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가 폭약이 된다고요!?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그렇다. 2020년 8월 5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폭발이 두 차례 발생했으며 그 결과 주변 건물들이 파괴됐다.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160명이 목숨을 잃고 6,0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집계했다.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보다 한참 앞선 1921년 독일 오파우(Oppau) 비료공장에서는 황질산암모늄이 흡습으로 딱딱하게 굳어져, 천공기로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장전, 폭발시키려다가 야적된 황질산암모늄 4,500톤이 폭발하면서 669명이 사망하고 1952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재해가 발생하였다.
질산암모늄은 농업에서는 식물에 질소를 공급하기 위한 비료로 사용된다. 한 개의 분자에 물에 잘 녹는 이온 형태의 질소 2개씩 포함하고 있는 농업 혁명의 최고의 발명품으로 추앙받고 있다. 어떤 학자는 질산암모늄이 어느 한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는 풀뿌리나 캐먹는 삶을 살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이다.
이러한 질산암모늄은 질산과 암모니아가 반응해 생성되는 염으로 실온에서 백색 결정 상태의 고체 형태를 유지한다. 공기 중에서는 안정하지만 고온이나 밀폐용기,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해 폭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농사용 비료원료의 폭발사고로부터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화약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약류 중의 하나인 안포폭약(ANFO : Ammonium Nitrate and Fuel Oil)이다.
안포폭약은 질산암모늄과 경유를 일정한 비율(96:6)로 혼합하는 손쉬운 제조법과 과립 형태의 약상으로 포장과 사용이 편리하고 뛰어난 경제성과 구하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구득이 용이한 장점으로 1995년 168명을 사망케 한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 사건에도 질산암모늄계열 혼합비료 2.3톤을 실은 차량이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는 질산암모늄 거래 등을 규제하고 있다.
토목 현장이나, 광산 현장에서 안포폭약 사용 시에는 흡습과 정전기, 이산화탄소 중독에 유의하여야 한다. 지난 2022년 4월 제천 석회석 갱내 광산에서는 1명 사망과 1명 중상을 입는 재해가 발생하였다. 원인은 환기장치가 고장 나 안포폭약 사용 후 일시적으로 일산화탄소가 400 ppm 이상(기준 30ppm이하)일 때 재해자가 접근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화약류 주원료는 이견 없이 질산암모늄을 첫손에 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소공급제로서 탁월한 성능과 낮은 가격뿐만 아니라, 농업용 비료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원료이지만 취급상 주의와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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