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CCTV가 많은 도시는 어디일까? 예전에는 영국 런던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베이징이 1위, 상하이가 2위, 영국의 런던은 3위이다. 서울에도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2020년 기준으로 약 4만대 정도로 세계 44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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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당연히 범죄를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범죄자들도 점점 지능화되어 가고 있고, 현재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때문에 별 효과도 없고,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그것이 범죄예방디자인이다.

 

영국에는 범죄예방디자인센타(DAC.Design Against Crime Center) 라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도시 디자인을 바꿔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곳이다. 센터 설립자인 로레인 개먼 교수는 범죄 발생률을 낮추려면 범죄자와 피해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1982년 3월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은 아틀란틱이라는 월간지에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이라는 글을 실어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이 글에서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1969년에 실험한 한 실험이 소개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필립 짐바르도는 두 대의 중고차를 구매하여, 한 대는 뉴욕 브롱크스라는 서민 거주지에, 다른 한 대는 부촌인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의 스탠포드 대학 인근 지역에 주차했는데 둘 다 보닛을 살짝 열어둔 채였고, 창문은 깨어놓지 않았다. 브롱크스에 놓아둔 차는 10분 만에 배터리와 라디에이터가 털렸고 24시간 이내에 거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한편 팔로 알토에 둔 차는 5일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연구자가 차를 치우려고 하자 주민들은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팔로 알토에 두었던 아무 일도 없었던 차의 유리창을 연구자가 망치로 깨기 시작하니까, 그제서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함께 차를 부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뉴욕시장으로 부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윌리엄 브래턴 검찰국장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힌트를 얻어 지하철 무임승차를 단속하고 무방비로 방치된 낙서를 지우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낙서를 한 사람은 끝까지 추적했고, 허락없이 유리창을 닦고 돈을 요구하는 경범죄 단속에도 적극적이었다.

뉴욕시민들은 뉴욕시장과 검찰국장이 강력범죄는 등한시 하고 경범죄만 단속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작업을 5년 동안이나 계속했다. 그 결과 뉴욕의 범죄율 40%감소되었고, 살인, 강도, 강간 등 중범죄 등은 60%감소나 감소되었다.

안전의 패러다임이 사후대응에서 사전예방으로 바뀌고 있듯이 범죄대응 패러다임도 마찬가지로 CCTV를 몇 대 더 설치하는 것보다 도시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범죄예방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 밝기가 조금만 밝아져도 살인·강도·성폭행 등의 범죄가 줄어든다.

셉테드 디자인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수 있는 디자인 기법을 셉테드 디자인(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라 한다. 범죄에 대한 자연적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공적인 장소임을 표시하여 경각심을 일깨우며 유해한 환경을 제거하는 것이 셉테드의 컨셉이다. 1961년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이라는 책을 내었는데, 이 책으로부터 범죄예방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뉴욕의 도시설계와 범죄사이의 관계를 폭넓게 관찰하고, 잘 설계된 환경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범죄심리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은 범죄의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데 환경이 인간의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갖는다. 범죄예방디자인은 도시공간 및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어떻게 예방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제인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치안시스템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고 보고, 거리의 눈'을 통해 거주자와 통행자로부터 특정 공간이 자연적 감시를 받도록 영역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범죄라는 것이 서로의 감시망을 벗어날때, 즉 누가 날 지켜보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생길때 남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고, 범죄심리가 발동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항상 서로를 주시하고 감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공공영역성 확보로 개방공간들을 배치하고, 거리를 쾌적하게 조성하여 편의성을 극대화한 도시설계를 한다면 동일 공간에서 구조물들간의 조화로운 배치가 되고, 도시민들이 주체적인 참여가 되면서 소통이 원활해지고 사회적 교류가 활발해져 범죄율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편하게 거닐고 놀 수 있는 거리, 사회적 소통이나 교류가 가능한 광장 등의 공간을 잘 설계하여 만드는 것이 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다라는 인식이다.

한국은 2010년에 센테드 인증제도를 시행하여 2012년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소금길을 시작으로 셉테드 디자인을 도입했다. 소금길 사업 완료 후 실시한 주민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죄불안감이 9.1% 감소했고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 78.6%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2019년에는 성동구에 셉테드를 기반으로 한 안전마을 조성하여 벽화와 솔라표지병, 고보조명(로고젝트) 등이 설치했고, 금호4가동 일대에는 위치 파악과 신고를 용이하게 해주는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 사인(Skyline Wayfinding)’을 설치했다.

 

종로구는 궁궐을 중심으로 한 관광상품과 연계하여 ‘순라군 무료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순라군은 밤에 궁중과 도성을 순찰하던 포졸을 뜻하는 말로 관광객들은 종묘 옆 담장을 따라 걸으며 순라군 체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치안 순찰도 겸하게 된다. 동작구도 2014년부터 ‘여성안심거울길’을 조성하는 셉테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 공동주택의 주차장과 유리 출입문에 ‘미러시트(mirror sheet)’를 붙이고 도로 노면에 ‘안심거울길’을 표기했다. 미러시트는 보행자를 따라온 사람의 얼굴을 두 사람에게 노출해 범죄 욕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는 건물 외벽을 통해 사람이 접근할 시 조명과 경고 멘트가 나오는 침입방지경보장치를 설치였고, 부산 북구 구포동에서도 고령 인구가 많고 어두운 골목길 환경으로 범죄에 취약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밝은 거리를 조성했다.

셉테드 디자인은 그 지역의 범죄율과 종류에 따라서 디자인과 설치물이 달라진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의지가 강하고 아무리 내가 노력하고 할지라도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주변환경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우리가 선택할수도 있고, 심지어 바꿀수도 있다.

선진국의 조건은 법과 제도, 경제력 등 많은 것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척도는 문화이다. 좋은 도시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감시용 CCTV가 많은 곳이 아니라 그러한 CCTV가 없어도 안심하고 살수 있는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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