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고용노동부 수사 결과 발표…화재감시자 부재·감리 부실 등 총체적 안전관리 실패 확인

[세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2월 발생한 반얀트리 해운대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당시 6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수사당국은 원청 시공사 대표 2명을 포함한 총 6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과 부산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4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원청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 대표, 현장소장 등 3명과 하청업체 대표, 현장소장, 작업자 등 총 6명이 구속됐다. 이들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원청 대표 2명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원·하청 현장소장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각각 추가로 적용됐다.

 

부산 지역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원청 대표에게 적용돼 구속까지 이뤄진 첫 사례이며, 전국적으로는 세 번째 사례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하청업체 대표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포함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번 사고를 “예고된 인재(人災)”로 규정하며, 안전불감증과 구조적 관리 부실이 중첩된 사례라고 강조했다.

 

 

용접 불티가 슬리브 통해 낙하…대형 화재로 확산

화재는 지난 2월 14일 오전 10시 51분,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신축 중이던 반얀트리 리조트 B동 지하 1층 피트룸에서 발생했다. 당시 배관 절단 후 아르곤 용접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이 과정에서 튄 불티가 바닥의 슬리브(배관 관통용 구멍)를 통해 아래층 수처리실로 낙하하면서 보온재에 착화됐다.

 

해당 슬리브는 설계 변경으로 실제 사용되지 않던 상태였지만, 막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불은 덕트를 따라 지상층까지 번졌고, 화재 발생 약 6분 만에 복도를 덮은 연기는 1분 후 엘리베이터실 앞까지 확산됐다. 일부 작업자는 대피를 시도했으나 연기에 시야를 잃고 고립돼, 결국 6명이 질식해 숨졌고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감시자 없고 방화포도 미사용…스프링클러는 ‘무용지물’

경찰 수사 결과, 사고 당일 현장에는 8개 하청업체가 화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사고가 발생한 하청업체만 유일하게 화재감시자를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감시자 인건비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불티 방지 조치인 방화포 사용도 이뤄지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층의 건식 스프링클러는 전기 결선이 빠져 있었고, 지상층 습식 스프링클러는 알람 밸브가 잠겨 있어 수동 조작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찰은 “화재 당시 정기 소방시설 점검이 진행 중이었으며, 점검 업체는 스프링클러가 비활성화돼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가장 위험한 지점만 관리 공백이 인명피해 키워...

전체 공사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있었지만, 정작 가장 위험한 구역인 피트룸에는 아무런 관리 인력도 없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구역은 고온 용접과 그라인더 절단이 함께 이뤄진 고위험 작업 구역이었음에도, 예방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작업자들은 슬리브 구조와 하부 연결 구조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덮지 않고 작업을 강행한 점에서 명백한 과실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더불어 숨진 6명은 발화 지점에서 직접 작업하던 인원이 아닌, 인근에서 피신 도중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건물은 경사지에 위치해 지하 3층에서도 외부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지만, 사망자들은 오히려 화재가 발생한 지상 1층 방향으로 이동하다 엘리베이터실 앞에서 고립된 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대피 경로나 발화 지점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화재 감시자 등 현장 인력이 해당 구역에 배치되지 않았던 점이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소방시설 사용승인도 수사 대상…감리·공무원 입건

수사당국은 이번 사고가 단순 현장 관리 부실을 넘어, 공사 승인 및 소방시설 사용 승인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음에도 시공사가 소방시설 사용 승인을 받은 정황이 있다”며 “소방서와 기장군청, 감리업체 관계자들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서류 조작 여부와 형식적 감리 가능성 등도 중점 수사 중이며, 전체 수사는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부 후속 조치…전국 현장 점검 및 위반 사항 153건 적발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난 2월 17일부터 3월 14일까지 전국 1,147개 마무리 공사 현장을 집중 점검했으며, 이 과정에서 총 153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즉시 시정 조치를 내렸다.

 

노동청 관계자는 “정부는 이러한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속적인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측도 “소방시설 승인 과정에서의 서류 조작 및 부실 감리 가능성을 중점 수사 중이며, 관련 공무원과 감리업체 관계자 등도 입건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과 실무자가 마주한 현실…“책임은 문서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실제 시공사 대표가 구속된 드문 사례로, 기업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의 실체가 ‘구체적 실행력’임을 경고하는 계기가 됐다. 실무자 역시 예산, 절차, 인력 배치 등의 ‘실제 작동 여부’가 안전관리의 핵심임을 재확인하게 된 사건이다.

 

특히 감리나 점검, 승인 절차가 서류상 요건을 갖추는 데 그칠 경우, 실질적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 내 안전보건체계 전반의 점검과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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