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반드시 전조증상이라는 것이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제비가 낮게 날면 빨래를 걷으라고 말하셨다.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왜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와? 어머니는 말씀하였다. 제비가 낮게 나는 이유는 제비의 먹이인 잠자리가 낮게 날기 때문이란다. 그럼 왜 비가 오기전에는 잠자리가 낮게 날아? 그것은 잠자리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은 작은 비를 먼저 맞아서 날개가 무거워졌기 때문이야.

2008년 5월 12일 쓰촨성에서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그랬다. 지진발생 15일 전 후베이 운스 시에 있는 관인탄 저수지에서는 8만톤 가량의 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인한 일이 발생했다. 목격자에 의하면 오전 7시경 고요하던 저수지 물이 갑자기 소용돌이 치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했다. 진앙지 인근에서는 우물물의 수위가 갑자기 높아졌고, 강물의 온도가 뜨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진발생 10일전에는 지진운이 발생했다. 지진운이란 지하에서 올라온 전자파에 의해 공기중의 수분이 응축되어 발생하는 구름이다. 과학자들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설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쓰촨성 대지진때 뿐만 아니라, 2008년 중국 원난성 대지진,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년 센다이 지진에서도 지진운이 관측된 바 있다. 지진 발생이 임박한 3일전에는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집단이동을 했다. 쓰촨성 성도인 청두시 도로는 두꺼비 수십만 마리로 새까맣게 뒤덮혔다. 수십 만마리의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담벼락과 하수구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노인들은 대지진의 징조라고 재차 대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31년에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한권의 책이 출판되었다. 저자는 미국의 트래블러스라는 보험회사의 위험관리부서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로 그의 업무는 발생할수 있는 보험사고를 예방하여 회사의 손해율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는 접수된 수많은 사고자료를 검토했고 여러가지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법칙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1:29:300이라는 하인리히의 법칙으로 1건의 큰 상해(major injury)가 발생하면 그 전에 29건의 작은 상해( minor injury)가 발생하고, 같은 원인으로 상해를 입을 뻔한 300건의 무재해 사고(300 accidents with no injuries)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인리히법칙
ⓒ하인리히법칙

 세상의 모든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일들을 무시하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대부분의 대형재난과 참사는 사전에 예방할수 있는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수정하지 못했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인리히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사고자료를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책을 내었고, 이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산업안전의 선구자라는 칭호가 붙게 된다. 

하인리히의 도미노이론에 의하면 재해는 5가지 단계를 거쳐 발생한다. 1단계 유전적, 사회적 결함, 2단계 개인적 결함, 3단계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 4단계 사고, 5단계 재해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재해를 입지 않은 것이 300건의 무상해 사고이다. 

1단계 Ancestry & Social Environment (유전적 사회적 환경) 

 인간의 내적 요소는 유전으로 형성되거나 성장과정에서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데 이러한 불완전한 인간의 내적 요소와 불완전한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인간의 선천적, 후천적 결함이 시작된다. 사회적 결함은 70%의 교육적 원인과, 20%의 관리적 원인 그리고 10%의 기술적 원인으로 구성된다. 70%의 교육적 원인은 학교나 회사 등의 조직차원의 교육부족, 작업방법에 대한 훈련과 교육 부족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20%의 관리적 원인은 안전수칙의 미제정, 작업준비의 불충분, 인원배치의 부적당, 작업지시의 부적당 등의 안전관리 조직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다. 10%의 기술적 원인은 재료나 구조의 부적합, 건물이나 기계의 설계불량, 생산공정의 부적합, 장비 및 시설의 점검 및 정비불량으로 인한 것이다.

 

2단계 Personal Faults (개인적 결함)

 인간의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결함이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을 유발하는데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에게 휴먼에러는 불가피하다. 이외에도 부적절한 태도, 전문지식의 결여 및 기술이나 숙련도의 부족, 신체적 부적격이 이에 해당된다.

3단계 Unsafe Act & Condition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

1,2단계가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이라면, 3단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불안전한 행동이란 인적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조치의 불이행, 위험장소의 접근 등의 행동의 불완전으로 직접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을 말한다. 불안전한 상태는 작업장 환경, 기계설비, 작업방법의 결함 등과 같이 기계적, 물리적인 위험요소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하인리히는 산업재해의 88%는 인적원인으로, 10%는 물적원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나머지 2%는 불가항력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보았다. 하인리히의 발표이후 10년간 실제로 미국에서 조사한 산업재해 원인분석에 의하면 전체사고의 76%가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것이고, 환경 및 행동에 의한 간접적인 부분까지 포함할 경우 사고의 96%가 행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하인리히의 이론은 작업자의 안전관련 행동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춘 행동기반의 안전관리(BBB, Behavior based sagety)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

하인리히의 도미노 이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지만 사고 발생의 원인을 너무 인적 요인에만 비중을 둔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해의 대부분의 원인이 작업자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는 그의  88:10:2의 법칙은 산업재해의 원인이 주로 작업자에게 있었기에 사업주들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이러한 하인리히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산업안전의 토대를 이룬 사람은 하인리히가 아니라 그보다 33년후에 등장한 프랭크 버드였다. 

하인리히의 분석의 한계는 사고를 일으킨 배경에 대하여 사고의 근본원인을 세세히 탐구하지 않은 채 사고보고서를 완성한 감독관의 자료만을 검토한데 있었다. 사람이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환경과 배후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했다.

 1969년, 프랭크 버드(Frank Bird)와 로버트 로프터스(Robert Loftus)는 하인리히 법칙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고, 1976년에는 이를 정리하여 'Loss Control Management' 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버드는 하인리히의 1:29:300을 수정하여 1:10:30:600의 법칙을 내놓는다. 하인리히가 큰 상해, 작은상해, 무재해 사고로 나누었다면 버드는 큰 상해, 작은 상해, 무재해 사고에 추가하여 상해도 물적 피해도 없는 아차사고를 추가했고, 하인리히의 재해의 직접원인(불안전한 행동, 불안전한 상태)으로 4M을 제시한다.

이것이 바로 버드와 로프터스의 사고 발생 5단계 모델인 '안전관리접근법'(Safety Management Approach), '수정 도미노이론'(Updated the domino theory)이다. 이 이론에서는 사고발생 원인을 인적요인 외에 통제, 관리측면까지 확장했고, 사고로 인한 결과 또한 상해 뿐만 아니라 재산이나 운영과정 등에서의 손실까지도 고려하여 산재로 인한 추가 비용의 범위를 확장한 버드의 빙산도(Iceberg)를 발표한다.

 

ⓒ버드의 빙산도의 원리
ⓒ버드의 빙산도의 원리

1976년에 버드가 제시한 5가지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Lack of control management) : 통제·관리의 부족 또는 결여 

2단계(Basic cause-origins) : 기본적 원인·근원(인적요인, 작업장요인), 4M

3단계(Immeiate cause,Symptions) :  직접적원인·징후(불안전한 행동과 조건) 

4단계(Incident) : 사고발생(사람과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사건) 

5단계(Injury, Loss, Damage) : 손실 초래(사람, 재물)

 하인리히가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를 사고의 직접원인으로 보았다면, 버드는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 및 상태를 유발시키는 기본 원인이 있고, 이것을 사업주의 통제·관리의 부족 또는 결여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4M(Men, Machine, Media, Management)이라 하였다. 

 

ⓒ하인리히와 버드의 도미노이론비교
ⓒ하인리히와 버드의 도미노이론비교

 즉, 재해가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때문이 아니라 사업주의 통제관리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것이 재해의 기본원인이 되는 4M이라는 것이다. 버드와 로프터스의 기본원인은 개인적 요인과 업무적 요인으로 구분할수 있고, 개인적요인에는 지식이나 기능의 부족, 부적절한 동기부여, 육체적 정신적인 문제인 Men, 업무적 요인에는 설비의 결함인 Machine, 기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불충분한 작업정보, 부적절한 작업절차 및 작업환경인 Media, 안전관리조직, 안전규정, 교육훈련, 관리감독인 Management가 있다. 

버드와 로프터스의 이론에 의하면 사고의 발생은 개인적인 요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작업장의 환경과 관리와 통제적인 요소까지 폭넓게 확산된다. 하인리히는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발견하고 분석하여 대책을 세우면 되었지만, 버드와 로프터스는 작업환경과 관리감독까지 포괄하는 전문적인 안전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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