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하천수가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등 모두 2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에 앞서 2020년 7월 23일에는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었다. 이 사고로 인해 차량 7대가 물에 잠기고, 지하차도에 갇힌 50~6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이 숨졌다.

 

이런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니 비가 오는 날에는 지하차도로 접근하는 것이 두렵다. 특히, 하천이나 해안가 주변의 지하차도는 더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비가 내리면 지하차도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길로 우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지하차도는 주변 도로보다 낮게 설치되기 때문에 빗물이 지형이 낮은 지하차도 쪽으로 모이게 된다. 이렇게 모인 빗물은 지하차도 측면 아래쪽에 설치된 집수정으로 유입된다. 집수정으로 유입된 빗물은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 배수펌프를 통해 하수관로나 하천으로 방류되게 된다. 지하차도 측면, 즉 집수정 위쪽은 기계실로 수배전반과 배수펌프의 토출 배관 및 각종 밸브가 설치되어 있다. 

 

배수펌프 용량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개는 10~50년 빈도의 강우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배수펌프 용량은 정해져 있으며, 정해진 용량에 비해 더 많은 유량이 유입되면 처리 할 수 없어 지하차도가 침수 될 수 밖에 없다.

지하차도에 침수가 시작되면 기계실 내부로도 빗물이 유입되어,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 수배전반이 고장나게 된다. 그럼, 수배전반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배수펌프의 작동 또한 멈추게 된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의 경우도 지하에 설치된 수배전반이 침수되어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침수위험 지하차도에 대한 수배전반 지상화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지하차도 지하에 설치된 수배전반 모습(좌측), 지하차도에 설치된 육상배수 펌프(우측). 해당사진은 오송지하차도와 관련없는 사진으로 이해를 돕기위해 첨부된 사진임. /이미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하차도 지하에 설치된 수배전반 모습(좌측), 지하차도에 설치된 육상배수 펌프(우측). 해당사진은 오송지하차도와 관련없는 사진으로 이해를 돕기위해 첨부된 사진임. /이미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하차도는 배수펌프 용량에 비해 많은 유량이 유입되면 침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배수펌프 용량에 비해 많은 비가 내리거나, 오송 궁평2지하차도의 경우처럼 하천이 범람하여 많은 물이 유입되는 등 여러 조건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앞으로 비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랬동안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지하차도 관리에 있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는 지하차도 침수 개선 방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지하차도의 수배전반의 위치 지상으로 변경 이동

일부 지역에서 시행한 것과 같이 모든 지하차도의 수배전반의 위치를 지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수배전반이 침수되어 배수펌프 가동이 멈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육상펌프를 수중펌프로 교체

육상펌프가 설치된 지하차도는 수중펌프로 교체한다. 육상펌프는 모터가 물에 잠기면 작동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배전반이 지상에 설치되어 있어도 지하차도 기계실에 물이 차올라 모터가 물에 잠기면 배수펌프는 무용지물이다. 물속에서도 작동이 되는 수중펌프로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특히, 모래나 뻘 등이 많이 유입될 수 있는 지역은 수중샌드펌프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기술 적용한 침수 알림 및 차단시설 설치

지하차도 가장 낮은 곳에 침수 센서를 설치하고, 전광판, 진입차단막 및 사이렌을 설치한다. 지하차도에 침수가 시작되면 사이렌이 울리면서 전광판에 진입금지를 표시되고, 진입차단막이 내려오게 한다. 전광판, 사이렌 및 진입차단막은 지하차도 입구 뿐만 아니라 지하차도 진입도로 이전부터 설치해서 운전자가 미리 인식할 수 있게끔 한다. 또한, 침수센서의 신호는 통신을 통해 시청, 경찰청 및 소방서에 전송되며, 시민들에게도 문자로 발송되도록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스마트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하차도 배수펌프 용량 증설

지하차도 배수펌프 용량을 증설해야 한다. 배수펌프 용량을 증설한다고 침수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재해 방지 측면에서 지금 설치된 용량보다는 키워야 한다.

 

배수펌프와 같은 기자재는 15~20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한다. 따라서, 배수펌프 교체시에 용량을 증설해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배수펌프 용량은 지역 여건 및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겠지만 최소한 100년 빈도 이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집수정으로 연결되는 배수구 개선

집수정으로 연결되는 배수구를 개선한다. 지하차도로 유입된 빗물은 배수구를 통해 집수정으로 들어간다. 배수구 크기가 작을 경우 낙엽이나 비닐 등에 쉽게 막히게 된다. 이렇게 배수구가 막히면 지하차도로 유입된 빗물이 집수정으로 유입되지 못해 침수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집수정으로 연결되는 배수구 크기를 키우고, 배수구를 분산해서 여러개를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배수구가 막히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차도 폭 등으로 인해 배수구 크기를 키우지 못 할 경우는 지하차도 벽체에서 집수정으로 연결되는 수로를 만든다. 벽체 아래쪽에 길이 방향으로 측면 배수구를 만들어 노면에 쌓인 빗물이 집수정으로 유입게 한다. 측면 배수구를 벽체 아래쪽에 길게 만들면 낙엽이나 비닐 등에 막히는 현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비상탈출구 및 인명구조장치 설치

지하차도 침수시 차량 탑승자가 탈출할 수 있는 인명구조장치를 설치한다. 지하차도를 이용해보면 U-Type 구간의 도로를 통과해 BOX-Type 구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U-Type 구간은 상부에 덮개가 없는 형식, 즉 위쪽이 열려있는 형식이다. BOX-Type 구간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지하차도 구조물로 상부가 덮여 있는 형식이다.

 

지하차도가 침수되었을 때를 가정해보면 차량에서 빠져나와도 지하차도에서 무사히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지하차도로 밀려들어오는 유속이 빨라 걸어나가기 쉽지 않고,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침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U-Type 구조물 벽체 중간중간에 사다리를 설치해야 한다. 차량에서 빠져 나온 사람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위쪽으로 탈출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앞으로 사다리 형식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U-Type 구조물 벽체이 로프를 이용한 바둑판 모양의 격자식 망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럼, 차량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구조물 벽체로 이동해 격자식 망을 잡고 위로 빠져 나갈 수 있다.

반면에, BOX-Type 구간은 상부가 덮혀 있어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BOX-Type 구간 상부슬라브에 개구부를 만들어 비상탈출구를 확보해야 한다. 탈출 통로는 상부 녹지나 안전지대 등 차도를 피해서 설치하면 된다. 녹지나 안전지대가 없다면 차선을 조성해서라도 비상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비상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설치된 개구부는 평상시에는 환기구 기능을 하고, 침수시에는 비상탈출구로 이용할 수 있다. 침수가 시작되면 침수센서의 신호를 받아 비상탈출구에서 로프나 사다리, 튜브 등의 인명구조장치가 아래로 내려오도록 한다. 차량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이렇게 아래로 내려온 인명구조장치를 이용해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U-Type 구간의 사다리나 BOX-Type 구간의 비상탈출구에는 조명을 설치해서 탈출 방향을 유도해야 한다.

 

“역사란 지독한 것 다음에 또 지독한 것이 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언제 우리앞에 더 지독한 것들이 다가올지 모른다. 이미 많은 피해를 통해 경험한 것처럼 지금까지 해오던 방법으로는 앞으로 더 지독하게 다가오는 것에 대비하기 어렵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다소 엉뚱하게 보일지라도 인명피해를 막기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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