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협하는 재난의 형태가 신체적 위협에서 정신적 위협으로 변화하고 있다.
삶을 위협하는 재난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울증, 자살시도 등의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큰 물리적 재난을 겪은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우리의 삶에 큰 정신적 트라우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재난보다 정신적 위협을 가하는 재난에 더 큰 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화론자들은 인간의 뇌는 뇌간, 구피질 ,신피질 순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 뇌간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호흡. 심장박동 등에 관여한다. 구피질은 두려움. 공포.분노. 스트레스 등에 관여하며, 신피질이 인간의 이성작용에 관여한다. 뇌의 정보처리순서도 뇌의 진화과정과 유사하여 생명유지를 위한 정보처리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때 우리는 이성을 잃었다고 표현한다. 이는 뇌의 정보처리과정이 신피질까지 이르지 못하고 구피질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서(감정)를 담당하는 부위는 구피질에 있는 편도체이다. 인간의 뇌는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보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반응을 항상 최우선적으로 처리한다. 인간의 생명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감각기관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드릴 때, 정보는 편도체를 먼저 거치고 해마를 통해 전두엽으로 간다. 유리상자안에 든 독사가 당신을 공격하려 든다면 유리상자가 뱀의 공격으로 당신을 지켜주리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당신은 놀라서 뒷걸음질 칠 것이다. 전두엽보다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연결되어 있고 이들의 관계는 항상 밀고 당기며 주고 받은 관계이다. 편도체는 전두엽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받기도 한다.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부신피질에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코티솔은 전두엽의 기능을 억제하고 편도체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코티솔의 영향으로 인간의 전두엽 기능은 마비되는데 이것이 패닉현상이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먼저 본능적인 생존모드로 전환하라는 인체의 신호이다.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이렇듯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것은 신경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편도체에서 전두엽으로 가는 신경망이 고속도로인 반면, 전두엽에서 편도체로 가는 길은 편도1차선이다. 이렇기 때문에 감정의 뇌가 사고의 뇌를 지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과거 과학자들은 감정에 너무 휘둘리는 사람은 이성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 편도체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저하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고 실험을 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생각이 틀렸음이 드러났다. 편도체의 기능을 저하시키자 가장 상식수준의 이성적 판단도 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편도체를 제거한 쥐는 고양이의 귀를 물어뜯었고, 뱀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원숭이가 겁도 없이 또 뱀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자연상태에서 생존이 극히 불가능하다.
인간도 마찬가지여서 인간의 합리적 판단의 근거는 수많은 정서적 정보를 참고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래서 편도체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편도체는 감정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깊이 관연한다. 인간의 기억에는 서술적 기억, 절차적 기억, 정서적 기억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기억을 서술적 기억이라 하고,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이 습관에 남아있는 기억을 절차적 기억이라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정서적 기억인데 가장 강력하게 잊혀지지 않고 일상을 지배하는 기억이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기억된 정서적 기억은 편도체에 저장되고 중요한 순간에 회상된다. 이것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인데, 이것이 큰 재난을 경험한 사람이 격게 되는 트라우마이다. 트라우마는 무의식속에 자리잡아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히는 원인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유발되었는지 파악하라
감정은 반드시 몸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눈이다.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그 사람의 눈을 보면 된다. 눈 뿐만 아니라 감정은 얼굴, 피부, 심장박동, 혈압 등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감정의 과도한 증폭은 몸과 정신을 파괴한다.
정신과의사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강력한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될 때, 관찰을 통해 그 감정의 원인과 실체를 파악해내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원인 모를 걱정과 근심에 휘둘리는 사람은 사실 그 감정의 정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유발되었는지 파악하는 과정은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에서 감정을 감당하는 편도체에 신호를 보내어 감정과 이성과의 조화를 꾀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일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작업이다. 전두엽은 편도체의 지배를 강하게 받지만 편도체가 전두엽의 영향을 받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관찰하고 인정하고 해석하는 연습이 바로 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관찰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두엽이 편도체를 지배하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니 무뎌져가고, 세밀하게 구분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점점 퇴화한다. 나의 온몸을 휘감는 감정들이 두려움인지, 분노인지,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감정은 걷잡을수 없이 증폭되어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대화의 중요성
물이 차기 시작하면 넘치듯 감정도 방출해 주어야 신체의 조화를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감정방출의 가장 쉬운 방법이 대화이다. 슬픔이나 분노를 말로 표현하면 그 감정이 누그러진다. 감정이 방출되는 것이다. 감정을 느껴 활성화된 편도체는 말을 통해 그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고 전두엽이 활성화 되어 비로소 절제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큰 감정의 파도에 휘말리게 될 때 그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감정은 분노인가? 두려움인가?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이것이 편도체와 전두엽의 의사소통을 조화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일을 위해서 친구가 필요하다. 나의 감정을 받아주고, 내가 알아채지 못한 감정도 구분해 주는 그런 친구가 있어야 사람은 건강한 정서를 유지할 수 있다.
친구가 없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글로 적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글은 생각으로 가는 연결고리이다. 감정에 지연효과를 만들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글로 표현하면 이미 감정은 사라지거나 순화된다. 내가 느끼는 감정 단어를 매일 적어서 세밀한 감정표현 언어를 갖추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는 요령은 이렇다.
이 감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게 뭘 말하려고 하는가?
이러한 관찰은 감정의 순간에는 쉽지않지만 훈련이 되면 매우 효과적이고 감정에 대한 해석력도 함께 키울수 있다. 감정에 대한 해석력이 커지면 타인의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종교생활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막스는 종교를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말했지만,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는 인간에게 종교보다 더 큰 위안은 없다. 막스의 주장은 니체가 말한 인간이 초인의 경지에 이르렀을 경우에만 참이다.
사람은 배신을 하고 때로는 친구조차 그럴 수 있지만 종교는 그럴 위험이 없다. 그래서 친구보다 더 의지할 대상이 된다. 인간은 종교생활을 통해 나의 감정을 내려놓고 무거운 짐을 벗어 놓는다. 한 발자국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 볼 수 있는 힘도 준다.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코로나 블루' 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아왔다. 사회는 더욱더 혼돈스러워지고, 인간은 앞으로 더욱더 현재와는 다른 생소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성경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우리는 앞으로 이 금언의 의미를 더욱 실감하게 되는 세상을 살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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