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개요

 2020년 10월 8일 23시 7분경 울산시 남구 달동 1412 삼환아르누보아파트 3층 테라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6명이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다행히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신고를 받고 23시 20분에 도착한 소방 선착대는 호수마다 직접 방문하여 대피를 알렸고, 주민 43명이 28층 안전구역, 33층 옥상등으로 대피했다. 

ⓒ그림 .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2020년 10월 8일
ⓒ그림 . 삼환아르누보 아파트, 2020년 10월 8일

 

​< 삼환 아르누보 아파트 >
연면적: 31,210㎡
높이 113m
지하 1~2층: 주차장
지상 1~3층: 근린생활시설 
지상 4~33층: 아파트 (127세대)

 당시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있었다. 화재는 강한 바람으로 아파트 외벽 단열재를 통해 급속히 확대되어 33층 건물 외벽 전체로 번졌다. 바람이 세어  소방헬기도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50m 고가사다리차가 동원되어 진화에 나섰지만, 살수는 하층부에만 이루어져 하층부 외벽의 불은 진압되었지만, 상층부의 화재는 계속하여 번져나갔다. 

 

따라서 고층부 화재는 소방대원들이 개별 호실에 진입하는 방법으로 진압해야 했다. 새벽 1시가 되자 화재는 일부 세대 내부까지 확산되었고, 연기를 흡입한 주민 26명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강풍에 불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왕복 10차로가 넘는 도로 건너편에 있는 롯데마트 옥상에 있던 냉각탑에 불이 옮아붙었다.  10월 9일 오전 6시에 헬기 1대가 투입되어 공중에서 화재진압을 시도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소화용수를 제대로 뿌리기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부산에서 70m 고가사다리차가 도착하여 현장에 투입되었다. 12시 35분에 큰 불이 잡히기 시작했고, 화재가 발생한지 15시간 40분인 오후 2시 50분에 화재가 완진되었다. 

 

 

이 사고는 2010년 10월 1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와 매우 유사하다.

 4층 미화원 작업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판넬을 타고 상층부로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109대의 장비와 헬기 5대가 투입되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빠른 속도로 타고 올라가는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화재발생 후 7시간 만에 진화되었다. 

 

ⓒ그림  알루미늄 복합판넬의 구조/리스크랩연구소 이미지
ⓒ그림  알루미늄 복합판넬의 구조/리스크랩연구소 이미지

 당시 사용했던 외장재는 두께 5mm 알루미늄 판 사이에 발포 폴리에틸렌(PE) 합성수지를 내장한 것이었는데, 금번 사고에도 동일한 알루미늄 복합판넬이 사용되었다.

 

 문제는 단열재로 사용하는 발포 폴리에틸렌 합성수지였다. 단열재로 사용된 폴리에틸렌 1㎡ 넓이는 휘발유 3.8리터의 열량을 갖고 있었다. 휘발유 1리터의 열량은 8,300kcal이므로 31,540kcal나 되는 열량이다.  PE단열재가 240℃에서도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재라고 하지만 알루미늄 판과 PE를 접착하기 위해 가연성 본드가 사용되었고, 알루미늄 복합판넬 안쪽 콘크리트와 글라스울 사이에는 공기단열층이 형성되어 있어 이 부위를 통해 산소가 공급되어 화재확산의 매개체가 되었다.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사고를 계기로 알루미늄 복합판넬의 위험성이 드러나자, 사고 후 2년 뒤인  2012년 3월에  가연성 외장재 사용금지에 대한 법안이 만들어져 30층 이상 고층건물에는 가연성 외장재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초기 진압을 할 수 없었던 문제가 대두되자 아파트의 경우 16층 이상부터 설치하던 스프링클러설비를 상가, 아파트에 상관없이 11층 이상되는 모든 건물 전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울산 삼환아르누보 아파트는 2009년도에 준공되었기 때문에 신설된 법의 적용은 되지 않았다.  

 

ⓒ그림 . 우신 골든스위트 , 2010년 10월 1일
ⓒ그림 . 우신 골든스위트 , 2010년 10월 1일

 건축물의 외단열로 인한 가연성 외장재로 인한 화재사고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빈번하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Windsor Tower 화재 (2005년), 중국 베이징 TVCC 빌딩 화재 (2009년), 두바이 Tamweel Tower 화재 (2012년), 쿠웨이트의 고층 빌딩 화재 (2013년), 런던의 그렌펠타워 화재(2017년), 일본 토치타워(2015년) 등도 이와 유사한 사례이다. 

 

​고층건물의 화재 취약점

 

1. 가연성 외장재의 사용

ⓒ그림  화염의 연소방향

 과거의 아파트는 대부분이 내단열 시공이 이루어졌으나, 근래에 시공되는 아파트는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한 에너지관리기준법 등에 따라 단열규정이 강화되었다. 따라서 외단열이 내단열보다 열차단효과가 좋기 때문에 외단열 시공이 대부분이다.

 주택의 열손실은 대부분이 벽체를 통해 이루어져서 전체 열손실의 35%가 벽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단열이 시공도 용이하고 경제적이나, 내단열 시공의 경우 단열재가 연결되는 곳에는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열교현상이다.

 열교(Heat bridge)현상은 단열재의 연결이 끊기는 결손부위에 생기는 것으로 단열이 연속되지 않은 부분에 열이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그림  내단열과 외단열 시공의 차이
ⓒ그림  내단열과 외단열 시공의 차이

둘째는 결로현상이다.

 내단열로 인해 콘크리트와 단열재 접합부위의 온도가 떨어지고 온도차에 의한 결로가 발생된다. 이 경우 실내에 곰팡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외단열을 하게 되면 시공이 어렵고 공사비가 올라가는 단점이 있지만, 열교현상과 결로현상을 줄일 수가 있고 열효율이 훨씬 좋아진다. 삼환아루누보의 경우 단열층을 형성하기 위해 콘크리트외벽에 10cm의 공간을 띄우고, 글라스울로 단열처리를 한 후에 대기와 직접 닿는 면에 알루미늄 복합판넬을 시공하였다.

 이러한 시공법으로 인해 화재발생시 콘크리트와 글라스울 사이에 형성된 단열공기층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었고, 화재를 급속도로 상층부로 확산시켜 콘크리트에 폭렬(화재시 콘크리트가 열을 받아 파괴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림  . 지상으로 떨어진 알루미늄 복합판넬
ⓒ그림  . 지상으로 떨어진 알루미늄 복합판넬

 

드라이비트(Dryvit)를 외단열재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알루미늄 복합판넬보다 더 문제가 심각하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폴 단열재 위에 유리섬유망을 씌우고 시멘트 모르타르를 시공한 것으로, 화재에 매우 취약하여 화재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건축재료이다.

 2015년 1월 10일에 발생해 5명이 사망한 '의정부 대봉 그린아파트 화재'가 가연성 드라이비트를 시공한 아파트였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2012년 3월 건축법에서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에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하였고, 2015년 10월 그 대상을 6층 이상의 건축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전국  555개의 고층건물 중 40%에 해당하는 227개동이 2012년 건축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것이다.

이들 건축물은 앞으로 언제든지 여전히 삼환아르누보와 같은 화재가 날 수 있는 화약고와도 같다.  

 

ⓒ그림  . 드라이비트의 구조
ⓒ그림  . 드라이비트의 구조

2. 스프링클러

 2017년에 발생한 런던의 그렌펠타워 화재당시 사망자는 무려 392명에 달했다. 그렌펠 타워의 외장재도 삼환아르누보아파트와 같은 알루미늄 복합판넬로 시공되었다. 당시 그렇게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한 이유중 하나가 스프링클러설비의 미설치였다. 

 

ⓒ그림 . 그렌펠타워 화재
ⓒ그림 . 그렌펠타워 화재

 그렌펠타워는 노후되어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저소득층이 사는 임대아파트였기 때문에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그렌펠 타워사례에서도 볼수 있듯이 스프링클러는 화재 시 초기에 소화할 수 있는 대단히 효과적인 수단이다.

 

 부산 우신골든 스위트 사고 이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프링클러의 설치를 16층에서 11층 이상인 모든 건물로 확대되었지만 ,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었다고 모두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삼환아루누보아파트의 경우 화재발생전에 소방작동기능점검을 받아 스프링클러설비의 알람밸브의 문제점을 지적받았던 이력이 있었다.  또한 화재시 발생한 정전으로 인해 저층부에서 고층부로 소방용수를 공급하는 소방펌프가 작동되지 않아 소화용수의 부족이 발생하였다. 비상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3. 피난안전구역

ⓒ그림  피난안전구역의 설치기준/리스크랩연구소 이미지
ⓒ그림  피난안전구역의 설치기준/리스크랩연구소 이미지

  초고층 건축물은 피난이 용이하지 않아 2012년 1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피난안전구역의 설치근거 및 기준이 추가되었다.

 

 피난안전구역이란, 초고층 건축물에서 화재 등 재난 시 대피할 수 있도록 ▲방화구획, ▲배연설비, ▲특별피난계단 및 비상용승강기, ▲급수전, ▲조명설비, ▲경보 및 통신시설 등을 설치하여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인 경우 30층마다 1개소 이상,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인 경우 정중앙 해당층 ± 5개층 내에 1개소 이상을 설치한다.

 

ⓒ그림  15층 피난안전구역
ⓒ그림  15층 피난안전구역

 삼환아르누보아파트는 피난안전구역의 관한 규정이 제정되기 전인 2009년 4월 4일에 준공된 건물이다. 따라서 피난안전구역의 설치대상은 아니나 15층을 피난안전구역으로 사용해왔다.

 피난안전구역은 내화구조로 방화구획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윗층과 아래층에 단열재를 설치하고 식수공급을 위한 급수전과 배연설비, 예비전원에 의한 조명설비, 비상용승강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

 

 비록 설치의무가 아닌 자진설비라 할지라도 피난안전구역으로 사용하려면 법규정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본 화재사고는 15층에 설치된 피난안전구역이 오히려 화재를 확산시키는 통로가 되었다.

 언론보도에 나오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앞쪽에서 발생한 화재가 건물 뒷편으로 연소확대된 이유에 대해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그 매개체는 15층에 설치된 피난안전구역이었다. 

 피난안전구역은 내화구조로 방화구획하고 윗층과 아래층에 단열재를 설치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에 천장 마감재로 쓰인 것은 SMC (Sheet Molding Compound) 였다.

 SMC는 열경화성 합성수지이나  400~500℃에서 용융되어 구멍이 생기고, 산소가 공급되면서 급격한 폭열현상이 발생한다. 2015년 5명이 사망한 의정부 대봉 그린아파트 화재, 2017년 29명이 사망한 제천화재에서도 모두 천장마감재로 사용되었던 건축자재였다.

 

최근 법규강화로 피난안전구역, 필로티 천장 등에는 사용되지 않아야 하는 재료이다.

 

ⓒ그림  SMC(Sheet Molding Compound)
ⓒ그림  SMC(Sheet Molding Compound)

 

4. 직통계단, 특별피난계단 

 고층건물은 피난에 취약하므로 건축법에는 피난층 이외 층에는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거실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이상인 경우 직통계단을 2개소 이상 설치해야 한다. 이는 화재로 인해 한쪽으로의 출구가 사용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

 직통계단(direct stairs)이란 건물의 모든 층에서 피난층이나 지상으로 직접 연결되는 계단이다. 특별피난계단은 거실에서 부속실을 거쳐 계단실로 연결되는 계단이다. 화재발생시 피난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속실에 양압을 걸어 연기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한다.

건축법에 의하면 11층이상, 지하3층 이하인 건물에는 의무적으로 특별피난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그림  특별피난계단/리스크랩연구소 이미지
ⓒ그림  특별피난계단

5. 피난용 승강기

 미국 911테러를 기점으로 초고층 건축물에서는 피난시간의 단축이 매우 중요해졌고, 화재가 발생한 층을 중심으로 피난안전구역과 대피층만을 왕복 운행하는 피난용 승강기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국내의 경우 2013년 3월 고층건축물에 설치하는 승용승강기 중 1대 이상은 피난용승강기의 설치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하도록 규정하였지만, 30층 이하 공동주택은 면제되었다. 그러나 2018년 4월 17일 법이 개정되어 기존에 제외되었던 준초고층 공동주택도 이제는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6. 발코니 확장 문제

오늘날 아파트화재를 취약하게 만든 것은 국토부의 책임도 크다. 2005년 건교부는 아파트 발코니 확장규제를 실효성 없다고 판단했다. 소방방재청은 발코니는 화재가 위층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유사시 대피장소로 활용되는 공간이라며 이에 극렬이 반대하였지만,  2005년 12월2일 전격적으로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시켰다. 대신 대피공간 및 경계벽 설치를 의무화했는데 사실 실효성은 없는 조치였다.

 아파트 화재에서 상충부로 화재확산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방화구획이다.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 하는 바람에 창문을 통한 상층부연소가 빨라져 공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건물구조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금번 사고도 발코니가 있었더라면 소방대가 출동할 때까지 상층부로 연소 확대되지 않고 막아 주었을 것이다. 


소방대의 활약​

 당시 건물안에는 수백명의 사람이 갇혀 있었다. 하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고, 화재규모에 비해 인명피해가 적었다. 그 이유는 소방관들의 신속한 대응 때문이었다.

 소방대는 화재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주민들을 28층의 피난층과 옥상층으로 대피하도록 알렸고, 대피한 이들을 3시간만에 모두 구조하였다.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개별 호실에 일일이 들어가 불을 끄면서 인명 수색과 구조를 진행하였다. 한 소방대원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주민을 33층부터 1층까지 업고 내려왔다. 


고층건물 화재시 대처요령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탈출해야 한다.

문을 열 때는 함부로 열지 말고, 손등으로 문의 온도를 확인하여 뜨거우면 절대로 열지 말고 다른 통로를 찾아봐야한다.

 엘리베이터는 절대로 타지 말아야 한다. 굴뚝효과로 인해 엘리베이터 개구부는 연돌처럼 연기가 가득차 있고, 정전으로 인해 내려오는 도중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비상전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 시에도 동작을 하나 이는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용이므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면 탑승하지 말아야 한다. 
 

리스크랩연구소 홈페이지링크:

http://www.risk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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