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2023년 8월 10일,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경남 창원에서 맨홀 뚜껑이 솟아올라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들어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작년 8월 수도권에 폭우가 내렸을 때는 이탈된 맨홀 뚜껑으로 남매가 빠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 때문에 하수도 맨홀을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 말하기도 한다. 일부 매스컴에서는 “빗물의 수압에 의해 맨홀이 튀어 오르는 건 맨홀이 잘못됐기 때문에 시설물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폭우 등 위험할 때는 맨홀이 위험하다는 걸 인식하고 되도록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과연, 매스컴에서 말하는 것처럼 빗물의 수압에 의해 맨홀 뚜껑이 튀어 오르는 건 맨홀이 잘못됐기 때문일까? 내가 볼 땐 '잘못 됐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어떤 시설물이건 시설물을 계획할 때 적용하는 설계기준이 있다. 하수관로의 경우 10~30년 확률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한다. 그래서, 설계때 가정한 강우량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면 맨홀 뚜껑이 튀어 오를 수 있다. 쉽게 말해, 관로 용량에 더 많은 빗물이 유입되면 가장 약한 지점의 맨홀로 역류를 하는 것이다.
또한, 설계때 가정한 강우량 보다 적은 비가 내릴 경우에도 맨홀 뚜껑이 튀어 오를 수 있다. 하수관로 내부가 토사 퇴적이나 나무뿌리 침입으로 막혀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수관로 접합 부분의 구조적인 문제로 하수가 원활히 흐르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하수도 맨홀 뚜껑이 튀어오르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7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안동 실험장에서 우수관거 역류로 인한 맨홀 이탈 정도, 보행자 및 자동차 피해 사례를 실험한 바 있다. 실험 결과, 강우량에 따른 우수관거 유입유량에 따라 맨홀 뚜껑이 지면에서 이탈하기까지 적게는 41초(강남역 침수기준 시간당 50mm, 1.68㎥/s 유량)에서 최대 4분(강남역 침수기준 시간당 20mm, 0.45㎥/s 유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2년 8월 15일에는 시간당 60mm의 폭우가 발생해 강남역 삼성전자 앞이 침수됐는데, 맨홀 역류 현상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폭우시 맨홀주변을 지나는 보행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집중호우 시 맨홀 뚜껑 위에 사람이 서 있다는 것을 가정하여 실험한 결과, 강남역에 시간당 30mm의 강우량이 내리는 상황을 가정한 조건 이상에서는 맨홀 뚜껑이 완전히 이탈하여 넘어지거나 다치는 등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차(1,105kg)를 기준으로 실험한 결과, 차량 중간에 맨홀이 위치한 경우에는 1.68㎥/s의 유입량에 차량이 살짝 들리는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지만, 차량 뒷바퀴 쪽에 맨홀이 위치한 경우 0.45㎥/s의 유입량에도 차량이 살짝 들렸고, 0.87m3/s 이상의 빗물이 흘러들어올 경우에는 차량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을 진행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방재연구실장은 “시간당 30mm가 넘는 집중 호우 발생 시 저지대에 위치한 맨홀의 경우 빗물 유입으로 인한 역류현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 맨홀 주변을 피해 보행하거나 주차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맨홀 뚜껑에서 기포가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다면 즉시 먼 곳으로 이동하여 대피하는 것이 실족이나 차량 파손과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수관로로 많은 유량이 유입되면 맨홀로 역류하게 된다. 이때 맨홀 뚜껑이 이탈되고, 보행자나 자동차에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폭우 패턴이 바뀌고 있다. 갈수록 강우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가 세져가고 있어 하수관로 맨홀 뚜껑의 이탈 사고는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3가지 항목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하수관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량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수관로 용량 증설을 통해 더 많은 빗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하수저류조나 대심도터널, LID시설을 도입해서 하류 하수관로의 부하를 줄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시간에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부분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설계기준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서 개선해야 한다.
먼저 기존 하수관로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기능이 불량한 구간을 정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류 관로에 비해 용량이 적은 하류 관로는 유입량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 가장 약한 지점, 즉 지표로부터 깊이가 가장 낮은 지점의 맨홀로 역류할 수 있다. 따라서, 하수관로 상하류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통수능이 부족한 구간을 우선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개선 방안은 관로 접합부의 구조적인 불량으로 물의 흐름이 좋지 않은 구간을 정비하는 것이다. 접합부에서 물의 충돌이 일어나면 상류 관로 쪽으로 수위가 상승하면서 노면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맨홀로 역류할 수 있다. 이런 부분부터 찾아서 손을 봐야 한다.
또한, 맨홀 뚜껑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하수관로 용량을 증설해도 그보다 많은 비가 내리면 맨홀 뚜껑은 이탈될 수 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맨홀 뚜껑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맨홀에서 하수가 역류될 때 수압을 낮춰 줄 수 있는 맨홀뚜껑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수압조절 맨홀뚜껑'이 개발되어 있다. 하수 역류로 맨홀 내부의 수압이 높아지면 맨홀 뚜껑의 특정 부분이 상승하면서 내부의 물을 배출시켜 압력을 낮춰주는 구조다. 이로 인해 맨홀뚜껑 전체가 이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폭우로 맨홀 뚜껑이 이탈되었을 때 사람이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추락방지망 설치도 필요하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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