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새해 연초에 일본 도쿄에 있는 하네다국제공항(RJTT, HND) 활주로상에서 두 항공기가 충돌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지난 1월 2일 17시 47분경,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을 출발해 하네다공항으로 들어오던 일본항공 소속 JAL516, 에어버스 350 항공기가 착륙 직후 활주로 약 3,000피트 지점에서 이륙 대기하고 있던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인 DHC-8 쌍발 터보프롭 항공기를 추돌하며 발생했다.
추돌 직후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는 튕겨 나가며 화재가 발생해 승무원 6명 중 5명이 사망했고, JAL516 편은 추돌 직후 화재가 발생한 상태로 약 4,000피트를 더 활주한 후 활주로 상에 멈추었다. 다행히 JAL516편은 항공기가 멈춘 후 비상탈출을 시도하여 승객 및 승무원 379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다.
하네다 공항은 우리나라 김포공항과 같이 일부 국제선을 운영하고 있으나, 국내선 위주로 운항하고 있는 공항으로 해상보안청 항공기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당일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재민에 대한 구호품을 수송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서 공개한 관제탑과 항공기간 교신기록을 살펴보면 관제탑은 해상보안청 항공기 JA722A에게 활주로 진입을 허락한 것이 아니라 활주로 진입직전 유도로까지 이동 인가를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들은 왜 활주로에 진입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긴급수송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위 관제탑 교신 내용 중 ‘No1’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 문구는 이 항공기에게 이동우선권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조종사들은 긴급수송 임무에다 ‘No1’이라는 지시를 듣고는 활주로 진입 직전 구역이 아니라 활주로 진입까지 인가가 났고, 즉시 이륙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증편향(Confirm Bias)' 또는 '서두름증후군(Hurry up syndrome)'에 빠졌을 수 있다.
두 명의 조종사가 조종실에 있었지만,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빨리 이륙해서 구호품을 수송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서두르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원인은 사고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는 민간항공기와 비 민간항공기의 다른 대역의 주파수 사용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민간항공기는 VHF(고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군용항공기는 UHF(초고주파수) 대역을 사용함에 따라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들이 관제탑에서 JAL516에게 착륙 허가를 발부한 내용을 청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활주로에 정대 후 40여 초나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어떻게 관제사나 착륙 항공기 조종사들이 인지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관제사가 착륙인가를 발부한 후 다른 항공기가 활주로에 진입하게 되면 경고가 울리는 시스템이 있을 것이고, 착륙 조종사들은 착륙 전 반드시 활주로가 비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종사들이 착륙 접지 전에 해상보안청 항공기를 발견했다면 대형 사고가 아닌 아차사고(Near miss)로 끝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접지 후 해상보안청 항공기를 발견했을 때 이미 너무 늦었다. 추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 정면 추돌을 했으나 JAL 항공기 조종사들이 의식을 잃지 않아 승객들을 무사히 탈출시킬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활주로 침범사고는 얼마나 자주 발생할까? 국토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년 평균 2회 정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Safety Report 자료(2022년 발간)에 의하면 2021년 국제 민간상업용 정기항공편에서 발생한 사고를 분류한 결과 지상에서 항공기간 충돌(GCOL; Ground Collision)이 전체 48건 중 5건으로 10.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자료에 의하면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002년부터 2020년 사이에 26,357건의 활주로 침입이 발생했다. 교통량이 증감함에 따라 활주로 침입 사고도 증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부터 1990년 사이에 활주로 침입률은 43% 이상 증가할 때 여행량도 4.76%증가했으며, 1990년부터 1993년 사이 활주로 침범이 30% 감소했을 때 항공 교통량은 5.34% 감소하였다.
위 그림은 미국내 2010-2018년 사이 활주로 침범 건수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활주로 침범사고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Runway Safety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https://www.faa.gov/airports/runway_safety) 활주로 침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렇다면 하네다공항 활주로 침범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사고방지대책은 무엇일까?
먼저 인적요인(Human Factor)에 의한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Threat & Error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사람은 서두름증후군이나 확증편향에 빠지면 인지적인 기능이 저하되고, 터널비전이 생길 수 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한 관리를 해야 한다. 관제사, 조종사 모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한 Resilience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사고는 발생할 수 있으나 최소한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하네다사고에서 민간항공기에서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지속적인 훈련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시스템안전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선행적인 위해요인 파악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도 민, 군이 함께 사용하는 공항이 많다. 민과 군은 교신 주파수 대역이 달라 상대방 항공기에 대한 무선 교신을 감청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활주로 침범을 방지할 수 있는 RWSL(Runway Status Light) 등과 같은 첨단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국내 대형 공항에는 이미 구축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지방공항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인적오류를 감소시켜줄 수 있는 장비개발과 도입이 필요한데 공중충돌 방지시스템이나 지상장애물 충돌방지 시스템을 항공기에 의무 장착 후 항공사고는 획기적으로 감소된 것을 알 수 있다.
※ 권보헌 교수/ 박사
현)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현) 한국시스템안전학회 회장
전) 대한항공 B777수석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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