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 편향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항상 뜻하지 않게 좋지 않은 일과 불행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것을 두고 “나는 왜 일이 이렇게 안 풀리지, 왜 재수없는 일들만 생기지,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이기만 하지” 하며 한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은 항상 불행한 외투를 거치고 우리의 삶에 걸어 들어오는 법이다. 우리가 행복해 질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불행 속에서 행복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낙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비극적인 일은 항상 일어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고 안 좋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오래전 우리의 선진들도 마찬가지의 편향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미래가 밝다고 밝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로 여러번의 실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2011년에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뇌신경학자인 탈리 샤롯(Tali sharot)은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그녀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암에 걸릴 확률을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보다 한참 낮게 예측을 하여 10%라고 하였지만 가끔 더 비관적인 수치를 내놓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45%라고 하였다. 그리고 나서 보통 사람들이 암에 걸릴 확률은 30%라고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고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반응은 뜻밖이었다. 평균보다 낙관적인 예측을 한 사람들은 정확한 평균을 알고서도 자신의 예측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비관적인 예측을 한 소수의 사람들은 금방 평균에 근접하는 예측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인간의 낙관적 편향은 인간의 진화의 본성으로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소식에 더 집착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결과를 염려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미래 또한 낙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 편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이 나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낙관주의자들은 더 건강하여 더 오래 살고, 미래의 계획도 더 잘 세운다. 그들은 어려운 일을 만나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금방 일어난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더 노력하기 때문에 비관론자들보다 더 성공하며 행복한 삶을 산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부정적인 사람보다 긍정적인 사람을 선호한다. 늘 조직에 대해 쓴소리만 하고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긍정적인 사고와 생각만 갖도록 진화되어 왔다. 


인간의 두려움을 담당하는 기관은 아미그달라(Amygdala)로 불리는 뇌의 편도체이다. 아미그달라는 아몬드의 라틴어 이름으로 아몬드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미그달라는 인간의 공포와 불안감을 담당하기 때문에 아미그달라가 없다면 인간은 항상 불안감 없는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인간의 생존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미국에  클뤼버 부시 증후군(Kluver-Bucy syndrome)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여성이 있었는데, 이 병은 뇌의 편도체가 손상되어 공포와 억제기능을 상실하여 위험한 행동을 하며 성기능장애는 물론 식생활장애까지 일으키는 질병이다. 그는 원인 모를 이유로 편도체에 칼슘이 침작되었고, 이로 인해 편도체의 기능이 상실되었다. 그녀는 어느날 밤늦게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강도를 만나 크게 다쳤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학습이 되지 못해 다음날에도 밤늦게 또 공원에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편도체의 기능이 상실된 그녀의 생존확률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낙관과 불안이라는 감정은 항상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낙관주의가 무조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며 지나친 낙관주의는 오히려 해가 되고 우리를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만들수도 있다. 엄밀히 말해 지나친 낙관적 편향은 인간의 인지적인 착각에 불과하다. 우리의 낙관적 믿음은 우리가 마주치는 현실에 대한 시각을 개조한다. 이런 편향을 유지하기 위해 뇌는 무의식적인 망각까지도 설계한다. 

 

지나친 낙관주의가 불러온 폐해

 

이스라엘

기원전 722년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분열된 이스라엘의 유대민족은 북이스라엘이 먼저 앗시리아 사르곤2세에게 멸망한다. 이때 남유다에 예레미아가 나타나 타락과 방탕을 중지하고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 하지만 남유다인들은 앗시리아의 왕 산헤립도 난공불락의 예루살렘성을 함락하지 못했고, 우리에게는 든든한 우방 이집트가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며 그의 충고를 무시해버렸다. 

 남유다는 매우 큰 오판을 하고 있었다. 당시 중동의 패권은 앗시리아에서 이집트 그리고 바빌론으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남유다는 강대국 이집트만 믿고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예례미아의 예언대로 남유다는 바빌론에게 멸망하고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는 눈이 뽑힌 채로 바빌론으로 끌려간다. 유대인들은 바빌론이 폐르시아에게 망할 때까지 50년동안 바빌론에서 포로생활을 해야만 했다.  

 

몽펠레 화산폭발 

 1902년 5월 8일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 해외영토인 마르티니크 섬에서 몽펠레 화산이 폭발하여 3만명이 죽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섬의 주지사였던 루이 무테 (Louis Mouttet) 는 여러 징조에도 불구하고 화산폭발은 없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고 그는 결국 그의 가족들과 생을 마감한다. 화산폭발이 있는 후 5월 2일 피해복구를 위해 파견된 프랑스해군 2000명이 추가 화산폭발로 전원 사망했고, 8월 30일 화산폭발이 끝났다고 섬으로 돌아온 1085명도 3차 화산폭발로 사망했다. 몽펠레 화산폭발로 죽은 사람은 4만명에 육박하는데 근현대로 들어들면서 가장 큰 희생자를 낸 화산폭발로 기록되었다. 

 

세그웨이

미국 최고의 발명가 딘 케이먼은 2001년 12월 3일 ABC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 자신이 발명한 세그웨이를 소개한 이후 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1999년 세그웨이를 발명한 딘 케이먼은 당시 도시 교통의 혁명이 일 것이라며 자동차는 쓸모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단거리 여행에 무게가 1톤이상 나가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했다.

 당시 세그웨이는 미래의 운송 수단으로도 각광받을 만큼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호평 받았고, 이에 도취된 케이먼은 한 달에 4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공장을 세웠지만 2001년 일년동안 고작 23,500대만 팔았을 뿐이었다. 판매부진으로 인해 이후 세그웨이는 중국의 나인봇에 매각되었고, 나인봇은 2020년 7월 15일에 세그웨이의 생산을 중단했고, 미국 뉴햄프셔주 베드퍼드의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21명도 해고되었다. 

 

 

위험불감증 사회

지나친 낙관주의는 이처럼 위험관리의 실패를 부르고 그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를 큰 위험에 빠뜨린다. 특히 안전을 다루는 책임자나 관리자가 이러한 편향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가 속한 조직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 

 

우리 사회곳곳에는 아직도 위험에 대한 낙관주의적 편향이 강한 편이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안전하게 일을 하려는 사람을 꽁생원, 째째한 사람, 쪼잔한 사람이라 폄하하면서 오히려 부정적으로 평가하기까지 한다. 반대로 무모하게 일을 진행하거나 법을 어기면서 성과를 빨리 내는 사람을 융통성이 있고 통이 큰 사람, 베짱이 두둑한 사람이라며 칭찬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원리원칙을 지키고, 안전에 만만의 준비를 기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자연재난은 물론이고 사회적 재난 등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많은 안전사고나 화재사고의 대부분이 위험관리의 실패로 인해 발생한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현재 “설마 내가"라는 안일한 인식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Kierkegaard, Sooren Aabye)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면서 비관주의를 경계하였지만 적절한 비관주의는 인간을 생존케 한다.  미국 웰즐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줄리 K. 노럼은 낙관주의자의 성공의 통념을 깨고 방어적 비관주의자가 되라고 역설한다. 낙관주의가 진정한 힘과 위로를 주려면 그것이 현실적이어야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라는 말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근거없는 희망만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말들이다.

 비관주의자는 항상 노심초사하면서 강박적으로 세세하게 일을 챙긴다. 부정적인 결과를 항상 예상하고 안 좋은 결과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력한다. 자신의 염려를 어떻게 생산적 동기로 바꾸느냐를 고민하며 불안을 성장 촉진제로 여긴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의 업종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의 매출감소를 가져왔다. 그런 와중에도 잘나가는 기업들이 있다. 음식료품 업종과 자동차서비스용품 업종이다. 넷플리스는 코로나 덕분에 거대한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 들어온지 2년만에 그들의 수익은 657억원에서 5173억원으로 8배나 성장했다. 
잘나가는 기업들의 특징은 기업의 CEO들이 항상 위기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어 긴장을 풀지 말고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다. 유능한 CEO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결코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의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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