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장 근로자 건강관리의 질과 효율 향상 위해 산업보건관리체계와 일반건강관리체계의 통합적 관리 필요
-건강보험공단의 표준일차의료모델 중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인 '사업장 주치의 모델'도 가능
-사업장보건관리, 의사, 간호사, 산업위생사등과 함께 '주치의팀'으로 접근 필요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사업장은 산업보건활동의 기반이며 가장 중요도가 높은 곳이다. 사업장에는 건강진단 및 작업환경 측정결과 등 많은 자료들이 산재되어 있다. 산업보건전문기관 역시 보건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로자의 개인정보부터 사업장 작업환경정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얻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근로자의 효율적인 건강관리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않을까? 필자는 산업보건관리체계와 일반건강관리체계가 이원화되고 분절화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업장 근로자 건강관리의 질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료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업장 건강정보의 수집-관리-평가-대책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현 보건관리대행이 단지 의사, 간호사, 산업위생사의 사업장 방문횟수로 시행여부를 판단하는 규정 때문이다. 이것이 산업보건관리체계를 취약하는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1997년 IMF 이후 30여년이 지났어도 이런 부실한 산업보건관리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직업성질환의 발생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감시에 참여하는 인력과 감시를 위한 의료정보관리체계가 중요하다.
감시에 참여하는 인력은 어떤 상태일까? 우선, 산업의 선임은 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리고 보건관리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선임되어 있으나, 50-300인 사업장은 보건관리전문기관에 위탁되고 있다. 감시에 활용되는 산업보건정보관리체계는 구축되지 않고 있다.
정리하자면, 제한적이나마 감시에 참여하는 인력들이 있지만 정보의 제한으로 각 근로자의 건강위험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의사 간호사 산업위생사의 정기방문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다수의 근로자들이 고용되어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위해 근로자건강센터가 있지만, 예산과 인력 배치가 미미한 수준이라 사실상 영세사업장 대부분이 산업보건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성질환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정보관리체계와 함께 산업보건의 기본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근로자들이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산업보건체계에 들어오더라도 산업보건체계 내에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지 근로자의 산업보건서비스를 용이하게 하는 절차상의 개선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산업보건체계 안의 순환고리를 만들어 산업보건 자체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이기도 하다.
현행 산업보건사업체계는 예방, 치료, 보상, 재활이 서로 단절되어 있다. 이 떄문에 근로자 특수건강진단, 산업재해보험의 효율적인 이용이 어렵다. 현재의 3분형 산업보건체계는 산업보건사업내 예방과 재활, 보상과의 연계를 만들어주는 2분형 산업보건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 산업보건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2)기존 산업보건기관 사이에 유기적인 의뢰관계를 구축하고, 3) 일반의료체계와도 연계망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유소견자의 추적관리 및 치료, 건강증진, 질병 보상 상담, 작업현장 개선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3분형 산업보건체계와 2분형 산업보건체계는 <문옥륜 외: 산업보건서비스체계의 효율적 관리 방안에 관한 연구(보건행정학회지, 1994)>에서 살펴볼 수 있다. 3분형은 산업보건체계, 일반보건의료체계, 산재보험이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2분형은 산재보험과 산업보건서비스를 통합되어 있고, 일반보건의료체계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체계이다. 2분형 산업보건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의 상호재해보험연합회(Berufsgenossenschaften)이다.
사업장보건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 근로자 2,000명 이상 사업장은 산업의 선임을 의무화하고, 300이상 사업장과 보건관리대행이 이루어지는 50인-300인 사업장은 직업환경의학전문의들이 사업장 주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은 지역의 일차의료 의사들이 직업환경의학 의사의 지원을 받아 사업장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추진하는 표준일차의료모델 중 하나로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장 주치의 모델도 가능하다. 사업장보건관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간호사, 산업위생사등과 함께 주치의팀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산업정보관리체계가 구축되고, 지금의 행위별 수가제가 아닌 등록관리가 결합된 지불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지금의 방문횟수 정도의 과정 지표 뿐만 아니라, 주요 만성질환의 유병률, 조절률, 직업성질환 발생률, 소요된 의료비 등을 성과지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업장 보건관리체계의 효율성 분석을 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산업보건의 발전수준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산업보건분야에도 의료전달체계를 새롭게 구축할 때가 되었다.
지역사회에서 5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위해 일차의료의사가 사업장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사업장 주치의에 대한 교육이 중요해진다.
이제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대한예방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와 손잡고, 지역사회 일차의료의사 대상으로 영세사업장 주치의 교육을 시작하는 것을 제안드린다.
더 많은 근로인구를 대상으로 좀더 접근하여 산업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일차보건의료를 통한 사업이 여러 국가에서,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명백해서 쉽게 알수 있다.
첫째, 현재의 산업보건서비스체계에서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받는 인구가 아주 적다는 점이다. 미접근 대상 인구(underserved population)가 소규모 영세공장,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중에 많다.
둘째, 근로와 건강의 관계는 매우 특수전문화된 기술로 알수 있는 면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그렇지 않고 일차의료를 통하여 관리할 수 있다.
셋째. 보건의료는 값이 비싼 상품이며 따라서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속에, 낮은 일차의료서비스의 질, 급격히 증가되는 의료비로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2023년에 의료비가 전체 GDP의 10%에 이르렀다. 이는 OECD 의료비 부담 수치를 벗어나게 되는 것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건강보험이 적자의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이제 건강취약그룹의 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현재의 건강보험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일차의료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환자중심의료 구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무엇보다 행위별 숫가제에서 등록관리가 가능한 혼합형 숫가제로 지불제도가 개편될 예정이다. 이는 사업장 주치의제가 시행되는 기반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사업장 보건관리에도 큰 변화가 가능하다.
※ 임종한 교수 약력
현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사회적가치경영연구원 이사장,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한국커뮤니티케어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 환경정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전)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가장 인간적인 의료', '주치의가 답이다'. '참좋은 의료공동체를 소개합니다', '아이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외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또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주치의 임종한의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주치의 임종한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ekeepe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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