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2024년 하반기부터 국내외에서 항공기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를 비롯해, 미국 워싱턴에서는 민간 경비행기와 헬리콥터 간 충돌 사고가 있었고, 2025년에도 산불 진화 임무 중 헬리콥터 추락 사고가 두 차례 발생해 국민들에게 항공이 불안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1992년 이후 최근 사고까지 군 헬기 사고를 포함해 총 44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헬기 사고는 산불 진화와 같은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던 조종사들이 단독 탑승, 고령 조종사, 노후 항공기, 열악한 환경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경고 신호라 할 수 있다.

 

ⓒ초대형헬기 모습/ 출처-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의 조종 환경은 일반 항공 비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조종사는 산불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열기와 매연, 유해 가스, 난기류에 노출되며, 조종과 동시에 저고도에서 물을 담수해야 하는 복잡한 임무를 단독으로 수행한다.

 

강한 피로, 시야 불량, 급격한 기류 변화, 높은 충돌 위험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단독 조종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지자체 임대 헬기 운영을 살펴보면, 고령의 조종사가 단독으로 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항공기 자체의 노후화이다. 40년이 넘은 헬리콥터들이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러시아산 ‘카무프’ 기종처럼 부품 수급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비가 늦어지고 안전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24년 8월 7일 오전 경남 하동군에서 추락한 산림청 소속 헬기. 2003년에 도입돼 21년째 운영하다 고압전선에 걸려 추락했다./출처-경남소방본부

특히 화재 진화 시 연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진입해야 하고, 담수를 위해 고도가 낮고 항공역학적으로 불안정한 호버링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비행 착각에 빠지는 수도 있다. 또한 1~2미터 수면 상공에서 기동 중 추력 부족으로 기체가 물에 빠질 위험도 있다. 많은 헬기 사고들이 바로 이 담수 과정에서 발생했다. 여기에 강풍, 배풍, 상승 기류 등이 겹치면 실속(Stall)으로 이어져 사고로 연결된다.

 

조종사 인력 구조 또한 문제다. 대부분 군 출신 조종사들이 전역 후 산림항공본부, 경찰청 등으로 전직하고, 이후 다시 지자체 임대 헬기나 닥터헬기 조종사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대학은 극동대학교와 한서대학교 두 곳뿐이며, 졸업해도 곧바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다. 결국 군에 입대해 비행 시간을 쌓아야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극동대학교는 민간최초로 E&B 에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Bell-505 비행 훈련을 시작했다/출처- 극동대학교 유튜브 채널
ⓒ극동대학교는 민간최초로 E&B 에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Bell-505 비행 훈련을 시작했다/출처- 극동대학교 유튜브 채널

여기에 조종사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인지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되며, 70대 조종사는 50대에 비해 약 10% 이상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현재 조종사 신체검사에서는 육체적 건강만 평가할 뿐, 인지 기능 저하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민간 헬기 조종사 양성 체계를 확대해 대학 졸업자들이 군 경력 없이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부조종사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둘째, 산불 진화나 농약 살포 등 고위험 임무에는 반드시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도록 2인 탑승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재난 대응용 항공기는 신형 헬리콥터 혹은 고정익 산불 진화 전용 항공기로 교체해 항공기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넷째, 조종사 신체검사 항목에 인지 능력 검사를 포함시켜 고령 조종사의 안전성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시뮬레이터 훈련 제도를 도입해 조종사들이 실제 임무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산림항공본부에는 헬기 시뮬레이터가 있으며, 원하는 조종사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제는 더 이상 ‘헬기 안전’을 개인의 숙련도와 희생으로 지켜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공공안전의 사각지대, 조종사 수급의 구조적 문제, 노후 항공기의 한계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안전한 하늘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권보헌 극동대학교 교수
ⓒ권보헌 극동대학교 교수

※ 권보헌 교수/ 박사
현)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현) 한국시스템안전학회 회장
전) 대한항공 B777수석기장 

 

 

 

 

저작권자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