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모터바이크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기분전환좀 할겸 여기저기를 다니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제부도를 갔다. 제부도 남동쪽 끝에 있는 매바위공원에는 바닥에 재미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직접보면 2차원 그림이 확실하지만 사진을 찍어서 보니 실감나는 3차원이었다. 10년전 부터 해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3차원 그림들이 이제는 한국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수가 있다. 이러한 3차원 그림들은 인간의 착시현상을 이용한 그림이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들판에서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살아왔기에, 환경에 대한 정보를 시각을 중심으로 파악하는데 익숙하다. 물체가 발하는 신호를 눈으로 인지하고 뇌로 전달하여 뇌에서 재구성한 세계를 실제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재하는 세계와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인간은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얻지만 사실 시각은 그리 신뢰할만한 감각기관은 아니어서, 사물을 보는 시각은 매우 불완전하여 사물을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인지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제주에는 눈으로 보면 분명히 오르막길이지만 실제로는 내리막길인 도깨비 도로가 있다. 이와같은 도로는 제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안양에서 판교로 가는 길에도, 세종시 비암사 입구에도 , 제천시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의 경찰청 캠프장앞에도 있다. 인간에게 이러한 착각이 발생하는 이유는 주변의 지형과 숲의 나무 등과 같은 배경들이 눈에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물을 본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받아드린 신호를 시신경으로 감지하고, 그 정보를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처리하여 뇌에서 재구성한 복제품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의심하였다. 물속의 막대기가 굽어보이는 것처럼 감각기관이 사물을 그대로 지각하기 보다는 왜곡하여 지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대 그리스시대에 유출설(extramission theory)과 유입설(intromission theory)이 있었다. 유출설은 관찰자의 눈에서 광선이 뻗어나가 물체에 도달하는 순간 그 물체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고, 유입은 물체에서 원자들이 발산되어 주위의 공기에 그 형상을 만들고 이 형상이 눈에 들어와 보게 된다는 것이다. 즉 감각이 일어날때 무엇인가가 밖에서 들어오냐, 안에서 나가느냐에 따라서 이들은 유출설과 유입설로 구분했다.
그렇다면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사물을 볼수 있는 원리를 살펴보자. 여기에 빨간 사과가 있다. 이 사과는 원래부터 빨간색이어서 빨간 색깔을 내뿜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눈에서 사과에게만 빨간색 광선을 쏘아서 사과가 빨갛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태양으로 부터 온 빛은 사과에 부딪히고 사과는 빨주노초파남보라는 가시광선 중에서 빨간색을 제외하고는 모두 흡수하고 빨간색만 발산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과를 빨간색으로 감지한다. 빨간색은 가시광선 중에서 파장이 가장 긴 색깔이다.
우리 눈은 파장이 가장 긴 빛을 잘 감지하며 파장이 짧아질수록 감지가 힘들다. 만약에 사과를 초록색 셀로판지로 가리고 사과를 본다면 사과는 무슨 색일까. 초록색 셀로판지가 초록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초록색을 제외하고는 모두 흡수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과가 발산하는 빨간색은 셀로판지에 흡수되어 까만색으로 보이게 된다. 겨울에 내리는 눈이 흰색으로 보이는 이유도 이와 같다. 눈은 모든 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시키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흰색으로 보이게 된다.
사실 우리가 인간의 시각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 일이다. 야구경기장에는 그물망이 설치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색깔들이 녹색이었다. 이 그물망이 녹색인 이유는 야구가 국내에 도입될 당시 그라운드와 색깔이 비슷한 녹색 그물망이 관중들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했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녹색 그물망을 사용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검은색 그물망을 사용한다. 검은색 그물망은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입장에서 녹색 그물망에 비해 훨씬 보기 편하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은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녹색 그물망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광격을 목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야구장의 그물망을 검은색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야구장의 그물망이 검은색이다.
사실 검은색은 색이 아니다. 검은색은 빛이 전혀없음을 나타낼 뿐이다. 꽃중에서 검은색 꽃이 없는 이유도 자연계에서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할수 있는 색소를 가진 꽃은 없기 때문이다. 눈은 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빛이 없는 것은 감지가 힘들다. 자동차 추돌사고를 잘 살펴보면 대부분의 받히는 차들의 색깔은 검은색 차량이 많은데 그 이유도 이와 같다.
인간의 불완전한 감각기관인 눈은 여러가지 사고를 유발한다. 착시현상은 실제 작업장에서 작업자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사고 발생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리나 깊이, 모양 등에 대한 착시로 인해 발을 헛디뎌 추락하기도 하고, 기계를 오조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업장에서 이러한 종류의 휴먼에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착시현상을 고려한 안전설계가 필요하다.
사실 착시현상으로 인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는 교통사고이다. 아래의 그림들을 살펴보자. 왼쪽의 그림에서 두개의 사각형의 윗변의 길이는 모두 같지만 위쪽이 커보이는 크기의 착각이 발생하고 오른쪽의 그림은 세 기둥의 길이가 같지만 우측의 기둥이 더 커보인다. 그 이유는 기하학적 착시와 원근착시 때문이다.
인간은 사물을 볼때 따로 분리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 상호관계를 통해 본다. 멀리있는 것은 작게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데 모두 그 크기가 같다는 것은 우측에 있는 기둥의 크기가 실제로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속도로에서 갓길에 정차된 차량이 크게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자동차의 사이드 밀러의 경우 운전석쪽의 거울은 평면거울이, 보조석쪽의 거울은 볼록거울이 사용된다. 오른쪽 거울의 사각이 더 크므로 이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볼록거울은 사각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사물이 실제보다 작게 보이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거울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앞에 가고 있는 차도 큰 차의 경우는 실제보다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작은 차는 더 멀리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작은 차가 앞에 가고 있는 경우에는 주의해서 운전해야 한다. 터널에서는 후미등이 밝은 차량은 가깝게 느껴지지만, 어두운 차량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후미등이 나가거나,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는 차량은 터널에서 추돌되기 쉽다.
위의 그림에서 두개의 직선은 모두 휘어져 보이는데 운전자들은 주변환경에 따라서 직선도로가 곡선으로 보이기도 하고, 곡선도로가 직선으로 보이기도 해서 과속을 하는 경우 사고로 이어질수도 있다. 또한 터널이나 고속도로에서는 주행속도가 느리게 느껴져 과속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도로주변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없기 때문에 체감속도가 낮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러한 착시현상은 교통사고의 원인들로 작용하지만 착시현상을 이용하여 교통사고를 줄일 수도 있는데, 스쿨존 등에서 착시 효과를 이용해 운전자의 서행을 유도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한 운전자가 어느 학교앞을 지나가다가 도로에 기둥들이 솟아있는 것을 보고 깜짝놀랐다. 그런데 차량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다가가보니 실제 기둥이 아니라 도로 바닥에 그려진 3D그림이었다. 그 장소는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횡단보도에 3D로 그림을 그리자 교통사고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리스크랩연구소 홈페이지링크:
http://www.risk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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