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휴먼에러!

숙련공이 더 많이 일으킨다?

산재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휴먼에러의 대부분이 숙련공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는 초보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매사 모든 일에 조심하지만, 숙련공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산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락사고도 사망자의 70%이상이 5m이하의 높이에서 발생한다. 5m이하의 고소작업은 그 높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얕잡아 보며, 안전대를 매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숙련자들은 위험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계속 작업하다 보면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 특정 위험에 계속해서 노출되고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위험에 둔감해져 이번에도 별일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굳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습관화된 행동이론'이라 한다. 숙련공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요인은 크게 두가지이다.

위험한 행동이 항상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다

첫째는 위험한 행동이 항상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귀찮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여 안전벨트를 잘 메지 않으시려고 하신다. 혹시라도 교통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므로 메시라고 해도 귀담아 듣지 않으신다. 지금까지도 괜찮았으니까 이번에도 별일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고, 그러한 믿음이 행동으로 습관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처음 운전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가벼운 접촉사고는 날지 몰라도 큰 사고는 잘 나지 않는다. 매사에 조십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운전에 익숙해지고, 자동차를 오래타다 보면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하게 되고, 자신이 자동차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잘 타던 차가 배터리 문제도 아닌데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우리를 본네트를 열어본다. 하지만 본네트를 열어본다고 한들 내가 정비공이 아닌 이상 차량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위험한 작업을 할때도 마찬가지이다. 작업자들은 처음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그 일에 친숙해지고, 잘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같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에 익숙하다는 것과 잘 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지식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남에게 설명할수 없는 지식과 알고 있다는 느낌도 있고, 남에게 설명할수도 있는 지식이 있다. 현명한 사람은 이 둘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공부량이 충분치 못한 학생은 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보고 자신이 다 맞았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시험결과를 받아보면 절망을 한다. 공부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기가 쓴 답안이 모두 맞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공부량이 많았던 사람은 이러한 착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구분할줄 아는 메타인지가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작업이긴 하지만 수년째 계속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은 실제로 위험한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한 작업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낮다.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고 자신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그,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이러한 착각이 치명적인 사고를 초래하게 된다.

인간의 자기합리화

숙련공에서 휴먼에러가 자주 발생하는 두번째 이유는 일종의 방어전략인 인간의 자기합리화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반복적인 위험요인이 노출되는 상태에서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게된다. 작업자가 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그에 따른 걱정이나 불안 등을 잠재우기 위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인식작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자기합리화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제 중에 하나로 정상적인 반응이라 할수 있다.

모든 인간은 모두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방어기제 없이 일상의 일들을 처리해 나간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래서 방어기제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더 기능적으로 잘 적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수 있다.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인 작용이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자기합리화는 단기적으로는 나를 보호하는 수단이 되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것이 습관화가 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합리화가 지나치면 건강한 사회생활이나 원만한 인간관계가 불가능하다. 자기합리화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해 무례하며, 심한 분노나 서운함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자기합리화는 자신의 마음을 틀속에 가두어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내 눈과 귀를 막아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며 인간관계를 망치게 된다.

 위험감수성 저하와 안전문화 퇴보의 주범, 습관화된 행동

습관화된 행동이론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흔히 나타날수 있는 행동패턴이다. 조직구성원들이 이러한 행동패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조직구성원의 위험감수성이 떨어지고 조직의 안전문화는 퇴보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잘못된 습관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습관화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휴먼에러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할까?

 

미국의 조셉사이먼과 닐프넬슨이라는 심리학자가 재미난 실험을 했다. 이들은 두 사람에게 어느 프로 야구팀의 전력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읽게 했는데, 한 사람에게는 깨끗하게 인쇄된 분석보고서를 읽게 하여 읽기의 속도를 빠르게 했고, 다른 사람에게는 흐리게 인쇄가 된 분석보고서를 읽게 하여 읽기의 속도를 느리게 했다. 하지만 깨끗하게 인쇄된 분석보고서를 읽은 사람은 분석보고서를 읽고 난후 자신의 예측에 대한 확신이 매우 높았다. 반면 흐리게 인쇄된 분석보고서를 읽은 사람은 자신의 예측에 대한 확신을 낮게 평가하는 조심스러운 경향을 보였다.

이들의 분석보고서는 같은 내용이었고, 단지 인쇄상태만 달랐을 뿐이었다. 이 둘의 차이점은 생각의 속도에 있었다. 깨끗하게 인쇄된 보고서를 읽은 사람은 생각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었던 반면, 흐리게 인쇄된 보고서를 읽은 사람은 읽는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생각의 속도를 빠르게 하지 못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학교에서도 있다. 기말고사를 치를 때 시험문제지를 흐리게 인쇄하여 배포한 학급의 학생들이 깨끗하게 인쇄하여 배포한 학급의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높게 나왔다. 시험지의 문제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문제를 읽는 속도가 느렸고, 시험문제를 푸는 속도도 보다 느렸다. 하지만 이들은 문제를 꼼꼼하게 볼 수 있었고, 답안도 신중하게 생각하여 작성할 수 있었다.

조직의 리더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어떠한 사안에 대한 맹목적 신뢰와 관련성이 없는 직관에만 의존하면 100%로 실패한다. 이러한 경우 생각의 속도를 느리게 하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제3자를 통해 검증을 받을수 있다면 실수는 적어진다.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경우 실수하지 말고 신중하게 작업하라고 말로만 감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빠른 작업의 속도가 사고를 가져온다. 위험작업은 다른 작업과는 다른 작업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공구의 색깔을 다르게 하여 자신의 하는 작업이 위험작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작업을 할수 있는 작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쓰는 조직문화

작업자들로 하여금 시간이 지나도 위험요인에 익숙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위험성을 재인식할 수 있게 하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위험성 평가시 해당작업을 하는 사람 외에 제3자로 하여금 그 작업의 위험요인과 정도를 평가해 보게 한다든지, 작업자로 하여금 전문가가나 주변 동료들과 함께 위험요인을 평가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사업종이나 동종업종의 사고에 대한 기사나 사고사례를 활용하여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체감하다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더 좋은 방법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도록 하는 조직문화의 조성이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된다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는 인식과, 과정에는 신경쓰지 않고 사고발생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는 풍토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위험은 위험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위험요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고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고가 발생할뻔 했지만 발생하지 않은 사고를 '아차사고'라고 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쓰는 조직은 아차사고 관리에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또한 조직의 리더는 자기조직구성원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작업자들이 안전절차를 얼마나 잘 준수하고 있는지, 작업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의 위험감수성이 어느 수준인지, 리더 자신이 위험요인을 감소시켜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의식을 갖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조직이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두는 안전관리체계를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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