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달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연말에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먼저 이 사고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의 깊은 슬픔에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이번 사고는 항공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으며, 사소한 방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직 조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조류 충돌에 이은 항공기 엔진 손상, 착륙기어의 부작동, 동체착륙에 이은 로컬라이저 설치대 충돌로 이어진 연쇄적인 사건의 사슬에 의해 179명이라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사고원인을 정확히 조사하고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절차다. 이는 향후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수사 역시 중요하다. 사고를 유발한 책임자에 대해 행정 조치를 통해 역시 사고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해야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고조사와 수사의 공통점은 사고 예방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조사는 원인 규명, 수사는 행정처분 또는 처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팀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22명으로 꾸려지고, 수사팀은 264명이라는 인원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본인은 항공전문가로서 이번 양팀의 구성 인원과 업무 개시에 대해 다소 우려를 표하고 사고 조사와 형사적 수사 간의 역할 분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항공사고는 조사와 수사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다뤄진다. 이 두 가지는 목적, 절차, 법적 근거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조사'는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사 과정은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항공 안전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ICAO, 국제민간항공기구, Annex 13에 따르면, 조사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비처벌 원칙이다. 조사 결과는 형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독립성이다. 조사는 정부, 법적 기구 또는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으로 수행된다.
셋째, 투명성이다. 모든 과정은 객관적으로 기록되고, 명확한 보고서 형태로 공개된다.
넷째, 재발 방지이다. 사고의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안전 권고사항이 제시된다.

 

반면, '수사'는 사고와 관련된 형사 책임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책임 있는 개인 또는 조직을 법적으로 추궁하기 위해 진행된다. 수사는 주로 형법, 형사소송법, 항공안전법 등을 근거로 하며, 피의자의 권리 보장과 적법 절차 준수를 필수로 한다.

 

이번 제주항공 사고의 경우, 조사는 국토교통부 및 항공 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주도하며, 조사 인원은 2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ICAO Annex 13의 원칙을 준수하며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반면, 수사는 경찰 및 검찰이 주도하며 264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팀이 동원되었다. 이들은 형법, 형사소송법, 항공안전법을 근거로 법적 책임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의 위법 행위를 조사하게 된다.

 

조사와 수사가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수사가 조사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 공유 제한이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 보호를 이유로 사고 관련 데이터에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조사의 투명성과 신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진술의 왜곡 가능성이다. 형사적 책임을 우려한 관계자들이 자발적인 진술을 꺼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피의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와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조사 독립성 저하이다. 수사 기관의 개입으로 조사 기관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넷째, 우선순위 충돌이다. 조사는 사고 원인 규명을, 수사는 책임 추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두 작업 간의 우선순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와 같이 조사와 수사가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ICAO Annex 13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사고 조사의 독립성과 본연의 목적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조사는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고, 수사는 법적 책임 규명을 통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은 조사와 수사의 역할 분리를 명확히 하고, 사고의 원인 규명과 안전 개선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항공 안전 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며 항공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권보헌 극동대학교 교수
ⓒ권보헌 극동대학교 교수

※ 권보헌 교수/ 박사
현)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현) 한국시스템안전학회 회장
전) 대한항공 B777수석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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