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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얼마 전에 다녀온 지하 터널 공사 현장 견학에서 공기 지연 소식을 접했다. 현장 관계자는 터널 개통이 당초 예정일보다 늦어진다고 밝혔다. 공사 구간의 암반층은 인접한 공동주택으로 인한 민원 때문에 발파공법 대신 장비로 굴착하고 있다. 암반층 일부는 예상치 못한 경암(硬巖) 으로, 이 구간이 전체 공기 지연의 주범이다. ‘파레토 원칙’이 이 현장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전체 작업량의 20%에 불과한 이 경암 구간이 공정 시간의 80%를 점유한다. 그렇다면 설계 단계의 지반 조사에서 이와 같은 경암의 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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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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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하수처리장과 정수장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미완의 숙제와 마주하게 된다. 완공된 시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유지관리 측면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불편함들. 이는 단순한 설계 및 시공상의 아쉬움을 넘어선,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완성된 시설에 대한 비판은 쉽다. 설계도와 현실, 그 간극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가능한 훈수다. 남이 한 일에 왈가왈부하기는 쉽지 않다. 직접 해 보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말은 틀리지 않는다. 실무자로서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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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10.1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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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풍경은 삶의 가장 진솔한 스승이 된다. 매일 걷던 산길, 익숙한 숲에 갑작스레 시작된 공사 현장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올해 초, 순환 산책로를 만든다며 싹둑 잘려 나간 나무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쌓여 있는데, 이제는 길을 정비한다며 또 다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공사 안내판조차 없다. 산책로 옆에 줄지어 놓인 검은 우수관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산책로가 비에 젖어 질척거리고 웅덩이가 생겨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시민 편의를 위해 우수관을 설치한다는 명분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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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9.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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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강릉에 가뭄이 닥쳤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도 계량기는 50% 잠겼고, 물을 아끼려 나무젓가락 같은 일회용품을 쓴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샤워 대신 물티슈로 몸을 닦고, 생수로 머리를 감은 뒤 그 물을 다시 변기 물로 썼다는 처절한 사연들. "왜 샤워하니?"라고 물었다가 한소리 들었다는 엄마의 이야기는 그곳의 고통을 짐작하게 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하늘에 비를 구하는 기우제까지 지냈을까. 우리는 물을 '쓰듯' 산다. 공기처럼 늘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라 여기며 그 소중함을 잊고 산다. 하지만 물은 그저 고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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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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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5일, 충북 증평군 도안면 사곡리 하천에 매설된 직경 600mm 송수관로에서 누수가 발생해 증평읍 내 1만 7천여 가구에 단수가 일어났다. 정상적인 수돗물 공급이 재개되기까지는 사흘이 소요됐다. 이번 사고는 집중호우로 보강천 바닥이 침식되면서, 매설된 송수관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발생한 사흘간의 단수는 주민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평소처럼 불편함 없이 사용하던 수돗물이 갑작스레 끊긴 상황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식수는 생수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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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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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우가 빚어낸 침수 피해는 시설물 관리 일원화의 절실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빗물 처리에 있어 하수관로는 A부서가, 빗물펌프장은 B부서가, 수문은 C부서가 담당하는 식으로 다원화된 체계가 비일비재하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마땅히 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못한다. 이렇듯 관리 부서가 나뉘어 있으니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기에 급급하다. 이번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천의 외수위가 상승하여 수문을 폐쇄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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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8.1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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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온 나라가 극한 강우로 인해 소란스럽다. 이제는 '괴물 폭우', '물폭탄'이라는 말까지 회자된다. 이전에는 겪어보지도, 예측할 수도 없었던 수준의 폭우다. 어떤 지역에서는 빗물펌프장의 제진기가 작동하지 않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 역사가 침수되며, 도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이 매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 솔직히, 도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이 매몰된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사고는 매우 안타깝다. 사고 전 여러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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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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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엔지니어는 사기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안전을 무시하고 위험을 숨긴 채 오직 이윤만을 좇아 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특히 사업주에게 의뢰받은 일을 처리할 때, 그들의 이익을 위해 기술적 양심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급경사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인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 원지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사업을 밀어붙인다고는 하나, 부지 안에는 5~6미터에 달하는 단차가 곳곳에 존재한다. 이렇게 경사가 급하고 단차가 큰 지역에 아무런 보강 없이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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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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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6월 14일 오전 2시 33분, 부산 연제구의 한 거리에서 30대 여성이 맨홀 안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부산에는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수압으로 맨홀 뚜껑이 들썩였다. 지나가던 차량이 뚜껑을 밟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뚜껑이 완전히 이탈한 것이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시민과 인근 상인들이 이를 목격해 여성을 무사히 구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장마철만 되면 도로는 하수도 맨홀 때문에 지뢰밭으로 변한다. 2022년 서울 강남 폭우 당시 개방된 맨홀 뚜껑으로 남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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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6.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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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오수관로 운영·관리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10년 전 분류식 오수관로가 설치된 이곳은 현재까지 위탁 운영업체가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오수관로 운영과 관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온갖 더러운 물질이 모여들다 보니 악취와 오물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장비가 발전해도 완전 무인 운영은 불가능하다. 결국 누군가는 기꺼이 더럽고 지저분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야 한다. 그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 오수관로 운영·관리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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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편집국
2025.06.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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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하수처리장 설계에서 ‘계획일최대하수량’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입 유량의 시간별 변동성을 무시한 채 기준만 따르는 설계는 수질 초과, 시설 보완, 책임 논쟁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하수 유입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유량 균등화 등 추가적인 기술적 판단을 더하는 것이야말로 엔지니어의 역할이다. 기준을 따른 설계,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이번에도 그런 질문을 받고, 하수처리장 설계와 관련된 중요한 원칙 하나를 설명하게 되었다. 하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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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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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대도시 하수관로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기본 및 실시 설계를 한 번에 할 수 없어 구역을 나누어 발주했다. 시간차를 두고 구역별로 설계가 진행되고 있으며, 각 구역의 설계사는 서로 다르다. 구역 분할은 사업 물량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즉, 분할된 구역의 사업 규모가 비슷하도록 경계를 설정했다. 다시 말해, 사업을 분할한 경계가 꼭 그곳이어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설계자는 이렇게 설정된 경계 영역 안에서만 일하려 한다. 자신의 과업 범위, 즉 경계 영역만 고려하다 보니 불합리한 점이 발생해도 바로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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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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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하수 처리 기술 중 MBR 공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방류 수질이 안정적이고 운영이 편리하다고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막 폐색 문제로 처리 성능이 떨어지고 막의 수명이 당초 계획보다 짧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떤 기술이든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민간 제안 사업이나 턴키 사업의 경우, 건설사들이 MBR 공정을 선호하기도 한다. 생물학적 처리 공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미생물 플록의 침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침전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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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3.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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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폐수처리시설이 건물 두 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하 통로로 두 건물을 연결했다. 설계 과정에서 소방서와 협의했는데, 지하 연결 통로에 방화문을 설치하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설계자는 각종 법률을 들며 지하 연결 통로에는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방화문의 필요 여부를 법률만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물론 각종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기에 지켜야 한다. 법에서 "반드시 설치하라"고 하는 것은 설치해야 하며, "설치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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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5.02.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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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12월 초에 Y시 지역 수돗물의 망간 농도가 먹는물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망간 검출 함량은 수돗물의 망간 농도 기준치(0.05ppm)보다 0.003ppm 높은 0.053ppm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해당 정수장의 취수원은 댐 원수를 이용하며, 댐의 전도 현상에 의해 정수장으로 높은 농도의 망간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망간 농도가 초과된 Y시의 경우, 동절기인 12월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주요 댐의 전도 현상 발생 시기는 일반적으로 봄철(2~4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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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편집국
2025.01.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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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현장에서 연락이 왔다. 압송관로 노선이 추가되었는데, 공기밸브를 설치할 공간이 협소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설계상의 공기밸브 도면대로 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해결 방안을 문의하는 전화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른 회사 소속이지만, 우리 회사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업관리 현장에 있는 친구다. 나는 이렇게 시공 전에 문제를 미리 문의해오는 것을 매우 환영한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안을 검토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해 시공을 완료한 뒤에 물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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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4.12.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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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빗물저류조에 유입된 빗물을 모두 땅속으로 침투시킨다는 개념으로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나는 “그건 너무 위험하다. 잘못하면 빗물저류조 자체가 침수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설계 담당자는 “홍수량과 유입 유량, 침투량을 계산하면 이 정도 규모로 충분하다. 따라서 방류펌프는 필요 없다”고 설명했고, 나는 “방류펌프가 필요 없다면 관련된 설계와 공사를 생략할 수 있고, 유지관리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나 역시 방류펌프를 설계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류펌프는 반드시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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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4.11.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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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주어진 범위 안의 문제는 잘 풀어내지만, 범위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망스럽게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 설계도서 검토 회의를 해보면 이런 부분에서 전문성과 역량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주어진 범위 안의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은 결과에 근거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결과가 맞고 틀린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결과가 틀리다는 것은 주어진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설계도서의 오류나 누락된 부분을 찾는다. 어쩌다 잘해야, 안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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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4.10.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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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일을 하다 보면 10년 이상 똑같은 도면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도면이 똑같다는 것은 계속 동일한 방법으로 설계한다는 의미다. 제조업은 어떨까? 지금 판매되는 제품과 10년 전 제품이 똑같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디자인이 개선되었든, 성능이 향상되었든 뭐라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엄청나게 발전되었다. 물론 똑같은 도면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더 이상 개선할 부분이 없다면 그렇게 똑같이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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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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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하천에서 고약한 악취가 났다. 하천의 물은 고여 있고, 색깔은 약간 누런 빛을 띄는 검은 색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분류식 오수관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하수처리장이 위치해 있다. 분류식 오수관로가 설치되어 있으면 생활오수는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다. 비가 내릴 때 빗물은 우수관로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된다. 이때 우수관로 내부에 쌓인 퇴적물이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다. 또한, 오접합으로 인해 오수가 우수관로로 연결되어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다. 즉, 하천으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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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자문 위원
2024.08.28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