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 연이은 사망사고에 이재명 대통령 쓴소리… “주의력 잃을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중대산업재해가 반복된 SPC 사업장을 직접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현장 간담회에서 “사고의 본질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졸거나 주의를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12시간 심야 노동 교대제’를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짚었다.
이날 대통령은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SPC그룹 경영진, 노동조합, 현장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심야 장시간 노동의 실태와 반복되는 사고의 구조적 배경을 낱낱이 질의했다.
“12시간 맞교대는 예측 가능한 위험… 그 구조가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간담회 초반, SPC삼립 김범수 대표에게 사고 발생 시점과 교대제 운영 실태를 직접 확인하며 “새벽 2시 50분, 심야 근무 중 끼임 사고였죠? 그 시간대에 졸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사람이 기계에 끼인 것이 개인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가 “3조 2교대 근무이며 하루 12시간 근무를 4일 하고, 이틀 쉬는 구조”라고 설명하자, 대통령은 “그렇게 12시간 밤낮 맞교대하면 졸릴 수밖에 없다. 근무 중 휴식시간은 몇 분인가, 진짜로 쉬기 위해 기계를 세우는가”라며 구체적으로 캐물었다.
실제 간담회 중 대통령은 김범수 대표와 시화센터장에게 근무시간, 교대 방식, 야간 휴게시간, 휴식 방식 등을 꼼꼼히 따져 물으며 “노동자가 졸고 쓰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된 사고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12시간 일하면 150% 임금 줘야… 왜 8시간 3교대 안 하죠?”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의 비용 구조와 노동시간제 사이의 관계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12시간 근무하면 초과 4시간은 법상 150% 임금을 줘야 하는데, 차라리 8시간씩 3교대가 인건비 면에서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질의했고, 이에 SPC 측은 “기본급이 낮아 8시간 교대 시 총 임금이 부족해 노동자 모집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 대통령은 “결국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근로자가 주의력을 유지할 수 없다. 예측 가능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SPC, 신공장 건립 포함한 개선안 발표… 대통령은 구조 전환 촉구
SPC 측은 간담회에서 외부 전문가 중심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신설, 노사 안전협의체 강화, 노후설비 전면 교체(50억 규모), 스마트 제안 시스템 구축, 근무형태 조정(3조 2교대 확대), 2027년까지 624억 원 추가 안전 투자, AI 기반 통합 신공장 설립(2,000억 규모) 등을 포함한 안전경영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방지 장비나 설비 투자는 물론 중요하지만,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게 핵심”이라며, 교대제 개편의 실행력과 노동시간 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히도록 주문했다.
CJ·크라운 사례 언급되며 교대제 다양성 확인… “중대재해 無”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CJ푸드빌과 크라운제과 측은 3조 3교대(8시간 근무), 주야간 9~10시간 근무제 등 보다 다양한 근무방식을 운영하며 중대재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은 전사 안전경영센터를 두고, 위험기계 1,500여 개를 도면에 마킹해 매월 점검하고 있으며, 비정형작업 350개 항목에 대해 가이드를 제작·교육한 이후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크라운제과는 2023년부터 금요일 단축근무를 포함한 9·10시간 근무체계를 도입, 심야 연속근무의 피로도를 낮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장 노동자 “우리는 고객… 보여주기 아닌 진심입니다”
간담회 말미에는 현장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SPC 시화공장 면라인에서 근무 중인 유영숙 씨는 “우리도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라인이 멈췄을 때 회사보다 우리가 더 걱정했다. 저희 회사를 나쁘게만 보지 말아 달라”고 대통령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생산2팀 소속 김민호 씨는 “작업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소통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폰 기반 안전 제안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대통령 “사람 목숨이 월급보다 싸다는 구조 바꿔야”
이재명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며 “한 달 300만 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 원이라는 법은 없다. 노동자 개인의 실수로 볼 것이 아니라, 실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임금 구조, 노동시간 실태 전수조사를 지시하며, "경영자는 회사가 망할까 노심초사하듯, 함께 일하는 노동자가 다치지 않을까도 마찬가지로 노심초사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 책임이고 생명 존중이다.” 라며, 근로감독관 조직 신속 확대와 불시 점검 강화를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는 대통령이 구조적 원인을 직접 짚고, 교대제와 노동환경 개선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자리였다. 정부는 노동시간과 임금구조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제도적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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