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SPC는 세 번의 끼임 사망 사고로 산업안전의 경고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회사는 매번 사과문을 내고 수천억 원의 안전 투자를 약속했지만, 왜 또다시 비극이 반복된 것일까. 지난 5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닌, 구조적 안전관리 실패의 징후로 읽힌다. 이제는 법과 제도, 기업의 대응 모두가 실효성을 되짚어야 할 때다.
이번 사고는 오전 3시경, 시화공장 생산라인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숨진 사건이다. 사고 기계는 30년 이상 된 노후 설비로, 과거부터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설비 중 하나였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기계 작동 당시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방호장치 설치 상태 등을 포함해 원인을 조사 중이다.
SPC 계열사에서는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평택 SPL 공장과 성남 샤니 공장에서 유사한 끼임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했다. 세 사고 모두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중대재해로, 특히 작업 중 위험한 상황에서 단독으로 작업하거나 기계 정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을 넣는 행위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유사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SPC의 안전 시스템 자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고 이후 SPC그룹 도세호 대표이사는 지난 5월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해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2022년부터 추진한 안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술적 접근을 넘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문화와 시스템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1,000억 원 규모 안전 투자 계획을 확대하고, 계열사별로 재원을 추가 확보해 설비 자동화 및 안전인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SPC는 안전경영위원회를 외부 산업안전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고, 독립성과 실효성을 갖춘 체계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SPC삼립은 후속 대책으로 ▲사고 설비의 전면 철거 ▲매월 노사합동 안전점검 ▲외부 전문기관과의 분기별 모니터링 체계 확대 ▲생산라인 주 1회 점검시간 확보 ▲4조 3교대 시범 운영 등 다층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심리적 충격을 받은 근로자 대상의 1:1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병행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 같은 대응이 과거 사고 이후의 ‘반복된 대책 발표’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 역시 심야 시간대 단독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며, "2인 1조 작업 원칙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로 '형식적인 안전대책'과 '노후 설비 방치', '작업 절차의 매뉴얼화 부족'을 꼽는다. 그 결과 SPC는 안전관리의 구조적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령상으로도 SPC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유해위험요인 점검 및 개선, 안전보건 책임자의 권한 보장, 예산 집행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8조는 모든 기계 설비에 대해 방호조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사업주가 이를 소홀히 했을 경우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행 법령에 따라,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명백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되며, 사고 예방 조치 미이행이 입증될 경우 SPC 경영진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SPC 측은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고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조치 없이 반복되는 사과문과 대책 발표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사고는 SPC라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안전보건관리의 형식화'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라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법과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근본적인 원인과 실질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들여다 봐야 할 시점이다.
관련기사
- 안전단상_ 제조업의 치명적 위험, 끼임사고의 주요 원인과 예방 대책
- 전국 식품혼합기 등 위험기계 집중단속 결과,, 점검 사업장 과반수가 위반사항 '적발'
- 4M 관점에서 바라본 SPC 끼임사고,,,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 [전문가 기고] 예견된 위험이 불러온 이태원의 비극과 제빵공장 노동자의 죽음
- [세닷 이슈클립] 산업안전 향한 판결의 역설... "안전관리 강화가 책임 근거가 됐다
- 2025년부터 달라지는 5가지 안전보건 제도…“실행력과 증거가 핵심"
- 경찰·고용부, 태안화력 발전소 압수수색… 원·하청 안전책임 전방위 조사
- 李대통령 질책 후, SPC 8시간 초과야근 폐지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