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디지털 헬스케어’ 하면 병원, 만성질환, 앱 정도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의 건강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그 해법은 병원 진료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는 물어야 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지금처럼 괜찮은가요?”
휴레이포지티브(이하 휴레이)의 최두아 대표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었던 그는, 기술의 힘으로 건강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15년을 걸어왔다. 그가 말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진짜 가능성’은 산업보건의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의사의 머릿속을 복제할 수 있다면..." - 엔지니어 시선에서 본 의료의 한계
최두아 대표가 처음 헬스케어 분야에 발을 들였을 때, 눈에 들어온 건 한계였다. 병원에 가지 않으면 건강관리를 받기 어렵고, 의사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문제. 그는 그 틈을 기술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지털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허물고, 흔적을 남깁니다. 의료진의 지식을 복제하고, 그것을 데이터로 서비스화하면 건강관리는 더 넓고 더 자주 가능해집니다.”
그는 병원 중심에서 벗어나 식사·수면·운동·스트레스·병원관리라는 생활습관 기반의 건강관리로 접근했다. 의료인 없이도, 병원 밖에서도 가능한 ‘비의료적 건강관리 플랫폼’의 출발이었다.
"가치를 얻는 쪽이 비용을 냅니다"- 소비자는 무료, 보험사·기업이 고객이 되는 헬스케어 모델
휴레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특하다. 개인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보험사·지자체·기업이 비용을 지불한다.
“한 사람이 건강해지면, 이득을 얻는 건 보험사, 회사, 사회입니다. 그래서 그 가치를 얻는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었죠.”
이 구조를 기반으로 휴레이는 건강행동 개선과 정서관리 기능을 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식습관, 수면, 운동, 스트레스 등 일상적인 건강습관을 데이터로 추적하고, CBT(인지행동치료) 기반의 심리방역 앱을 통해 반복적인 정서 훈련까지 제공한다. 단편적인 앱 개발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의 회복을 도울 수 있도록 체계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람을 바꿀 수 없다면, 그가 버틸 수 있게 도와야죠”- 산업현장의 ‘심리 방역’을 위한 디지털 기술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는 산업현장에서 급증하고 있지만,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분야다. 최 대표는 환경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개인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기술에 주목했다.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죠. 우리는 그 해석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그는 반복성과 개인 맞춤형 설계에 강한 디지털 기술의 특성이 정서관리, 행동변화, 건강습관 유지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휴레이는 CBT(인지행동치료) 기반의 정서관리 앱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앱은, 감정 기록과 리마인드, 유사 경험 공유 기능을 통해 일상적인 심리 방역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부처님이 이런 말씀을 했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쓰레기를 예쁘게 포장해 줘도, 그걸 매일 열어보고 속상해할 이유는 없죠. 마음의 쓰레기도 받은 즉시 버려야 합니다.”
감정을 일기처럼 적고, 스스로 정리하며, 비슷한 감정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일종의 디지털 대화다. 그는 사람은 지치지만, 디지털은 매일 거울처럼 대화할 수 있는데, 이게 기술의 힘이자, 따뜻한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은 반복에 지치지 않습니다” – 보건 사각지대와 산업보건의 디지털 확장
이러한 그의 관점은 산업보건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직업건강협회와의 협업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 대상의 건강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외국인·고령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등 산업현장의 보건 사각지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보건관리자조차 없고,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방치되기 쉬워요. 우리는 디지털로 이들을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반복에 지치지 않고, 데이터로 개개인에 맞춤형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최 대표는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사람이 하던 1,000개의 상담을 디지털이 4,000개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보건관리자들이 정말 필요한 현장 개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강친화기업 인증을 위한 데이터 기반 평가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복잡한 기준 대신, 기업이 스스로 건강경영 수준을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 도구로, 중소기업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의 산업보건이 법적 의무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건강은 결국 생산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점을 찍지 않습니다. 흐름을 만듭니다. 산업보건의 흐름이 건강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술로 방향을 틀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건강은 은퇴 후가 아닌, 지금부터 쌓는 자산입니다” – 기업도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자산’의 관점
“65세 이후의 의료비는 0~64세를 합친 것과 같다고 하죠. 건강은 나중에 관리하는 게 아니라, 지금 쌓아야 하는 자산입니다.”
최두아 대표는 건강을 ‘자산’이라며, 그 자산에는 헬스 리터러시, 생활습관, 근육량, 정신회복력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삶을 넘어 조직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직원이 건강하면 결근이 줄고, 몰입도가 높아지고, 회복도 빠르기 때문에 결국 건강관리는 '복지가 아니라 기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마중물입니다. 이 흐름에 더 많은 역량이 들어와야 합니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보건이라는 낯선 영역에서, 그 흐름을 처음으로 시작하려면 누군가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휴레이포지티브는 그 마중물이 되기로 했다.
“이제는 더 많은 기업과 엔지니어, 디지털 기술들이 이 분야로 들어와야 합니다. 산업보건의 파이를 키워야,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최두아 대표는 그것을 ‘경쟁’이 아닌 ‘함께 숨 쉬는 변화’라 말했다. 누군가는 먼저 길을 내야 하고, 그 길 위에 또다른 걸음들이 이어져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가 된다.
최두아 대표와 휴레이포지티브는 단순한 헬스케어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일과 삶의 문화를 건강하게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지속 가능한 힘이 되어주고자 지금도 길을 내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