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근로자 건강 관리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5월 15일부터 8월 6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3,306명, 사망자는 20명에 이른다. 특히 사망자의 다수가 50~60대 남성 노동자였으며, 단순 노무 종사자나 농림어업 종사자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작업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여름 온열질환 관련 119 출동 건수는 전년 대비 2.4배 이상 늘었고, 산업현장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르며 기업 차원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부터는 고용노동부가 폭염 대비 보호조치를 사업주의 ‘의무’ 사항으로 명확히 하면서, 열사병 등으로 인한 사망이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폭염에 대한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서 법적 책임이 강화됐음을 뜻한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의 폭염 대응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떠오르면서, 고위험 근로자에 대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과 맞춤형 예방조치를 지원하는 스마트 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온열질환은 발병 후 수분 내 빠른 대응이 생사를 가를 수 있어, 사전 선별과 관리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온열질환 대응, 실증 기반 예방 중심 스마트안전보건 기술 확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커진 폭염 대응을 위해, 생체신호 모니터링과 건강정보 분석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안전보건 기술이 산업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에스아이엘은 ‘S100 워치’를 통해 건설, 제조, 물류 등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생체 신호와 작업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온열질환 위험을 선제적으로 감지하는 스마트 안전보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S100 워치는 착용자의 위치, 심박수, 피부온도, 낙상 여부, SOS 호출 등 다양한 생체·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기상청의 온·습도 및 체감온도 정보와 결합해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특히, 국가정보원 KCMVP 인증을 받은 양방향 암호화 보안 모듈을 탑재해 근로자의 개인정보 및 건강 관련 민감 정보 보호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동시에, 관리자의 체계적인 위험군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켐토피아는 극한 기후 환경에서 장시간 작업해야 하는 건설, 임업, 제조업 현장을 위해 웨어러블 안전기기 ‘Chemwatch II’를 개발·상용화했다. 이 제품은 심박수, 혈압, 피부온도, 산소포화도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 측정하며, 기온·습도 등의 환경 정보를 함께 분석해 열지수(Heat Index)를 자동 산출한다. 특히, 열지수가 설정된 한계치를 넘으면 착용자에게 경고 알람을 울리고, 원터치 SOS 기능을 통해 관리자나 구조팀에 즉시 알릴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켐토피아는 해당 기기를 활용해 약 1,000명의 작업자를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한 결과, 경고 알람 발생 후 평균 6.8분 이내에 현장 조치가 이뤄졌고, 응급 상황 발생률이 약 3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산업위생전문가협회(AIHA)와 건설근로자안전센터(CPWR)가 발표한 “스마트기기 도입 시 사고율 20~50% 감소”라는 통계와도 부합하는 수준이다.
현장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햇빛 아래에서도 잘 보이도록 고휘도 디스플레이와 사용자 친화적 UI를 탑재했고, 배터리 용량도 기존 대비 30% 이상 확대해 4~5일간 충전 없이 사용 가능하다.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은 폭우·분진·땀 등에 강해, 실외 작업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를 갖췄다.
반면, 하드웨어 기반의 웨어러블 제품 외에도, 근로자 행동 변화와 교육 중심의 콘텐츠 기반 예방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레이포지티브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비접촉형 건강관리 솔루션 ‘온열질환 민감군 선별 및 예방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이 서비스는 5월부터 9월까지 폭염 대책 기간 동안, 건설업·제조업·물류업 등 고온 환경에 노출되는 현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건강검진 정보, 연령, 복약 이력, 기저질환 여부 등을 통합 분석해 고위험군(민감군)을 자동 선별하고, 선정된 근로자에게는 주 1~3회 카카오 알림톡을 통해 폭염 특화 건강관리 콘텐츠를 제공한다.
알림에는 수분 섭취, 체온 조절법, 열사병 응급 대응 요령 등 근로자가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며,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외에도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 다국어 콘텐츠를 지원해 외국인 노동자 대응력도 강화했다.
또한 관리자는 대시보드를 통해 콘텐츠 수신 현황, 알림 이력, 참여율 등 근로자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예방 활동의 체계적 이력 관리와 운영 효과 측정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현장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교육 기반 스마트 안전보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중대재해 막는 스마트 안전보건 기술… 예산 장벽에 가로막혀
현장 실무자들과 안전보건 전문가들은 폭염이 상시화된 기후위기 시대에는 기존의 단속 위주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과 고위험군 관리 체계가 산업안전 인프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러한 디지털 기반 예방 시스템이 ‘안전관리비’ 항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비는 주로 보호구 지급, 교육, 현장 점검 등 사후적 조치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시적 관찰과 개입이 필요한 온열질환 관리에는 구조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소수 인력에 의존한 단순 교육 중심의 방식으로는, 기온이 반복적으로 치솟는 현장 여건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이처럼 제품은 이미 상용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온열질환 민감군 선별, 실시간 건강관리, 다국어 정보 제공 등 스마트안전보건 기술이 접목된 예방 솔루션을 도입하고 싶어도, 기업의 예산 지원이나 비용 인정이 어려워 적극적인 적용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은 단순한 날씨가 아닌,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 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라며, "기업은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고, 정부는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통해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폭염 속 현장, 대응 요령 숙지가 생명선
한편, 예방 조치와 고위험군 선별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온열질환 증상이 실시간으로 발생했을 때의 즉각적인 대처법도 반드시 숙지돼야 한다. 특히 열사병의 경우 몇 분의 지연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 대응이 결정적이다.
현장에서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가장 먼저 의식을 확인하고 즉시 119에 신고한 뒤 시원한 장소로 옮겨야 한다. 옷을 느슨하게 풀고, 얼음팩이나 찬 수건을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대어 체온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물이나 이온음료를 천천히 섭취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대응 요령은 관리자뿐 아니라 모든 작업자가 반복적으로 숙지하고 훈련해야 할 기본 수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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