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이렌/출처-고용노동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달 14일 오전 9시 10분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청주테크노폴리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항타기 해체 작업 중 이동식 크레인의 붐대가 꺾이며 항타기 전체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근로자 A씨가 항타기 구조물에 치여 현장에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즉각적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발생 원인과 더불어 작업계획 수립, 작업지휘자 지정, 출입통제 등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의무사항의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작업계획 수립, 신호수 배치…의무는 있었지만, 실행은 미지수

ⓒ당시 사고 현장 모습/출처- '타워크레인 건설장비 사고 및 기술정보' 네이버 카페
ⓒ당시 사고 현장 모습/출처- '타워크레인 건설장비 사고 및 기술정보' 네이버 카페

사고 당시 금호건설이 시공 중인 청주테크노폴리스 아파트 신축 현장(지하 3층~지상 35층, 1450세대 규모)에서는 항타기 리더를 지면으로 내리는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동식 크레인(80톤 또는 100톤)을 이용한 작업 중, 붐대가 리더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1차로 꺾였으며, 당시 항타기 리더는 공중에 매달린 상태였다. 이후 붐대가 2차로 추가 꺾이면서 리더가 지면으로 낙하했고, 이 충격으로 리더 구조물 일부가 꺾이며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A씨를 덮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

 

현장에서는 크레인 붐대의 하중 예측 실패, 항타기 리더의 무게 중심 불안정, 전도 방향 사전 예측 미흡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크레인 붐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파손 가능성, 작업 전반에 대한 반경 통제 미흡 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현행 법령은 이 같은 해체작업 시 사전조사와 작업계획서 작성(제38조), 작업지휘자 지정 및 현장 통제(제39조), 항타기 작업 시 신호방법 확립(제40조4호), 작업 중 출입금지 구역 설정(제20조8호/13호), 운전 중 위치 이탈 금지(제41조2호) 등을 명확히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치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TBM는 체크리스트인가.. 현장 작동 여부는 불확실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가이드/출처-고용노동부

TBM('Tool Box Meeting)활동은 작업 전에 작업자들이 현장 근처에 모여 ▲당일 수행할 작업 내용, ▲위험요소, ▲안전대책 등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안전 활동이다. 고용노동부가 공식 가이드라인을 통해 “ TBM은 작업 전 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안전조치를 점검하는 실천형 절차”로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인 회의”, “5분 브리핑”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제시한 ‘크레인 해체 작업용 TBM 운영절차표(OPS)’에는 작업계획서의 현장 전달 여부, 작업지휘자의 지정, 크레인 안전장치 작동 상태, 붐대의 회전 및 고정부 상태, 하중 초과 여부 등 다층적인 점검 항목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 가운데 “작업계획 내용을 근로자에게 충분히 전달했는가”와 “신호수 배치 여부”는 붐대 전도 위험이 있는 작업에서 특히 중요한 예방 요소로 평가된다.

 

ⓒTBM 활용 OPS/출처-고용노동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TBM을 단순한 보고 절차가 아닌, 실제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응조치를 협의하는 실천적 절차로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 청주 사고의 경우, 크레인 붐대의 하중 한계, 항타기 리더의 무게 중심, 전도 방향 등의 위험 요소가 TBM 과정에서 실제로 논의되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았다. 설령 논의가 이루어졌더라도, 그 결과가 작업계획서에 반영되었는지, 작업지휘자의 판단과 지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향후 조사를 통해 규명될 필요가 있다.

 

 

OSHA는 '해체작업 시 12개 항목 점검'…우리는?

ⓒ고려해야할 12가지 위험요소 ChatGPT 제작/출처-OSHA Fact Sheet, 29 CFR 1926.1404 기준
ⓒ고려해야할 12가지 위험요소 ChatGPT 제작/출처-OSHA Fact Sheet, 29 CFR 1926.1404 기준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하위 규정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해체작업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체작업계획서의 수립, 작업지휘자 지정, 출입통제 등의 조치는 법령에 명시된 의무사항이며, 고위험 작업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평가된다.

 

이번 청주 항타기 해체 사고는 이러한 법적 조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되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작업계획서가 있었는지, 작업지휘자가 지정되어 있었는지, 작업자들에게 계획이 공유되었는지 여부는 향후 관계 당국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해체작업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29 CFR 1926 Subpart CC』를 통해 해체작업 시 12개 항목의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A/D 디렉터의 자격 요건을 법령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또한 사전 시뮬레이션과 하중 분석 등의 절차를 통해 작업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고위험 건설장비 해체작업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설계에서 참고할 만한 지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지휘자의 자격 명확화, 작업계획의 구체화, 점검 항목의 정량적 기준 마련 등은 국내에서도 제도적 보완이 검토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법령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실효성은 결국 그것이 현장에서 얼마나 충실히 이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체작업과 같은 고위험 공정에서 법령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또 그 운영 체계가 현장 중심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해당 기사는 ▲고용노동부·공단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가이드(TBM)』 2023​, ▲미국 OSHA 'Fact Sheet: Cranes and Derricks in Construction – Assembly/Disassembly' 등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음.

저작권자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