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서 배우면 하수!
간접경험으로부터 배우면 고수!
경험해서도 배우지 못하면 3류!
일반적으로 안전분야에서 관리가 느슨하다가 사망재해 등을 경험하게 되면 직접 '생산 중단'과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 기업의 직·간접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경영진은 서둘러 안전투자 및 안전조직 확대 등을 발표하는 프로세스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평소 안전관리가 잘 이루어지는 회사는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최고경영층 및 전부문에서 잘 인식이 되어 있어서 평소에 적절한 투자와 전문인력에 의한 충실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행안부, 경찰, 구청, 시청 등 정부의 관련 책임자들 모두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정부의 무한책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듯한 언행과 법률적인 관점에서 용어 선택 조차 공감되지 못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국가는 누구이며 국민은 누구인지 헷갈리는 요즘이다.
우리는 지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개정과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어쩌면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한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고, 향상되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전에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였다?
아래 두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시민들의 압사로 인한 굵직한 사망 사고는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은 아니었으며, 매년 언론을 통해 굵직한 글로벌 압사 사건이 과거 20년간 평균 3건 안팎으로 보도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한국재난정보학회 논문집에 실린 '군중집회 시의 인명피해 및 군중눌림현상의 고찰' 에 따르면 1959년 7월 17일 부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시민위안 잔치에 참석한 관중 3만여명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좁은 출입구로 나오면서 67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1960년 1월 26일 서울역에서 목포행 야간 완행열차를 타려는 귀성객이 몰려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31명의 사망자와 41명이 부상자가 발생했고, 1974년 9월 29일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열차를 타려는 승객이 계단을 내려가다 뒤에서 걸어오는 다른 승객에 밀려 넘어져 4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2001년 1월 5일에는 서울 여의도의 아이돌 그룹 클릭B 사무실 앞에 팬들이 몰려 넘어져 1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 공연에서는 관람객 5000명이 동시에 출입문으로 몰리면서 11명이 숨지고 162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의 통제와 질서 유지로 막을 수 있는 사고는 아니었다?
일본, 홍콩, 미국 등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팩트는 주최 측이 없는 축제가 글로벌 트랜드인 것을 이미 각 국의 정부에서는 알고 있었으며, 헬로윈 등 축제 시 정부에서는 질서 유지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력 등 적극적인 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슈가 될 만한 사고 없이 축제가 축제로서 마무리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대시민재해 적용은 가능한가?
이번 참사는 폭 3.2m 골목에서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한 도로 폭이 최소 4m 이상이고, 용산구청 측이 불법으로 증축된 가벽 철거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 건축학과 안형준 전 교수는 "법으로 규정된 4m 도로 폭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지자체에서 '사람이 몰리면 위험할 수 있다'는 식의 경고 문구라도 가벽에 표시했어야 한다"며, "사고가 일어난 골목길 반대편 상가의 경우에도 도로 폭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됐다면 인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건축물대장상 반대편 상가 곳곳이 '위반건축물'로 확인되었으며, 일부 상가들도 도로 일부를 불법으로 점유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해밀톤호텔 역시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록돼 있다. 2017년 불법 증축됐는데 용산구청이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도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와 여러 정황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중대 시민 재해'와 관련해 이슈화가 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외신을 통해 본 이태원 참사에 대한 반응은?
미국 CNN 방송은 '당국은 인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할 필요성을 감지할 책임이 있으며, 당국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역시 '토요일 밤 이태원의 상황과 대조적으로 최근 정치 시위는 종종 시민보다 경찰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이태원의 경우, 인력이 충분치 않고 계획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주최측이 없어도 경찰은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WSJ는 '코로나19 규제로 인해 억눌린 수요가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당국이 이태원에 예상보다 많은 숫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지 의문'이라고 보도했으며, 이란 대변인 논은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행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자국민이 희생됐다'고 한국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후진국에서나 볼법한 대참사가 발생해 며칠째 마음이 먹먹하다. 이렇게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안전분야의 전문가로서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은 마음때문에 글을 기고한다.
우리 사회 도처에는 지금도 조금만 방심하고, 안전에 대해 세심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금번 대참사의 해결 과정에 각계 각층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당한 청춘들을 위해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또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물샐틈 없는 대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악몽같은 세월호의 아픈 경험을 통해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이번 참사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안전의 3류 국가'로 전락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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