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성수대교가 붕괴된지 채 두달도 안된 1994년 12월7일 오후 2시50분, 서울 마포구 아현 1동 도로녹지공원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아현동 가스공급기지 지하실에서 폭발이 발생하였다. 지하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지하철 공사에 사용되는 복공판 3장이 인근 고려아카데미빌딩 15층 높이까지 올라간 뒤 떨어졌고 높이 50m의 불기둥이 치솟았다.

 

폭발이 일어난 가스저장소 위에 조성된 도심공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폭발에 따른 충격으로 반경 300m 이내에 있는 건물들의 유리창이 모두 깨졌고, 건물들은 75동이나 전소되었으며, 폭발장소에는 5∼6m 깊이의 웅덩이가 생겼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차 80여대가 출동해 진화 작업에 들어갔는데 진화를 위해 투입된 인력만 491명이었고, 펌프, 조명차, 헬기 등 장비 107대가 투입되었다. 
 

ⓒ1994년 12월 7일 불기둥이 치솟고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현장/ 출처- 한국일보 1994.12.7 자료사진
ⓒ1994년 12월 7일 불기둥이 치솟고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현장/ 출처- 한국일보 1994.12.7 자료사진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인구밀집지역이었지만 대부분이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폭발이 발생했기에 망정이지 야간에 발생하였다면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고는 12명의 사망자와 50여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사고로 인해 전기와 가스의 공급이 중단되었고 전기와 가스 공급은 3일과 10일 후가 되어서야 재개되었다.

 

아현동 가스 공급기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도 수 많은 가스사고가 있었다. 

▲74년 11월 16일 = 서울 응암동 남찬가스 서부저장소 폭발, 30명 중상
▲78년 10월 16일 = 서울 현대아파트 가스폭발, 12명 부상, 1백12가구 파손
▲78년 10월 22일 = 서울 명동 LP가스 폭발, 재산피해 1백41억원
▲81년 12월 26일 = 서울 대한화재보험 지하식당 가스폭발, 3명 사망, 1백30명 부상
▲85년 05월0 6일 = 서울 마포.서대문구 14개동 도시가스 연쇄폭발, 가옥 20채 파 손
▲90년 07월 22일 = 경남 울산시 유공에틸렌공장 부탄가스 저장탱크 폭발, 재산피해 1억원
▲92년0 2월 24일 = 광주 해양도시가스 저장탱크 폭발, 9명 중상
▲93년 11월 09일 = 전남 여수시 삼성전자판매장 LP가스 폭발, 20명 부상
▲93년 11월 29일 = 경남 울산 현대미포조선소 LP가스 운반선 폭발, 10명 부상
▲94년 01월0 9일 = 광주 무등주유소 LP가스 폭발, 3명 사망, 5명 부상
▲94년 04월 27일 = 전남 나주군 신진냉동 가스 폭발, 5명 사망, 2명 부상
▲94년 08월 30일 = 서울 도봉2동 4층 건물 LP가스 폭발, 5명 사망, 2명 부상
▲94년 12월 7일 = 서울 아현동 가스중간기지 폭발, 12명 사망, 1명 실종, 65명 부상, 이재민 6백여명

 

ⓒ가스폭발현장
ⓒ가스폭발현장


도시가스(LNG)

전국 도시가스 공급망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등 두가지가 있다. 서울시민들이 사용하는 도시가스는 LNG로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한 후 전국 도시가스회사에 나눠주고, 이들 회사는 각 가정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의 경우 6개 LNG회사( 예스코(구 극동도시가스), 대륜E&S(구 한진도시가스), 삼천리, 인천도시가스, 귀뚜라미에너지(구 강남도시가스), 코원에너지서비스(구 대한도시가스)가 지역을 나눠 담당하고 있다.

 

주로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 수입되는 LNG는 특수제작된 LNG선에서 -12℃도로 보관해 국내에 들여오게 되는데 수입된 가스는 가스공사 평택 인수기지에 도착해 통상 1주일 정도 보관된다. 인수기지에서는 액체상태의 LNG를 5℃로 기화시키고 70㎏/㎠의 압력을 가해 8,400㎞에 달하는 가스관을 통해 전국 29개 가스공급기지로 보낸다. 가스공급기지에 도착한 LNG는 가스압력을 8.5㎏/㎠로 낮춰 도시가스회사에 공급한다.

 

도시가스회사는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받아 가스압력을 8.5㎏/㎠에서 2.5㎏/㎠정도로 다시 낮추고 다시 지역정압기로 0.023㎏/㎠까지 감압하여 가정으로 보낸다. 아현동 가스공급기지는 평택인수기지로부터 수송해온 가스를 압력을 낮추어 서울도시가스(주)와 극동도시가스(예스코)로 공급해주는 곳이었다.

 

가스공사측이 가스누설점검을 한 지점은 평택인수기지로부터 수송해온 가스를 서울도시가스와 극동도시가스로 공급해주는 주배관이다. 아현기지는 평택기지에서 고압 상태로 송출받은 가스의 압력을 낮춰 가스회사를 통해 가정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고원인 
한국가스공사 경인관로사업소는 계량라인의 이상으로 계량수율이 떨어져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한국가스기공(주)에게 계량라인 점검을 지시했다. 한국가스기공(주)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내 10개 가스공급기지를 특별점검하였고 1994년 12월 7일 오전, 8번째로 아현동 가스공급기지의 점검을 실시했다.

 

오후 12시경 한국가스기공 직원 3명은 퍼지용 고무호스와 유량기, 유압기를 갖고 아현가스기지에 도착했고,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작업에 들어가려 했지만, 서울도시가스와 극동도시가스 직원 3명이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상주하던 청원경찰 박범규(31)와 함께 지하기재내 계기실로 들어갔다.

 

5평 규모의 이 계기실은 가스공급기지의 콘트롤 센터로 지하기지로 내려가는 계단입구에 있고 그 옆에는 전기실과 축전지실이 있다. 계기실에는 가스의 압력과 유량,경보등을 전용회선을 통해 안산 중앙통제소로 송신하는 원격계량통제기(TMTC)와 단말기 역할을 하는 유량기록기,비상용 전화등이 설치되어 있다. 

 

오후 12시 10분쯤 한국가스공사 소속 청원경찰 박범규가 기지 주변에 모닥불이 있어 위험하다고 경인관로 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통제과장 이동열에게 작업 중단을 건의했고, 서울도시가스 직원인 진상운도 소속회사 계기관리과장인 탁운기에게 작업중단을 건의했지만 이런 요청은 묵살된다. 결국 한국가스기술공업 직원 2명과 서울도시가스 직원 2명, 공사감독 1명 등 7명이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리피스 계량기를 교체하기 위해 계량기 양 끝에 있는 수동밸브를 손으로 잠그고 계기실에 있는 버튼으로 진동밸브를 잠그고 배관에 남아 있는 가스를 빼내기 위해 퍼지밸브를 열었다. 오리피스 유량계를 교체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30여분정도였다.

 

매뉴얼대로라면 퍼지밸브에 고무호스를 연결하여 배관에 남아 있는 가스를 외부로 내보내야 하지만 작업자들은 배관에 남아 있는 가스가 소량이기 때문에 호스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내보냈다.(이것은 퍼지에 사용하는 고무호스가 작업장소에서 5∼6m 떨어진 극동도시 가스 출구배관에 사용되지 않은 채 감겨있었던 현장모습으로 추정이 가능하다)하지만 유출되는 가스의 양이 매우 많았다. 

 

오후 2시 11분 가스가 유출되기 시작하자 안산 중앙통제소의 경보장치가 울리기 시작했다. 중앙통제소측은 하루에도 3천여회씩 울려대는 경보에 익숙한 탓에 아현기지로 부터 전화를 통해 "가스를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작업반의 말에 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곳을 지나던 행인들이 심한 가스냄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작업자들은 유량계 교체를 완료했지만 평소보다 심한 가스냄새가 나자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고, 작업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가스가 계속 유출되자 서울도시가스 진상훈은 마지막순간까지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계기과장인 탁운기에게 전화를 걸어 폭발직전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가스는 이미 대량으로 유출된 상태였고, 유출된 가스는 점화원에 의해 발화되었다. 전화가 끊긴지 2분만인 오후 2시50분께 "꽝"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연쇄폭발이 이어졌고, 두께가 30-50㎝에 달하는 기지의 콘크리트 상판이 지하기지에 있던 작업자들을 덮쳤다. 이들 7명은 지하 계기실에서 모두 숨진채 발견되었다. 가스누출의 원인은 서울도시가스로 연결된 3개의 가스 배관중 전기로 작동하는 전동밸브 1개가 완전히 닫기지 않은 대형 전동밸브의 결함때문이었다.

 

문제가 된 전동밸브는 1991년 8월 삼흥기공이 만든 지름 12인치짜리 볼 밸브였다. 국과수 검증결과 이 물질이 낀 전동밸브가 열려있어 30~40분동안 가스가 160평 기지 내에 가득차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나자 가스공사측은 안산 중앙통제실에서 원격 조종을 통해 합정과 군자기지간 17㎞구간의 밸브를 잠근뒤 관안에 남아있던 가스를 배출했다. 작업자들은 수동밸브와 전동밸브 사이에 남아 있던 가스의 양으로는 누출되어도 폭발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일에 대비하여 매뉴얼대로 퍼지호스를 연결하여 가스를 외부로 빼내었어야만 했다. 

 

 

책임자 처벌
검찰과 경찰은 한국가스공사 경인관로사업소의 서울 분소장 김광수씨를 불러 사고당일 아현기지내 작업에 안전관리 요원을 입회시키지 않은 이유를 추궁했다. 서울지검 형사3부는 사고당시 가스누출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작업중단 또는 가스공급 차단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국가스공사 중앙통제소 통제1과장 이동열(48)등 관련책임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동열은 사고당일인 지난해 12월7일 안산시 중앙통제소 지하 1층 통제실에서 수도권및 중부권 지역에 송출하는 도시가스 공급망 감시및 통제임무를 수행하던 중 오후 2시 11분께 통제실내 감시컴퓨터상에 가스누출사실이 표시되고 경보가 울렸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였다.

 

1995년 4월 25일 서울지검 강력부는 한국가스공사 경인관로 사무소장 이일성(50)과, 한국가스기술공업 수도권 사업소장 공중규(44)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했고, 한국가스공사 중앙통제소1과장 이동열에게 금고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위험한 도시가스를 다루면서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였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 12명등 50여명의 사상자와 수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내는등 엄청난 불상사를 초래한 만큼 중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사고이후
아현가스정압기지 폭발사고는 도시가스의 안전관리체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아현동 가스공급기지가 서울도심지역 주택가 한복판에 설치되어 있는데다 하루 1060t의 가스를 공급하는 큰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상근자는 3명에 불과해 3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가스기술공업은 경비 절감 차원에서 안전관리 조직과 품질관리 인력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 현장에 안전관리원과 공사감독자를을 파견하지 않았고 자격없는 작업자가 작업에 참가했다. 

 

한국가스공사측은 가스관 밸브에서 가스가 새고 있는 사실을 포착하고 폭발이 발생하기까지 조치를 취할수 있는 시간이 40분이나 있었지만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경보장치가 작동하고 가스폭발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에 대피 안내방송도 나가지 않았고, 경보작동과 동시에 소방차가 출동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가스밸브의 검사방식도 문제였다. 지름20cm 이상의 대형밸브는 검사해 줄 기관도 또 의무규정도 국내에는 마련돼 있지 않아 가스공사에서 자체적으로 점검을 실시했을 뿐이었다. 또한 가스누출 등의 긴급상황이 지하에서 발생했을 경우, 해당 지역 지하매설물의 정확한 위치와 현황을 표기한 도면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아현기지 도시가스 폭발사고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안전작업승인서 운영 및 확인 등이 소홀했다. 
2. 위험작업임도 불구하고 작업허가서가 발행되지 않았다
3. 작업자들이 작업매뉴얼 및 안전작업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4. 위험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안전성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5. 사고부위 기자재의 및 설비에 문제가 있었지만 정기적인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6. 작업에 대한 정비·운영·통제부서간 업무협조가 미흡하였고 안전관련 인력이 부족했다. 
7. 위험작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없어 작업을 지휘하는 관리감독자와 안전관리자가 배치하지 않았다. 

아현동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하고 5달도 지나지 않은 1995년 04월 28일 사망자가 101명 부상자가 202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가스폭발사고가 대구에서 다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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