를 선별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 과거의 선입관
사람의 자아에는 기억자아(remembering self)와 경험자아(experiencing self)가 있다. 경험자아는 현재 내가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이다. 반면에 기억자아는 지나간 경험을 회상하고 평가하는 자아이다. 그런데 이 두 자아의 판단은 대체로 일치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분석하여 판단하지 않고, 기억자아에만 의존해 자신이 선호하는 기억을 바탕으로 결정하려 한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이유는 경험자아보다 기억자아의 독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4. 초조한 심정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는 말이 있다.
산업화가 수백년에 걸쳐 일어났던 서구와 달리 한국은 산업화가 한 세대 만에 이루어질 정도로 그 속도가 급격했다. 그것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만들었고 우리의 사회심리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긴 지금도 우리는 아직도 늘 무엇에 쫓기듯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억측판단을 방지하기
위의 4가지 억측판단의 원인들은 합리적인 근거에 선 판단이 아니라 임의적이고 근거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다.
이러한 억측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1. 위험감수성을 고양할 것
2. 안전 확인을 습관화할 것
3. 작업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고 파악할 것
4. 과거 경험에 사로잡혀 선입관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을 것
5. 자신에게 편할 대로 희망적 관측을 하지 않을 것
6. 반드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업에 임할 것
7. 억측에 의한 실패경험을 서로 발표하고 해당 판단에 근거가 없었음을 분석할 것
억측판단은 구피질의 작용 중의 하나이다. 구피질은 이성보다 감성의 지배를 받아서 귀찮은 것이나 면밀한 것을 매우 싫어하고, 가능한 한 편안한 행위를 하고 싶어 한다.
억측판단으로 인한 휴먼에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여 객관화시키는 과정과 전 조직원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안전 소집단 활동을 활성화 하여 다양한 합리적인 판단의 근거를 만드는 활동들이 필요하다.
리스크랩연구소 홈페이지링크:
http://www.risklab.co.kr/
관련기사
- 안전의식혁명 7부- 위험의 소통원칙이 안전문화를 정착시킨다.
- 안전의식혁명 6부 - 안전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 안전의식혁명 5부-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
- 안전의식 혁명 4부- 전망이론과 휴먼에러
- 안전의식혁명 3부- 사고를 부르는 한국의 고맥락문화
- 안전의식혁명 1부- 국가경쟁력은 국민과의 신뢰에서 생긴다
- 안전의식혁명 9부- 상황이 실수를 만든다.
- 안전의식혁명 10부 - 재난의 원인, 예외와 변칙의 역사
- 안전의식 혁명 12부- 현대사회에서 사고(Accident)는 필연적이다
- 안전의식혁명 11부- 위험없는 세상이 가능한가?
- 안전의식혁명 13부- 내 그럴줄 알았어!
- 안전의식혁명 14부- 나는 뛰어난 사람이야 ! (평균으로의 회귀)
- 안전의식혁명 15부- 행동하는 자의 사회가 되지 못하면,,
- 안전의식혁명 17부-똑똑한 사람 열보다 바보하나가 더 낫다?
- 안전의식혁명 18부. 낙관주의자가 성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