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만공사, 갑문공사 설계·감리 직접 관여...단순 발주자 아닌 도급인 판단
- 시공자격 없어도 실질적 공사관리했다면 안전관리 책임져야
- 하청노동자 18m 추락사망...안전시설 미비에도 '발주자 책임없다' 2심 뒤집어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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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인천항만공사가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관리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와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A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사건은 2020년 6월 3일 오전 8시 15분경 인천항 갑문보수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D사 소속 근로자 C씨가 갑문 상부에서 윈치(권양기)를 이용해 18m 아래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을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작업 도중 윈치 프레임이 전도되면서 갑문 아래로 추락했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 윈치 프레임의 컨트롤러와 H빔에 연결된 가이드 줄을 잡고 있던 C씨도 함께 추락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 당시 현장의 안전조치는 크게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안전모, 안전화, 안전그네 및 안전대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안전대는 평소 길이가 1m(최대 1.8m까지 늘어날 수 있음)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고정할 부착설비가 없었다. 또한 갑문 상부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C씨의 작업구간인 맨홀 위치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중량물인 H빔을 취급하는 작업계획서도 없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고 발생 일주일 전 인천항만공사의 현장감독관이 윈치 프레임 설치를 목격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천항만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도 이미 중량물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이 지적되어 있었다.

 

사고 후 6월 10일에 실시된 근로감독에서는 추가적인 안전의무 위반사항들이 다수 발견됐다. 현장 사무실 앞 비계강관 자재의 전도방지 조치가 되어있지 않았고, 갑문 내부 밀폐공간 작업에 필수적인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도 구비되지 않았다.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프로그램 수립도 되어있지 않았다.

 

1심은 인천항만공사를 '도급인'으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건설공사 시공자격이 없는 발주자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갑문 유지·보수가 인천항만공사의 주된 사업목적 중 하나이고, 전담부서까지 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인천항만공사가 갑문보수공사의 설계와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했다"며 실질적인 공사 관리 주체임을 인정했다.

 

또한 규모면에서도 "자본금 5조 원의 공기업인 인천항만공사가 자본금 10억 원, 근로자 10여 명의 소규모 업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가진 도급인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이 직접 시공면허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발주처의 안전관리 책임을 더욱 엄격히 물을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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