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6월 14일 오전 2시 33분, 부산 연제구의 한 거리에서 30대 여성이 맨홀 안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부산에는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수압으로 맨홀 뚜껑이 들썩였다. 지나가던 차량이 뚜껑을 밟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뚜껑이 완전히 이탈한 것이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시민과 인근 상인들이 이를 목격해 여성을 무사히 구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장마철만 되면 도로는 하수도 맨홀 때문에 지뢰밭으로 변한다. 2022년 서울 강남 폭우 당시 개방된 맨홀 뚜껑으로 남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예년에 비해 더 많은 비가, 더 오랫동안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맨홀 뚜껑 개방 사고는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맨홀 뚜껑은 왜 열릴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수관로로 흘러가야 할 하수가 역류하면서 뚜껑을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수가 역류하지 않게 하면 되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가장 큰 원인은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강우량이다. 하수관로는 일정한 강우량까지 처리할 수 있는 크기로 설계되지만, 그 이상 비가 내리면 관로는 빗물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 사람도 과하게 먹으면 역류하듯, 하수관로도 처리 용량을 넘어서면 가장 약한 맨홀로 역류해 뚜껑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설계 강우량 이하인데도 뚜껑이 열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하수관로 내부의 물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다양하다. 관로가 파손되거나 내려앉으면 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혀 하수가 정체된다. 틈이 생겨 외부에서 토사가 흘러들어오기도 한다. 측면에서 관로를 접합하면서 지나치게 깊게 밀어 넣어 통수 단면이 줄어드는 사례도 많다.
가로수의 나무뿌리가 관로 내부로 자라 들어오거나, 상수관·가스관 같은 다른 시설물이 관로를 가로지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전주가 관로 위에 설치돼 있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관로 접합 각도가 잘못되어 물이 서로 충돌하거나 역방향으로 흐르게 만든 잘못된 설계도 흔하다. 우수관로 맨홀에 인버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하수관로가 막히거나 손상되면 맨홀로 하수가 역류하고 뚜껑이 열릴 수밖에 없다. 모든 원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제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인 대안은 뚜껑이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하수가 역류해 뚜껑이 열려도 보행자가 추락하지 않도록 맨홀 뚜껑 아래에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모든 맨홀에 설치하면 좋겠지만 예산이 한정적인 만큼 저지대 지역, 상습 침수 지역, 노후 관로가 많은 지역, 관경이 크고 깊이가 깊은 구간부터 우선 적용해야 한다. 철저한 사전 대비만이 다가올 장마철 맨홀 사고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