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산재보험 장기요양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 발표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산업재해로 인한 장기요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정부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12일 「산재보험 장기요양 실태와 시사점」보고서를 발표하고, 산재보험 장기요양 문제의 원인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과 자동차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평균 요양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장기요양자의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에서는 6개월 이상 요양자가 2016년 45.8%에서 2024년 9월 81.4%로 늘었으며, 조선업의 평균 요양일수도 2016년 254일에서 2024년 9월 385.4일로 1.52배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2024년 2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산재요양 장기화 문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장기요양 경향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행 산재보험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요양 장기화의 원인과 주요 문제점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산재요양 장기화의 주요 원인으로 ▲표준 요양기간 부재 ▲무제한 요양 연장 ▲추가상병 신청 절차 허술 ▲자가요양 관리 부실 ▲집중재활 효과 미비 ▲직업병 과다보상 문제 등을 꼽았다.
산재보험에는 주요 질환별 표준 요양기간이 설정되지 않아, 치료 후 업무 복귀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장기요양이 승인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폐암 수술을 받은 근로자가 직무 전환을 통해 근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 완치 판정 소요기간(5년)을 기준으로 장기요양이 승인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요양 연장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근로자가 요양 연장을 신청할 경우 대부분 승인되며, 병원을 바꾸는 방식으로 요양기간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경우도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근골격계 질환자는 8차례 병원을 변경하며 총 1,407일(약 47개월) 동안 요양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상병 신청 절차가 허술하다는 점도 산재보험 장기요양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현재 산재보험에서는 최초 승인된 신체부위 외에도 재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위까지 추가 상병 신청이 가능하며, 별도의 조사 없이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
어깨 부상으로 요양을 시작한 근로자가 이후 팔꿈치, 손목, 무릎 부위까지 추가 상병을 신청해 6년 이상 요양을 지속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업주의 의견 청취나 별도의 재해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뒤늦게 사업주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미 승인된 사항이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자가요양자의 관리 부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요양 기간 중 불법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을 하는 등 부적절한 활동을 해도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없어 실질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근로자가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대형 깃발을 흔드는 모습이 TV에 방영된 사례가 있었으며, 요양 기간 중 음식점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가족 명의로 대리운전을 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집중재활치료’ 제도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제도는 요양 후 근로자가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취지로 운영되지만, 집중재활 후에도 다시 요양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 사실상 요양기간 연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근로자는 집중재활 치료 후에도 전원 신청을 통해 다시 요양기간을 연장하며 총 30개월(2년 6개월) 동안 치료를 지속했다.
직업병 환자에 대한 과다보상 문제도 산재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행 산재보험법에서는 업무상 질병 승인자의 경우 근로소득보다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업병 평균임금 산정 특례’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월 330만 원(세전)의 급여를 받던 근로자가 산재보험 적용 후 528만 원의 휴업급여를 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경총, 산재보험 장기요양 개선방안 제시
경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을 법제화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의료 전문가의 추가 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요양 연장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요양 연장 신청 횟수를 제한하고, 병원 변경(전원) 신청도 객관적인 사유가 입증된 경우에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추가상병 신청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추가상병 신청 시 사업주의 의견 제출을 의무화하고, 근로복지공단이 별도의 재해조사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가요양자의 실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장기요양자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집중재활 치료 후에는 원칙적으로 요양을 종결하도록 하고, 추가 전원(병원 변경)을 불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업병 평균임금 산정 특례의 적용에 관해서는 적용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고, 과도한 보상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최근 산재보험 행정이 ‘산재 신속처리’에 집중되면서 산재요양 관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평가하며, “도덕적 해이 방지와 산재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측면에서 요양 장기화 문제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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