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검진은 종합 안전진단이 아니다.


건축물을 지은지 오래되면 그냥 두어도 괜찮은지 안전상태를 점검한다.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항목을 골고루 살펴본다. 통과하면 그냥 두고, 불합격이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고려한다. 사람의 건강은 그렇게 간단히 체크할 수 없다. 혹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기능적으로는 잘 돌아가는지, 노화의 과정은 자연스러운지 등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의료진이 잘 판단해야 이상여부를 알 수 있다. 건강검진은 그 중 일부 기준항목에 대해서만 점검하는 과정이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나머지 사각지대가 엄청 많다.

 

 

2. 만성병의 발견이 기본이다.


국가 건강검진의 목표는 오랫동안 치료해야 하는 만성병이 생기지 않게 빨리 발견하는데 있다.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면,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개인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건강을 염려하는 치밀한 프로젝트까지는 아니다. 대표적인 체크포인트는 간과 신장이다. 간과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만성염증 상태가 되면, 10년 20년 아주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야 한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간수치 AST ALT와, 콩팥기능에 대한 크레아티닌 수치 정도는 꼭 확인하자.

 

 

3. 암도 전부 찾을 수 있을까?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암환자가 늘고 있다. 암은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희한한 병이 아니다. 허리디스크처럼 노화에서 오는 일종의 퇴행성 질병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 몸의 수 많은 세포들이 계속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자있는 B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이 생기는 순간이다. 고령으로 들어서면 대략 30% 정도는 암이 생기지만, 그저 정해진 수순에 가깝다. 비싼 영상검사를 추가하고 또 추가한다고 해서, 더 정확하게 몸속의 암을 전부 찾을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4. 검진도 미리 준비하자.


내 몸을 의료진에게 맡겨 버리고 알아서 검사하라고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를 거쳐서, 어떤 쪽을 위주로 체크할지 미리 정하면 좋다. 최근들어 특이한 증상이 시작 되었다면, 그 원인을 찾아보는 쪽으로 몇가지 검사를 추가하면 된다. 부모님과 형제중 누군가 유전과 관계있는 병을 앓고 있다면, 예방차원으로 그 질병과 관련된 항목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면 좋다.

 

 

5. 비싼 검사라고 능사는 아니다.


어떤 환자는 제일 유명한 병원에서 가장 비싼 패키지로 종합검진을 받으셨다. 이상없다는 말을 듣고 건강에 자신감이 넘친다. 어느 날 다른 가족의 보호자 자격으로 오셨다가, 이러이러한 증상이 있다며 질문을 하신다. 깜짝놀라 큰 병원을 권해 드렸는데, 역시나 내가 예상한 그 병이 나왔다. 검사가 비싸면 진단도 더 정확하겠지 생각하고 방심하셨는데, 하필이면 그 병에 대한 추가검사 부분만 쏙 빠뜨리고 하셨다. 고가이면 무조건 좋고, 저가이면 다 나쁜 검진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6. 검진과 불편증상은 별개다.


어딘가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건강검진과 별개로 경험많은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신경은 쓰이지만 검진에서 이상없다고 하니, 별 문제 아니겠지 하며 버티면 곤란하다. 검진은 굵직굵직한 국가대표급 질병위주로 조사하는 과정이니, 지금 당신이 불편한 이유를 다 찾아내지는 못한다. 

 

 

7. CT는 재미삼아 해볼 검사는 아니다.


복지혜택이 좋은 회사에서 특별서비스 항목처럼 CT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처럼, 일단 OK하는 분들이 많다. MRI와 CT를 1등급과 2등급 한우의 차이 정도로 생각하고, MRI 대신 CT라도 찍으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 생각한다. 구태여 비유하자면 비행기와 승용차다. 차로 못가는 곳은 비싸게라도 비행기를 타야만 하고, 비행기가 못가는 지역은 힘들어도 운전해서 가야한다. MRI로 검사해야 하는 항목이 있고, CT로 봐야 하는 항목이 따로 정해져 있다. 고급과 저급 검사의 구분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검사법일 뿐이다. 그나마 MRI나 X-ray는 괜찮다. 돈을 써서라도 검사해보고 싶으면 해도 좋다. 돈문제 외에 별 위험이 없다. 대신 CT는 이유없이 함부로 찍을 검사항목이 아니다. 방사선노출이 엄청나다. 단, 폐암을 확인할 수 있는 ‘저선량 페CT’는 예외다. CT에 비해 방사선양이 훨씬 적다. 가족중에 폐암환자가 있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 분은 검진받을 때 추가해볼 수 있겠다.

 

 

8. 수면내시경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을 하게 될 때 수면내시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맨정신에 그런 검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별 생각없이 결정하기도 한다. 대부분 별 문제가 없지만 마취과정이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심장이나 뇌와 관련하여 특별한 병력이 있거나 치료를 받았던 사람은, 담당의료진에게 반드시 알리고 상의를 거쳐야 한다. 어쩌다 검사중 응급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위내시경은 목부분의 부분마취로 할 수도 있고, 대장내시경도 마취없이 하는 병원이 있다. 본인 건강상태가 남들과 다르다면 미리 알리고 상의하면 좋다.

 

 

9. 검진결과보다 본인 증상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일상생활중 느끼는 사소한 불편증상을 무시하면 안된다. 아랫배가 살살 아팠다 안아팠다 하지만, 나만의 느낌인가 싶어 꾸욱 참고 지낸다. 건강검진에 별 이상없다고 나오니 괜찮겠지 한다. 안타깝게도 기본 검진항목에, 당신의 그 특별한 증상에 대한 검사는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검진은 검진일 뿐, 당신이 느끼는 불편은 반드시 의료진에게 진찰을 받고 정확히 해결해야 한다.

 

 

10. 작년 검사결과와 비교해 보자.


건강검진을 받고나면 얼마뒤 결과표를 받는다. 건강보험의 검진이라 하더라도, 결과수치는 꼼꼼히 챙겨두자. 스캔해서 컴퓨터나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검색하여 눈앞의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제일 좋다. 검진결과에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작년 검사와 꼭 비교해 보면 좋겠다. 어떤 수치가 매년 조금씩 계속 올라가고 있거나, 잘 모르는 이상한 항목에 빨간색 비정상표시가 뜬다면 꼭 의료진과 상담하면 좋겠다. 

 

 

이수역 경희은한의원 http:// https://blog.naver.com/thyroid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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