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생성 책임자: 김희경), gam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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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하수처리장 설계에서 ‘계획일최대하수량’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입 유량의 시간별 변동성을 무시한 채 기준만 따르는 설계는 수질 초과, 시설 보완, 책임 논쟁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하수 유입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유량 균등화 등 추가적인 기술적 판단을 더하는 것이야말로 엔지니어의 역할이다.

 

 

기준을 따른 설계,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이번에도 그런 질문을 받고, 하수처리장 설계와 관련된 중요한 원칙 하나를 설명하게 되었다. 하수처리장 시설 용량은 ‘계획일최대하수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하루 최대 하수량이 1,000㎥라면, 시설 용량을 ‘1,000㎥/일’로 설정한다.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약 42㎥의 처리 용량이 나온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설계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 유입되는 하수량은 24시간 내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하루 총 유입량은 1,000㎥로 기준에 부합한다. 그러나 특정 시간대에 유입량이 시간당 84㎥까지 급증하고, 이러한 상황이 몇 시간씩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시간 동안에는 처리 용량이 부족해져서 처리수의 수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적 논쟁이 발생하곤 한다. 설계자나 시공사 측은 “국가 설계 기준에 따라 시설 용량을 계획일최대하수량으로 설정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 발주처는 “하루 총 유입량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는데도 보증 수질을 넘겼다면 설계자와 시공사의 명백한 과실”이라고 맞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결국 수질 기준을 초과했다면 시설 보완이 필요하고, 추가 비용과 함께 법적 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유량 균등화, 기준을 넘어서는 설계의 조건

새로 건설하는 하수처리장의 경우, 계획 하수량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초기에는 유입량이 적어 여유가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반면, 이미 용량이 꽉 찬 기존 하수처리장을 개량하는 경우는 다르다. 예를 들어 운영 중인 시설에 응집침전시설을 추가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시설의 용량도 1,000㎥/일, 즉 시간당 42㎥이다. 그런데 실제 유입량이 시간당 84㎥까지 증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유 없는 상태에서 문제는 곧바로 드러난다. 수질 초과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기준 수치가 아니라, 시간별 유입량의 변화 폭이다. 이처럼 변화 폭이 클 경우, 유입량을 평준화시켜주는 ‘유량 균등화 시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차라리 시설 자체를 더 크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유입량이 적은 시간대를 고려하면 그 방법은 비경제적일 수 있다. 어떤 방식이 최선일지는 현장 조건과 경제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

 

 

유량 균등화, 기준을 넘어서는 설계의 조건

결국 설계 기준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기준만으로 충분하다면, 굳이 엔지니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기준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실의 변수에 대응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설계가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 바로 그 판단이 엔지니어의 전문성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기술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는 지점이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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