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드러난 노후설비 해체의 구조적 위험… 정부 “화력발전소 폐쇄·전환 과정의 안전대책 전면 재정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로 매몰됐던 마지막 실종 노동자가 15일 밤 21시57분경 시신으로 수습되면서, 6일 발생한 대형 참사는 약 200시간 만에 구조 활동이 마무리됐다. 이번 사고로 확인된 사망자는 총 7명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고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울산 남구 용잠로의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해체 공사 중 발생했다. 높이 63m 규모의 보일러 타워가 갑자기 붕괴하면서 작업자 9명이 순식간에 매몰됐다. 초기에는 구조대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붕괴 구조물의 잔존 하중이 예측 불가능했고, 조금의 진동에도 2차 붕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반복되는 진입·철수, 불안정한 잔해 제거, 먼지 및 시야 제한 등 악조건 속에서 구조작업이 이어졌다.
특히 사고 발생 사흘째부터는 매몰자를 찾기 위해 잔존 구조물 일부를 발파해 제거하는 고난도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발파는 위험도가 높은 작업으로, 산업안전보건공단과 민간 구조·발파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차례 위험 평가와 공정 검토가 이뤄졌다. 구조대는 발파 직후 즉시 투입해 잔해를 치우고 수색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매몰자 접근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빨리 찾기 위해 헌신한 구조대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속보로 흩어져 전해졌던 수색 과정은 사실상 ‘200시간의 고위험 구조전’이었다. 일부 매몰자는 붕괴 초기 며칠간 잔해 깊숙이 위치해 접근조차 어려웠고, 안전 확보를 위해 잔존 구조물 정밀진단과 공정 조정이 반복됐다. 마지막 매몰자 수습에 9일이 걸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습이 늦어지며 유족의 불안과 슬픔이 커졌지만, 구조당국은 ‘추가 희생 방지’ 원칙 아래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훈 장관은 “유명을 달리하신 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상처를 입은 노동자들의 쾌유를 빈다”고 전하며 헌신한 구조대원과 전문가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또한 “사망 노동자의 장례지원과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위해 울산시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조 종료와 함께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번 사고는 ▲ 해체공정에서 진행되는 취약화 작업, ▲ 절단 순서의 적정성, ▲ 구조물 안정성 평가, ▲ 원·하청 안전관리체계, ▲ 숙련인력 투입 여부 등 전 과정이 정밀하게 조사될 전망이다. 해체작업은 공정 하나의 미세한 오류가 전체 구조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특성이 있어, 기존 안전관리체계로는 위험을 충분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번 사고가 갖는 정책적 의미도 가볍지 않다. 울산 5호기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폐쇄가 예정된 노후 석탄화력 설비였다. 앞으로 수년간 전국에서 유사한 해체·전환 작업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정부가 추진 중인 탈석탄·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안전·지원체계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를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전환기의 해체공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안전을 확보할 것인지가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현장 안전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노후설비 해체 시대의 첫 대형 경고”라고 평가한다. 해체공정 위험성 평가 기준, 작업중지권 실효성, 잔존 구조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원·하청 통합관리체계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사고는 마무리됐지만, 그 의미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김 장관은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유가족의 회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향후 산업설비 해체안전 정책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