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선풍기를 예를 들어보자. 선풍기 날개에서 소음이 나고, 어린 아이들이 손가락을 넣어 다칠 수도 있다. 특히, 내 경우에는 가을에 선풍기 날개를 빼서 청소를 하는데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날개 부분이 커서 보관하기도 어렵다. 이런 선풍기의 단점을 개선하는데 있어 날개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재질이나 크기 변경 등으로 국한되게 된다.
대신, 선풍기의 기능을 생각하게 되면 훨씬 더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공기를 이동시킨다”라는 기능은 날개 뿐만 아니라 압력차, 온도차, 밀도차 등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탄생한 제품이 날개 없는 선풍기인 다이슨 선풍기다. 다이슨 선풍기는 압력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제품은 “선풍기에는 날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그리고, 선풍기 핵심 부품인 날개가 없어지면서 날개가 갖고 있던 모든 단점이 사라졌다.
어떤 대상, 즉 시설물, 장치, 부속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생각의 범위가 좁아진다. 혁신적인 대안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설물, 장치, 부속 그 자체가 아닌 기능이 초점을 맞추면 생각의 범위가 훨씬 넓어져 혁신적인 대안이 나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능분석 또는 기능중심적 사고를 연습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건설분야의 경우 회의 참석자들과 기능분석을 해보면 아주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기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기능분석을 중요시하는 VE 워크샵에서도 “기능”에 관한 언급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런데, 기능분석도 자주 연습하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기능분석이 가능해진다. 기능분석이 되면 기능에 따른 여러 가지 대안들이 떠오른다. 가능성이 희박한 대안부터 높은 대안까지 적용 가능한 여러 대안들을 생각해 낼 수 있다.
그래서, VE팀 리더는 워크샵 과정에서 팀원들이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설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리더가 이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 VE가 일반적인 설계도서 검토로 전락하게 된다. 즉, VE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하수관로 시공 후에 관접합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관이나 맨홀접합부에서 누수가 발생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검사를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하수관로 내부에 물을 채워서 검사를 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를 “수밀시험”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밀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물차가 있어야 하고, 하수관로 내부로 물을 채우고 일정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시험을 하는 동안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함이 생기게 된다. 또한 시험에 사용한 물을 방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시 회수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러한 수밀시험의 단점 또는 번거로움을 개선하는데 있어 수밀시험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어떻게 될까? 물차의 크기를 줄이거나 하수관 내부로 물을 빨리 채우고 빼내는 방안만을 생각하게 된다. 즉, 아주 편협한 생각을 하게된다.
반면에, “관접합부에 공간이 있으면 하수가 누수된다. 따라서, 관접합부에는 공간이 없어야 한다”라는 관점으로 “접합부에 공간(틈)이 있나 없나를 확인한다”라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대안을 도출해 낼 수 있다. 하수관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 반대로 하수관로에 부압을 걸어주는 방법 등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일정 압력이 유지되면 접합부에 공간이 없는 것이고, 압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접합부에 공간(틈)이 생긴 것이다.
실제, 하수관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공기압 시험”의 경우 수밀시험에 비해 장비의 크기가 작고, 시험 시간이 단축된다. 또한, 수밀시험과 같이 주입한 물을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즉, 수밀시험에 비해 장점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기능중심적으로 접근하면 훨씬 더 다양한 대안의 도출이 가능하다.
기능분석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정부에서 발간된 시방서나 매뉴얼에 따라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우리는 전공의 프레임에 갖혀 있는 경우가 많다.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어야 하고, 하수관의 시험은 물을 이용한 수밀시험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프레임에 갖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고정관념이다.
선풍기의 날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수밀시험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혁신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선풍기의 날개가 아닌 “공기를 이동시킨다”라는 기능으로 접근해야 다이슨의 날개없는 선풍기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수밀시험이 아닌 “접합부에 공간이 있나 없나를 확인한다”라는 기능을 생각해야 장점이 더 많은 “공기압 시험”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능분석, 기능중심적 사고를 연습해야 한다. “기능”이 익숙하지 않다고 회피하기 시작하면 더욱 더 어려워지게 된다. 연습해야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야 편해지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니겠는가?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