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속한 변화 시대, 산재예방을 위한 첨단기술·현장 지원 방안 모색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재단법인 피플(이사장 이영순)과 한국산업안전학회(회장 박달재)는 지난 4월 25일, 중소기업중앙회 여의도회관에서 '급속한 변화시대 산재예방'을 주제로 「2025 산업재해근로자의 날」 기념 안전보건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는 새로운 산재예방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영순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AI 기술과 세계 정세 변화, 기후변화 등 복합재난 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산업안전은 물론 생활안전까지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달재 회장은 "산업재해 예방을 본질적이고 심도 깊게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이어진 축사에서는 김현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각각 정책 방향 논의, 현장 공감과 리더십 강화, 노사민정 협력 기반 보건관리 체계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부 기조연설: 첨단기술과 과학 기반 산재예방 전략 제시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문일 연세대학교 교수는 첨단기술이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미치는 혁신적 변화를 짚었다.


문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산업현장에서의 데이터 분석과 감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양자 센서 기술은 기존 감지기기보다 수천 배 정밀한 위험 감지 능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양자 네트워크는 다양한 작업장 간 위험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 교수는 "ChatGPT 등 생성형 AI 기술이 근로자 교육, 작업 절차 최적화, 위험 상황 대응 매뉴얼 자동화 등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혁신기술을 안전보건 활동에 적극적으로 접목해, 예방의 정밀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도바시 리츠 일본안전공학회 회장은 일본의 복합재해 예방 사례를 소개하며, 과학적 위험평가 기반의 산재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도바시 회장은 "자연재해, 고령화, 산업구조 변화 등 복합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디지털전환(DX)과 AI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위험지도(Hazard Map)를 작성해 재해 발생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장별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도바시 회장은 "단순 대응이 아니라, 사회 변화 속에서도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최소화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부 주제발표: 현장 맞춤형 산재예방 전략 구체화

2부 세션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하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김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정책연구실장은 현재 산재 감소 정체 현상을 짚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제안했다.

 

김욱 실장은 "기업들이 수행하는 예방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성과지표(Performance Indicator)를 개발하고 업종별 이행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사고 건수 감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예방활동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작업장별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안전보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K-안전시스템’ 구축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접근이 근로자 안전과 건강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중소건설업 현장의 심각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제도적·기술적 대응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중소건설업은 안전관리자 선임이 의무인 대규모 현장에 비해 사망사고 발생 비율이 2.4배나 높다"며, "이는 구조적으로 현장 안전관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을 고려하지 않으면, 소규모 현장에서는 사고를 예방하기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안전설계 기술을 도입해 설계 초기부터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중소건설업체가 경제적 부담 없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업종별 표준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은미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급변하는 근무환경과 업무 형태 변화 속에서 산업보건 관리 전략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백 교수는 "산업안전보건 패러다임을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택근무, 플랫폼 노동, 초단기 고용 등 새로운 노동형태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안전보건 관리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작업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조기 이상 징후를 감지해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희 ㈜켐토피아 대표는 중소기업과 하도급 산업군에서 빈발하는 중대재해 문제를 지적하며, 실질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 특히 건설·제조업과 하도급 비중이 높은 산업군에서 중대재해 발생 비율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기업이나 업종단체가 주도하는 상생형 안전보건 관리 플랫폼 구축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공통된 안전지표를 개발해 업종 전체로 확산시키고, AI 기반 위험성 평가 기술을 접목해 중소사업장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상생 모델이야말로 법규 준수는 물론, 실질적인 재해 예방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종합토론: 첨단기술과 맞춤형 지원으로 새로운 안전문화 정착

ⓒ사진-재단법인 피플 제공
ⓒ사진-재단법인 피플 제공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산업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동진쎄미켐 김병진 CSEO는 "급속한 변화 시대에는 단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기반한 통합적 안전보건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 등 고위험 업종을 대상으로 현장의 특성과 위험요인에 맞는 맞춤형 현장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SDS 박은주 컨설턴트는 "최근 안전관리는 단순한 물리적·기계적 안전조치를 넘어, 작업자의 신체적·심리적 상태까지 고려하는 사고 예방 체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짚었다. 박 컨설턴트는 "IT 기술을 활용해 불안전 상태를 조기에 감지하고, 작업자 중심의 작업계획 수립, 실수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CC실리콘 박주원 안전환경팀장은 "특히 취약 업종에서는 산업재해 예방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AI 기반 위험성 평가체계를 고도화하고, 중소사업장이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컨퍼런스 좌장을 맡은 김태옥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는 "오늘 논의된 첨단기술 활용, 중소사업장 안전보건 강화, 보건관리 체계 전환 등 다양한 방안들이 급속한 산업 변화 속에서 실질적인 산재 예방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옥 대표는 "정부, 사업장, 전문기관이 각자의 영역을 넘어 긴밀히 협력할 때,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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