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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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3일 발표한 "도급 시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하청근로자 보호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경총은 원청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형사책임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산안법과 중처법은 하청 근로자의 사망사고 발생 시 도급인인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최대 10억 원의 벌금이나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총은 이와 같은 규정이 사업주의 의도와 관계없이 중대한 책임을 부과할 수 있어, 산업계에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총은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이 지나치게 확장되면서 정작 고위험 작업에 필요한 자원 투입이 분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재 납품, 사무업무, 구내식당 운영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업무까지 원청의 책임 범위에 포함되면서 관리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법령 해석의 불명확성도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경총은 산안법상 건설공사 발주자 정의가 모호하고, 중처법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개념 역시 해석 여지가 커 현장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사 사건에 대해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사례가 존재해, 기업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도급인 판단 기준도 법적 근거 없이 포괄적이라는 것이 경총의 입장이다. 유지·운영에 필수적인 업무, 예측 가능한 공사 등이 대부분의 기업 활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준 자체가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경총은 해외 입법례를 근거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원청 책임을 고위험 작업 등 일정 범위로 한정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전면적인 도급인 책임 규정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도급, 도급인, 건설공사발주자 등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각 주체에 적합한 안전보건 의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기계나 시설 소유자가 해당 설비의 안전조치를 책임지되, 수급인이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도급인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도급인, 수급인, 중간수급인 간 역할에 따른 의무 분담을 명확히 하고, 상호 협력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급인에게는 지도·감독, 정보 제공 역할을, 수급인에게는 참여·협력 의무를 부여하고, 중간수급인에게는 양쪽 역할을 모두 수행하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행 도급인 중심의 안전정책이 계속된다면 하청근로자 보호와 사망사고 감소 모두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장의 현실에 맞는 법·제도 개정과 원·하청 협력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의 이번 보고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산재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기업계의 입장을 담고 있다. 다만, 하청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각과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만큼, 향후 정책 논의 과정에서의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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