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전국기업체산업보건협의회(회장 조재현)는 지난 8일 오송 대한산업보건협회 본부 대강당에서 '2024년도 추계 세미나'를 개최하고, 산업현장의 혁신적인 보건관리 사례와 최신 정책동향을 공유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근로자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감성 기반 건강증진 활동과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보건관리 시스템 등 현장 적용 가능한 우수사례들이 제시됐다.
조재현 전국기업체산업보건협의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산업이 발전하고 변화함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과 안전이 곧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보건학회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헌기 대한산업보건협회장은 축사에서 "기산협은 1995년에 창립되어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의 산업보건 책임자와 실무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조직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30년 가까이 산업현장 최일선에서 산업재해를 줄이고 직업병을 예방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증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한산업보건협회는 오송사업장을 산업보건의 랜드마크이자 허브로 발전시켜 체험교육이 가능한 전문 교육센터 구축과 스마트 기술 접목을 통해 효율적이고 정밀한 산업보건 활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및 기업동향' 세션의 첫 발표자로 나선 박종일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기준과장은 산업보건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박 과장은 "산업안전과 산업보건이 개념적으로 명확한 구분이 불가능하며 구분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로벤스 보고서가 제시했던 것처럼 자율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제고, 관리감독자의 명확한 책임과 역할 부여, 통계를 통한 문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재흥 안전보건공단 보건사업부장은 최근 직업병 발생 동향과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2024년 들어 트리클로로메탄 중독, 사격장 납 중독, 의료기기 제조업 산화에틸렌 중독 등 새로운 유형의 직업병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사격장 근로자 조사 결과 87명 중 23명이 혈중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고, 전체 사격장 22개소 중 13개소에서 납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3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MSDS 신뢰도 확보를 위한 '화학물질 정보 알리미' 사업과 업종별 맞춤형 보건관리 가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강연에서 최근 산재보상 현황과 제도 개선 이슈들을 짚었다. 업무상 재해 신청과 소음성 난청 등 퇴직자 직업병 신청 급증으로 산재 승인 처리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질환, 직업성 암 등 주요 직업병이 증가 추세라고 진단했다.
또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산재보상 선 보장 후 평가' 방식이나 남성 근로자 자녀의 선천성 건강손상 인정 범위에 관해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정부의 위험성평가 기반 작업환경측정 제도 개편과 관리대상 물질 지정 폐지 등에 대해 "사업장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판정위원회 확대와 특별진찰 간소화 등 공단 내부 역량 제고도 주문했다.
사업장 우수 사례 공유
LG이노텍 황설희 보건관리자는 '감성에 혁신을 더한 건강증진 활동' 사례를 발표했다. 흡연율 35%, 월간 음주율 68.2%로 대한민국 평균보다 높은 건강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과정 중심의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특히 건강검진 결과를 빅데이터화한 엑셀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3년 이상의 건강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스마트 마네킹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교육으로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풍산 울산사업장의 오정화 보건관리자는 '도전하고 변화하는 건강증진·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전체 근로자 중 50% 이상이 비만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맨몸운동 교육과 '워크온 챌린지' 앱을 통한 걷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특히 '맨몸운동' 교육은 근로자들의 운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유튜버를 활용해 교육을 진행하면서 40~50대 직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또한 100만 원의 금연 성공 포상금 제도와 상무와 함께하는 금연 카톡방 운영 등을 통해 89%의 높은 금연 성공률을 달성했다.
신성이엔지 장수빈 보건관리자는 환경안전 경영시스템 강화를 위해 ISO 45001과 KOSHA-MS 인증을 취득하고, 환경안전 서포터즈 제도를 도입해 전 직원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특히 화학물질·직무스트레스·온열질환 등 사업장 유해인자별 위험성평가 툴을 자체 개발해 활용 중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화학물질은 CHARM 기법으로, 직무스트레스와 온열질환은 안전보건공단 매뉴얼을 바탕으로 자체 설문방식의 평가 툴을 만들어 유해인자 취급 공정과 고위험 직무를 파악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 보건소, 고객사 산업보건센터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해 근골격계 재활, 건강 걷기, 금연, 힐링 프로그램 등을 저비용으로 운영할수 있는 방안도 공유했다.
LG에너지솔루션 강호선 책임은 해외 주재원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직원 케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인사자원팀은 주재원 파견 전 건강검진을 실시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파견지에서 추가 관리가 이뤄진다. 안전보건팀은 현지에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이상 소견이 있는 직원들을 추적 관리하며, 필요 시 전문의 상담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복지팀은 고위험군 직원들의 건강관리가 필요한 경우 의료비 지원, 휴식 제공 등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제 의료지원 서비스 'ISOS'와 협력을 통해 해외 주재원들의 응급상황 대응 및 현지 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사, 안전보건, 복지 등 부서 간 협업으로 주재원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대웅제약 조신아 보건관리자는 제약업 특성에 맞는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 'A3'를 소개했다. 4천여 종의 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법규 100% 준수와 안전보건 데이터의 실효성 확보에 기여했다. 또한 보호구 착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맞춤형 가이드라인 수립으로 보호구 인식도가 22% 향상되는 성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이지은 책임은 사업장의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시스템을 공개했다. 이지은 책임은 "임직원 평균연령이 35세로 지속 상승하면서 유소견자가 증가추세"라며 "고위험군 집중관리와 함께 요관찰자의 유소견자 진입을 막는 예방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GM(지속혈당측정기)을 활용한 당뇨병 예방, 72시간 연속 심전도 모니터링을 통한 심혈관질환 조기발견, 유전자 검사 기반의 맞춤형 건강관리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특히 건강증진실을 통한 요관찰자 관리와 '찾아가는 500보 더 걷기' 캠페인은 신체활동 증진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SK 하이닉스, 기아,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 이노텍,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을 포함해 70개 기업에서 150여명에서 산업보건 실무자들에게 참석했으며,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관리와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감성적 접근이 조화를 이룬 우수사례들이 공유되면서, 산업보건 관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 개최를 위해 협회 회원사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분야 관련 업체 13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산업안전보건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는 전시 부스도 마련되어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주)에고테크는 바닥에 선명한 그림을 투사해 보행자의 안전을 보호하고 통로 표시 및 동선 구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로고프로젝터'와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피로방지 매트, 기능성 관절 보호대를 선보였다.
(주)켐토피아는 다양한 작업환경의 유해요인을 확인하고 작업자의 보건관리를 지원하는 Sensible-AI MSDS, Dr.EHS, Dr. Healeh, Chem Watch, Five Eyes 를 소개했으며, 아스가드(주)는 작업장 온습도센서, 조도센서 랜턴, 블랙박스 영상 저장, 앱무전기, 안전모착용 센서, 충격 감지 센서 등의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안전모을 참가자들이 시연해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닥터프로텍션(주)은 직업성 피부질환 예방을 위한 산업용 피부보호크림을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했다.
이날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조재현 회장은 "기업 간 교류와 벤치마킹을 통해 통찰과 영감을 얻고,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는 선진적 산업보건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앞으로도 기산협이 앞장서겠다"고 소감을 전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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