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가상 이미지임. 실제 사고 현장이나 관련 시설과 무관함. / 세이프티퍼스트뉴스(생성 책임자: 김단아), FREEPIK AI 활용.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안전보건 프로그램은 제도적 틀이 마련된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근로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근로자들은 현장에서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국 OSHA는 “근로자가 안전보건 프로그램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핵심 조치를 제시한다.

 

 

OSHA가 제시하는 근로자 참여 증진의 방향

OSHA는 ▲근로자의 적극적 참여 독려, ▲위험과 사고 보고 장려, ▲안전보건 정보 접근권 보장, ▲프로그램 전 단계 참여 보장, ▲참여 장벽 제거라는 다섯 가지 실천 지침을 제안한다. 이는 근로자가 단순히 규정을 따르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안전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이 다섯 가지 지침은 서로 분리된 항목이 아니라 참여의 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를 이룬다. 먼저 경영층이 근로자가 시간과 자원을 보장하고, 보고된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참여의 출발선이 마련된다. 이어서 근로자가 현장에서 발견한 위험이나 아차 사고를 두려움 없이 보고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는 다시 공유되어 근로자 스스로가 위험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활용된다. 즉, 단순히 참여를 요청하는 수준이 아니라 의견 제기, 정보 공유, 해결 과정 참여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OSHA는 참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장벽 제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근로자가 언어나 교육 수준, 고용 형태 때문에 배제되면 참여는 형식에 그치게 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비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하는 현장을 감안할 때 이들의 목소기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이 안전문화 정착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관리자는 참여 기회를 조직 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제공하고, 불이익 없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OSHA의 지침은 결국 참여 없는 안전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법제와 현실

한국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근로자 참여의 틀을 마련해 두고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안전보건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근로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의무를 가진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거부하고 대피할 권리를 보장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을 금지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가 충분히 작동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보건공단 연구원의 2023년 ‘사업장 내 근로자 작업중지 운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 작업중지를 사용한 경우가 16.9%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노사 협력 강화를 위한 제도도 존재한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없는 사업장’을 목표로 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근로자 참여 확대를 추진 중이다.

 

 

실행의 간극과 개선 과제

OSHA가 제안하는 실천 지침들은 한국에서도 법적으로 보장되지만, 실행 단계에서 여러 장벽이 드러난다.

정보 접근의 부족: 현장 근로자, 특히 하청·비정규직·외국인 근로자들은 위험요인, 검사 결과, 사고 사례 등에 접근하기 어려움

보복 우려: 작업중지 요청이나 위험 보고 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참여를 억제함

교육·언어·시간 제약: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장벽, 미숙련 근로자의 교육 기회 부족, 참여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의 미비가 큰 문제로 작용함

 

이러한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다음과 같은 실행적 제언이 필요하다.

실질적 참여 보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의 기구가 단순히 형식적 회의체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가 안전 정책 결정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정보 투명성 확대: 사고 발생 현황, 검사 결과, 작업환경 모니터링 데이터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다국어·맞춤형 자료로 제공하여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권리 보호 강화: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을 철저히 조사·처벌하고, 사례를 공개하여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심어야 한다.

시간·자원 지원: 안전 활동 참여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고, 참여 비용을 사업주가 지원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조직문화 변화: 안전을 ‘비용’이 아닌 ‘핵심 가치’로 인식시키는 경영진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근로자 제안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공유될 때 참여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국내외 우수사례

뉴질랜드는 법적으로 근로자 대표와 안전위원회 제도를 강화하여 근로자가 안전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의 산업안전보건 규제기관인 WorkSafe NZ는 다양한 업종에서 근로자 참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사례들을 발표하고 있다.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대표가 매일 현장 점검에 참여하여 위험구역을 지정하고, 개선 조치를 관리자에게 즉시 전달하도록 했다. 관리자는 이 제안을 회의록에 기록하고 이행 여부를 근로자들에게 피드백하는 체계를 운영했다. 그 결과 사고 건수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본인의 의견이 현장 안전에 반영되어 실제 영향을 미친다는 신뢰를 갖게 되었다.

 

WorkSafe는 이를 통해 안전은 관리자와 근로자의 공동 책임이라는 문화를 확산시켰으며, 정기적으로 사례집을 발간하여 다른 사업장에 모범 모델로 공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맞물려 사업장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은 근로자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2022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집에 따르면, 한 제조업체는 냉각기 회전체 사고 이후 컨설팅을 통해 근로자가 직접 위험성 평가 과정에 참여하도록 개선했다. 현장 순회점검 시 발견된 위험요인을 토대로 근로자들이 위험성평가 회의에 참여했고, 그 결과 ▲회전체 방호장치 개선, ▲비정형 작업 시 운전정지 절차 강화, ▲근로자 제안 기반의 작업표준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 제안 제도의 활성화와 아차 사고 제보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특히 경영층이 근로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근로자 참여 중심의 안전문화가 현장에 정착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근로자 참여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현장에서 사고를 줄이고 문화를 바꾸는 가장 실질적인 힘이다.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근로자가 두려움 없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참여는 의미를 잃는다. 국내외 우수사례가 보여주듯 안전은 관리자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참여의 자리가 보장될 때 일터의 안전문화는 비로소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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