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가상 이미지임. 실제 사고 현장이나 관련 시설과 무관함. / 세이프티퍼스트뉴스(생성 책임자: 김단아), FREEPIK AI 활용.
ⓒ[AI 생성 이미지]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가상 이미지임. 실제 사고 현장이나 관련 시설과 무관함. / 세이프티퍼스트뉴스(생성 책임자: 김단아), FREEPIK AI 활용.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미국 노동통계국 BLS에 따르면, 2017년 밀폐공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166명으로 집계되었다. 밀폐공간은 근로자가 들어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지속적인 상주 작업을 전제로 하지 않고 출입구가 제한적이다. 맨홀, 사일로, 반응기, 저장탱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공간에서의 재해는 주로 산소 결핍, 질소에 의한 질식, 독성가스 축적, 폭발성 가스 등 대기 환경 위험에 의해 발생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밀폐공간에서만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질소와 산소 결핍의 보이지 않는 위험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NIOSH는 밀폐공간 사망사고의 60% 이상이 동료를 구하려던 구조 시도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이는 밀폐공간 구조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며, 준비되지 않은 잘못된 구조 시도가 오히려 2차 재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된다. 2020년 여수의 한 화학공장에서 3명의 근로자가 질소 퍼지 작업 중 사망한 사고는 측정 부실과 감시인 부재, 미비한 구조계획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질소의 무색무취한 특성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구조는 사전에 훈련된 구조인력과 체계적 구조계획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감지인 배치, 통신체계 확보, 외부 구조팀과의 연락망 유지 등이 필수적이다. 안전보건공단에서도 밀폐공간 작업 시 구조 계획의 사전 수립을 핵심 안전 수칙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안전관리의 국제적 기준과 한국 법령

OSHA와 CSB는 밀폐공간 안전관리에서 대기환경 측정 및 모니터링 강제환기 체계적 구조계획 출입 허가제 근로자 교육훈련을 핵심으로 제시한다.

 

한국 법령도 동일한 맥락을 가진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20조(환기 등): 사업주는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감시인을 배치하며, 환기·호흡용 보호구·구조용 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의 수립/시행): 밀폐공간 작업 시 허가서를 작성하고, 작업 절차·위험요인·비상연락망을 포함해야 한다.

▶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적 책임을 진다.

 

즉, 밀폐공간 안전조치는 단순히 규정 준수 차원이 아니라 법적 처벌 리스크와 직결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질식 재해 취약 고위험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점검하면서 밀폐공간 안전작업절차 수립여부, 작업자에게 밀폐공간의 위험성과 작업방법을 실효성 있게 교육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여 법 위반 사업장에 과태료 부과를 병행했다.

 

 

원청-하청 간 책임 공백과 법의 강화된 요구

OSHA는 모든 고용주가 밀폐공간 안전규정 준수 의무를 공유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하청 근로자들이 밀폐공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고,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이 형식적으로만 이행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2024년 10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30대 하청 근로자가 밀폐공간인 메탄올 탱크 내부에서 작업 중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밀폐공간 사고에서 하청 근로자가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작업은 하청 근로자가 수행하지만 안전관리 체계와 설비는 원청의 관리감독 하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산소 농도 측정, 감시인 배치, 구조 계획 마련 같은 최소한의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하청은 위험을 떠안고, 원청은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적 공백이 발생한다.

 

HD현대중공업 사고처럼 원청-하청 구조에서 안전관리 책임 공백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직접 겨냥한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않거나, 하청 근로자의 밀폐공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경우에도 법적 처벌을 받는다. 이는 법이 단순히 현장 규정을 강제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차원에서 구조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교육 및 훈련: 마지막 방어선

CSB는 질소의 무색무취성과 산소 결핍의 위험성을 근로자에게 교육하고, 장비 사용법과 구조 절차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밀폐공간의 위험성은 이론만으로는 체감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공단은 2023년 체험실습형 VR 콘텐츠 제작 사업을 통해 밀폐공간 작업을 포함한 사고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해당 콘텐츠는 맨홀, 저장탱크, 정화조 등 밀폐공간에 실제로 들어간 듯한 상황을 구현하여 산소 결핍, 유해가스 노출, 구조 지연 등 치명적 위험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근로자들이 단순히 교육 자료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몸으로 느끼고 대응 요령을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VR 기반 안전교육은 특히 하청 및 신규 근로자처럼 실제 현장 경험이 부족한 집단의 사고 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밀폐공간은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한순간의 방심이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OSHA는 밀폐공간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사고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역시 매년 반복되는 질식사고와 법적 처벌 사례가 보여주듯, 이제는 단순 경고를 넘어선 ‘체계적 안전보건관리’가 필수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명확히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밀폐공간에서 생명을 지키는 길은 분명하다. 측정·환기·감시·구조계획이라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원청부터 하청까지 모든 근로자가 함께 참여하는 안전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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