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갱년기는 병명이 아니다.
갱년기라는 말이 아주 흔하지만, 의외로 그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감기’처럼 병명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폐경이 올 때 여기저기 몸이 안좋아지는 그 증상을 ‘갱년기’라고 부르는 줄 안다. 진료 중에 “이제 갱년기에 접어 드셨으니, 이런저런 부분을 조심하시고...” 말씀드리면, “네? 저는 얼굴도 안 뜨겁고, 생리도 아직 멀쩡하게 잘 하고 있답니다!!” 하신다.
2.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이 떨어지는 구간을 말한다.
여성호르몬 수치가 어느 순간 낮아져 바닥을 치면 폐경이 된다. 문제는 그 수치변화의 속도에 있다. 옥상의 물탱크 수위가 서서히 낮아지면 별 상관이 없지만, 갑자기 쑥쑥 내려가 버리니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폐경이 되고 나면, 호르몬수치가 바닥권에서 자리를 잡고 새로운 안정권에 도달한다. 이 전체 기간을 갱년기라고 부른다.
3. 남성도 갱년기가 있다.
남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남성도 여성처럼 중년이후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는데, 남성호르몬이라는 점만 다르다. 다만 여성의 하락속도에 비할 바가 아니라서, 감히 명함을 못 내밀 뿐이다.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드라마 주인공 이별장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루룩 흘리는 이유는 남성갱년기 탓이다. 여성처럼 감정기복이 있고 예민해지면서, 몸 여기저기 잔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여성의 폐경처럼 정확한 분기점이 없다보니 무시하기 쉽지만, 중년남성 갱년기도 100세시대 건강관리중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4. 갱년기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언제 폐경이 올지, 언제 갱년기가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통 49세 전후를 기준으로 삼고는 있지만, 사람에 따라 60세 근처까지 생리를 하는 분도 간혹 만난다. 생리를 오래 하면 자연스럽게 갱년기 기간도 길어지기 마련이다. 생리를 오래 할수록 무조건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기능별 강약의 차이가 있으므로, 좀 더 오래 생리를 할 수도 있을 뿐이다.
5. 조기폐경은 안 된다.
생리를 남보다 조금 더 오래 하면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너무 빨리 끊어지면 큰일이다. 45세, 심지어 40대 초반에 벌써 폐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조기폐경이라고 부른다. 이 분들은 그 자체로 ‘환자’라고 부르고 후속치료를 실시한다. 적어도 49세 무난한 수준까지는 여성호르몬 수치가 유지되어야, 몸 여기저기 건강기능이 제대로 굴러간다. 너무 빨리 끊어져 버리면 여성호르몬이 필요한 기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 골다공증이나 심혈관 질환 등이 대표선수인데, 조기폐경이 온 분은 갱년기증상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호르몬치료는 무조건 해야 한다.
6. 호르몬요법은 조심스럽다.
갱년기의 대표적인 치료는 호르몬대체요법이다. 의학교과서에는 갱년기에 이상증상을 느끼든 안느끼든 호르몬제를 쓰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나온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산부인과 의사선생님들 조차 꼭 써야할 환자들 위주로 가리는 편이다. 갱년기증상이 심한데 호르몬제 부작용없이 잘 견디는 분이라면, 그대로 써도 괜찮다.
7. 호르몬제 부작용은 붓기와 체중증가가 많다.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을 쓰고 부작용이 심하면 환자는 고민스럽다. 한방의 도움을 전제로 할 수 밖에 없다.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호르몬제 자체의 효과가 좋은 분이라면 한약으로 부작용 부분만 해결하며 계속 이어나갈 수도 있다. 호르몬제 효과를 특별히 보지도 못한 상태로 부작용까지 심한 경우라면, 갱년기케어 자체를 한약으로 대체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한약재까지 함께 쓰게 된다.
8. 갱년기증상은 주로 혈액순환 이상이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몇가지가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이 시작되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우울감과 불면에 시달리면서 팔다리 관절이 쑤시고 아프기 시작한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하루종일 피곤하고 지친다. 이 증상들 중 가장 핵심은 심장을 중심으로 한 혈액순환의 이상이다. 호르몬제를 쓰든 한약으로 혈액순환개선을 하든 치료를 받아야 때가 많다.
9. 갱년기는 졸업하면 끝이다.
폐경전후에 우울한 표정으로 찾아오시는 환자분이 많다. 이 나이에 벌써 몸이 이렇게 안 좋아졌으니, 앞으로 수십년 어디까지 나빠질지 걱정된다는 말씀을 하신다. 갱년기는 그야말로 인생 반환점이다. 유턴을 하려면 속도를 늦추고 급커브를 틀어야 한다. 그 과정이 다소간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만, 갱년기가 지나고 다시 제 속도대로 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전의 건강을 되찾는다. 단, 갱년기 기간동안 몸관리를 제대로 한 경우에 한한다. 갱년기를 소리 소문없이 건강하게 넘기는 분도 많지만, 남달리 힘들고 고생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남은 50년 인생의 건강이 이 시기 관리에 달렸다.
10. 갱년기가 가까워지면 생리주기부터 변한다.
한평생 생리주기가 칼 같던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리가 하루이틀씩 빨라진다. 28일 주기이던 분이 26일, 24일, 심지어 22일 이내로 줄기도 한다. 그러다 중간에 한번씩 점프 건너뛰기 시작하면 조만간 폐경이 오겠구나 판단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생리변화 패턴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친다. 생리를 안하기 시작했다고 무조건 폐경은 아니다. 몇 달 안하다 다시 나오기도 한다. 1년 정도 생리를 안해야 확실히 폐경이라고 말한다.
#이수역 경희은한의원 http:// https://blog.naver.com/thyroid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