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를 향해 돌진하고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리라.

지옥 한복판에서라도 너를 향해 작살을 던지고,

가눌 수 없는 증오를 담아

내 마지막 숨을 너에게 뱉어 주마.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Dick)에 나오는 에이헤브 선장의 대사 중 한 구절이다.  고래는 일본의 개항과도 관계가 깊다. 고래를 찾아 세계바다를 누비던 미국은 1820년부터 일본 근해에 향유 고래떼가 출현하자 100여척의 포경선을 파견했다. 고래잡이에 있어 중간 기항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고래잡이 배들은 무한정 고래를 추격할수 없기 때문에 배들이 바다 중간에서 보급 받을수 있는 기지의 확보가 필요했다. 1853년 동인도함대사령관 페리 제독은 증기선 4척을 몰고 요코스카에 나타나서 일본의 개항을 강요했다. 그것이 쿠로후네(검은배) 사건이다. 

 

ⓒ출처: 나무위키
ⓒ출처: 나무위키

고래가 등장하는 영화중에 토르의 크리스 헴스워스가 출연한 론 하워드 감독의" 바다 한가운데서 (In the heart of the Sea)”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에식스호의 일등항해사 오웬체이스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820년 오웬체이스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포경선 에섹스 호의 놀랍고도 비참한 침몰기>를 썼는데, 포경선 에식스호(Essex)가 거대한 숫컷 알비노 향유고래에게 공격당해 침몰하고, 탈출한 21명의 선원이 식량부족으로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선원들의 인육을 먹는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이들은 무려 94일을 버텼지만 최종 생존자는 겨우 8명이었다. 

멜빌은 에식스호에서 살아남은 선원 니커슨을 찾아가 그 이야기를 들었고 이 사건을 소재로 모비딕(Moby-Dick) 이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멜빌은 백경에서 에식스호를 피쿼드호, 일등 항해사인 오웬체이서를 스타벅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는 늘 커피를 들고 다녔던 오웬체이스의 소설 속 이름을 따서 이를 회사명으로 택하게 된다. 멜빌의 배경은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책이 되기도 하고 서머셋몸은 세계 10대 소설 중에 하나라고 극찬을 했지만, 멜빌이 살았던 당시에는 고작 3200권 만이 팔린 별 볼일 없는 소설이었다.  백경은 허먼이 죽은 뒤 30년이 지나서야 재평가를 받게 되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가로등의 역사 

​당시 미국이 이렇게 고래잡이에 혈안이 되어있던 이유는 고래기름이 당시에 매우 값비싼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고래기름은 탈 때 그으름이나 악취도 없고, 매우 밝은 빛을 내어 램프연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또한 고온에서도 점도를 잃지 않았고, 저온에서도 얼지 않아 증기기관의 윤활유로도, 향수로도, 화장품의 원료로도 매우 인기였다. 고래기름은 가로등의 연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가로등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와 로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최고의 문명을 구사하던 이집트에서는 밤에 집집마다 양초를 달아 거리를 밝혔고 로마에서도 번화가나 광장에 가로등을 설치해 도둑을 방지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가로등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에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14세기 런던, 16세기 파리, 18세기에는 미국에까지 도입되었다. 한국에 가로등이 도입된 시기는 1897년  종로사거리로 석유가로등이 처음 설치되었고, 1900년에는 전기 가로등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아름답고 좋은 등을 하나 준비해서 밤새도록 집 앞 선반위에 두었다고 한다. 동네사람들은 등불은 집안에 두어야 하는데 집 밖에 두는 것을 낭비라고 여겼으나, 한 두달이 지나면서 그 효용성을 깨닫게 된다. 그 램프는 등대와 같이 멀리서도 방향을 알 수 있었고, 길거리가 환해지자 범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가로등의 범죄예방 효과

​오늘날의 가로등은 범죄예방을 위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범죄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없는 곳에서 대부분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눈치 못채는 어두운 장소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죄가 일어난다. 그래서 가로등의 밝기를 높여 시야가 확보되면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범죄가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거리를 밝게 하는 것만으로도 범죄 발생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 가로등의 설치가 본격화된 1993년부터 1997년 사이 뉴욕의 범죄발생건수는 41%나 줄어들었다. 당시 뉴욕은 슬럼가를 중심으로 총기사건, 강도, 살인 등이 빈번했지만 치안능력이  부족하여 경찰을 더 추가할 수도 없고, 예산도 증액을 시킬 수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신임 경찰청장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범죄가 발생한 지역에 가로등 밝기를 높이는 것이었다. 매우 간단하고 상식적이며 창의적인 처방이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곳의 사건 발생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범죄 장소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뉴욕경찰은 일,주,월 단위로 범죄발생 동향을 추적했고, 새로운 범죄 장소가 나타나면 순찰차를 배치하고 조명의 밝기를 높였다. 범죄가 발생하면 곧바로 그 주위를 깨끗하고 환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1993년 1,946건이던 살인사건이 4년 뒤인 1997년 770건으로 무려 60%가 줄었고, 전체 범죄발생건수도 41% 감소했다. 

푸르키녜 효과(Purkinje effect)

ⓒ파랑색 가로등
ⓒ파랑색 가로등

영국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산업도시 글래스고는 마약으로 악명이 높은 도시였다. 2000년에 글래스고 시는 환락가인 뷰캐넌(Buchanan) 거리에 도시경관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가로등 빛을 오랜지 색에서 푸른색으로 바꾸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시내중심가의 범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파랑색의 파장은 380∼500nm 사이의 파장에 존재하는 빛이다. 청색가로등을 설치하면 훨씬 먼곳까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청색이 야간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푸르키녜 효과 (Purkinje effect) 때문이다. 체코의 생리학자 얀 에바게리스타 푸르키녜(Jan Evangelista Purkyně)는 밝은 장소에서는 빨간색이 먼 곳까지 선명하게 보이나, 밤에는 빨간색은 어둡게 되고, 파랑색이 밝은 흰색으로 선명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사람의 시각세포는 색상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와 빛의 밝기를 감지하는 간상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람의 시세포중 원추세포가 700만개인 반면, 간상세포는 1억 2000만개나 된다.  원추세포는 낯에 간상세포는 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간상세포는 원추세포에 비해 매우 희미한 빛도 감지해내지만 색상을 감지해내기는 힘들다. 원추세포는 긴파장에 민감한 L원추세포, 중간파장에 민감한 M원추세포, 짧은 파장에 민감한 S원추세포로 나뉘는데, 파랑색을 주로 감지하는 S세포는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적은 반면 L세포는 S세포에 비해 3.5배나 많다. 따라서 밝은 곳에서는 긴파장의 빛인 빨간색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어두운 곳에서 파랑색이 더 잘보이는 이유는 파랑색은 간상세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파랑색 가로등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2005년 청색가로등을 일본 나라현에 설치하자 범죄율이 20%나 급감했고, 일본의 많은 도시들이 청색가로등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시즈오카현 등 지방자치단체 16곳이 푸른 가로등을 도입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서울의 강남구는  일본을 방문해서 상황을 조사하고는 2008년 12월부터 푸른색 가로등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푸른색 가로등을 시범설치하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가 넘는 주민이 푸른색 가로등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때 블루라이트의 유해성 논란이 있었다.  스마트폰, 모니터, 텔레비전과 같은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파란색 계열의 광원이 유해하다고 알려진 것이다. 이후 유해광선를 차단하는 시력보호필름, 시력보호 모니터 등과 같은 블루라이트 차단제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지금도 휴대폰 디스플레이에는 블루라이트 필터기능이 있지만 블루라이트가 유해하기 때문은 아니고 인체의 호르몬 분비와 영향이 깊다. 푸른색 계열의 빛은 뇌의 호르몬분비에 영향을 준다. 동물에게 강한 블루라이트를 비추면 수면을 관장하는 멜라토민의 분비는 감소하고, 신체에 활력을 주는 엔돌핀과 세로토닌과 엔돌핀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세로토닌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암세포를 죽이는 특수한 T-임파구와 즐거운 감정을 만드는 호르몬인 엔돌핀을 만들어낸다. 기분이 우울할때 햇빛을 쬐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비가오면 우울해 지는 것은 이 세로토닌 때문이다. 

청색가로등이 범죄율을 떨어뜨리는 것도 이 세로토닌 분비효과와 무관치 않다. 

파랑색은 세로토닌을 촉진하지만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밤에는 휴대폰 화면에 블루라이트 필터를 적용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을 준다. 기존에 한국에 주로 설치되어 있는 등은 확산형 나트륨등이었다. 그런데 이 나트륨 등은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방식이라 허공만 밝고 보도바닥은 오히려 어둡다. 최근 한국에서는 청색보다 백색계열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백색 가로등이 다른 색에 비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특히 CCTV 화면을 선명하게 한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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