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올여름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폭염일수가 이어지면서,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응이 본격화됐다. 정부가 폭염 대응 기준을 법제화한 데 따라 조선·철강·물류·제조업계는 앞다퉈 맞춤형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7월 17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고, 38도 이상에서는 긴급 작업 외 옥외작업을 중단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산업계는 단순 냉방을 넘어선 현장 맞춤형, 참여형 대책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화오션, ‘이동형 냉방’으로 조선소 폭염 대응

ⓒ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7~9월 하계 기간 작업자들의 땀을 식히기 위해 냉방버스를 새롭게 운영한다. / 한화오션 제공
ⓒ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7~9월 하계 기간 작업자들의 땀을 식히기 위해 냉방버스를 새롭게 운영한다. /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조선소 특성상 작업장마다 온열 노출 환경이 다른 점을 고려해 '이동형 냉방' 개념을 도입했다. 최근 작업 인원이 급증한 해양플랜트 건조구역에는 냉방버스를 운영해, 고정형 휴게실로는 수용하지 못한 인원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한화오션은 오는 9월까지 냉방버스를 추가로 확보해, 인원이 몰리는 작업장 중심으로 순회 운영할 계획이다.

 

실외 노출이 잦은 안벽 작업장에는 하루 300개 이상의 얼음생수를 직접 전달하고 있으며, 식당과 휴게소 생수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78만 개의 얼음생수를 지급했다.

 

근무 환경 개선도 강화됐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휴식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으며, 에어컨·정수기·식염포도당이 비치된 임시 휴게실을 지난해보다 3배 늘려 총 98개소에서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에어자켓, 쿨링기, 스팟쿨러 등 냉방장비 1,200여 개를 보급하고, 보양식과 생과일 음료 등 건강 지원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물류센터엔 ‘20도 냉방 구역’

ⓒ CLS는 물류 업계 최초로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은 청주 서브허브에 설치된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 /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제공
ⓒ CLS는 물류 업계 최초로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은 청주 서브허브에 설치된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 /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제공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세척 등 밀집 작업이 이뤄지는 특성을 고려해 작업 구역에 ‘냉기 유출 방지 커튼’과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해 '차폐식 냉방 구역'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외부 온도가 30도를 넘어도 작업장 내 온도를 20도 초반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냉기 유출을 최소화하고 대형 실링팬 등 추가 냉방 장비를 함께 운영해 냉방 효과를 높이고 있다.

 

‘차폐식 대형 냉방 구역’은 CLS가 추진하는 동선 집중 냉방 시스템의 대표 사례로, 천장형 에어컨에 거미손처럼 연결된 대형 파이프를 통해 먼 거리까지 냉기를 공급하는 등 작업 구역별 맞춤형 냉방 방식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냉방설비 외에도 쿨링조끼, 쿨스카프, 쿨토시 등 개인 보호장비와 냉동고·정수기·얼음생수 등을 현장 곳곳에 비치해 작업자 편의를 높였다. 또한 온열질환 민감군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하는 체온 패치를 도입해 자가진단도 가능하게 했다.

 

이와 함께 CLS는 혹서기 집중관리기간(6월 20일~)을 지정하고, 쿨링 포그(안개분사 시설) 확대, 맞춤형 냉방 시스템 개발, 야외작업자 대응 체계 고도화 등 폭염에 대한 다각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 3단계 위험도 체계로 체감온도 관리

ⓒ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그늘막 아래에서 물을 꺼내고 있다. / 포스코 제공
ⓒ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그늘막 아래에서 물을 꺼내고 있다. /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알림 문자 발송, 현장 점검, 냉방 물품 지원 등 다양한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펼치며 근로자들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지원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루 두 차례 ‘온열 지킴이 알림 문자’를 발송해 시간대별 체감온도, 휴식 시간, 냉방 물품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하며 폭염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작업 현장에서는 작업책임자가 작업 시작 전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감독자가 수시로 체감온도를 측정하 휴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등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체감온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고’의 3단계로 폭염 위험도를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는 휴식 장소와 시간 기준을 적용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 수칙도 함께 운영 중이다.

 

작업환경 개선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전 지역에 온열질환 예방 수칙이 담긴 현수막과 포스터를 설치하고, 그늘막과 상시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현장에는 아이스박스, 생수, 냉풍기, 보냉백 등 냉방 물품을 비치해 근로자들이 언제든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SPC그룹, 냉풍조끼와 쿨링룸으로 온열질환 예방

식품 제조업체인 SPC그룹은 착용감이 뛰어난 경량형 냉풍조끼를 현장 직원에게 지급했다. 소형 선풍기가 부착된 이 조끼는 일반 냉조끼보다 가볍고 습기가 없어 만족도가 높다. 고온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해서는 에어컨이 설치된 ‘쿨링룸’ 21곳이 운영 중이며, 쿨토시, 넥쿨러, 허리형 선풍기 등 개인 냉방장비도 지급되고 있다.

 

또한, 이온음료가 담긴 배낭을 멘 관리자가 현장을 돌며 근로자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보건관리자는 순회 점검과 함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을 진행하는 등 현장 중심의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식염포도당, 삼계탕, 팥빙수, 아이스크림 등 여름 특식과 보양식을 제공해 영양 보충과 활력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참여형 아이디어로 현장 대응 강화

ⓒ 한난 박진규 안전기술본부장과 온열질환 예방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 한난 박진규 안전기술본부장과 온열질환 예방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임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난형 폭염 대책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 총 259건의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이온음료를 배낭에 담아 전달하는 ‘한난형 쿨보이’, 안전모에 부착하는 온열 스티커, 열사병 예방 활동에 건강 포인트를 부여하는 리워드 제도 등 참여형 안전대책이 주목을 받았다.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근로자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아이디어들은 맞춤형 솔루션으로 발전해 보다 실효성 있는 개선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각 산업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폭염에 대응하고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냉방 장비나 용품 지원이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작업 강도 조절과 강제 휴식 기준 마련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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