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다보면 "개발전에 비해 개발후 홍수유출 증가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조적인 홍수유출 저감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이 말은 개발전에 비해 개발후의 유출계수가 증가해서 홍수유출량이 증가하는데, 그 양이 작아서 저감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나는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를 접할때면, 검토자(보고서 작성자)가 재해영향평가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고, 본인이나 설계자 입장에서 편리한대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별도의 구조적인 홍수유출저감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니 그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저감시설의 설계도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럼, 하류 지역의 주민들은 어떨까? 하류의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 개발전에 비해 개발후 증가량이 미미하면 하류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홍수유출 증가량이 작다는 이유로 저감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수많은 사업, 즉 개발지역들이 모이고 모이면 증가된 총량은 무시할 수 있는 양이 아닐 것이다. 이런 작은 양들이 합쳐지면 하류지역 입장에서는 큰 양이되어 분명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단위 사업 하나하나마다 증가된 양이 작다고 무시하지 말고, 홍수유출량이 개발전과 같거나 그 이하가 되도록해야 한다. 그렇게해야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런 보고서를 접할때면, "개발전에 비해 개발후 홍수유출 증가량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가 '미미한 양'인가? 어느 정도까지 저감대책을 수립하지 않아도 되느냐?" 라고 검토자에게 물어 본다. 그러면 아무도 이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결국, 본인의 입장에서 편리한대로 해석한 것이다.

이럴 경우, "재해영향평가의 근본 취지에 부합되도록 개발전에 비해 증가된 홍수유출량을 저감할 수 있는 저감대책을 수립해 설계에 반영하기 바랍니다. 특히 건전한 물순환 회복과 홍수유출량 저감을 위해 침투시설을 포함한 저감대책을 검토바랍니다" 라는 의견을 제시해서 재해영향평가 보고서와 실시설계에 반영되도록 한다.

이렇게 해야 개발에 따른 유출계수 증가, 그에 따른 홍수유출량 증가를 막아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홍수조절용 저류지도 좋은 방안이지만, 이와 더불어 침투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까지 침투시설의 도입에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이 많은데, 제대로 설계하고 설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벌써 많은 실증시설에서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니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홍수조절용 저류지는 강우시 유출되는 빗물을 저류해 첨두 유량을 줄여 하류 지역의 홍수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강우 종료 후 저류지내의 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있는 이상 하천으로 방류시켜 버려야 한다. 어찌보면 수자원 확보, 이용 관점에서는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반면, 침투시설은 건전한 물순환 회복, 즉 빗물을 땅속으로 침투시켜 지하수자원을 확보하고 유출총량을 저감시켜 하류지역의 홍수피해를 막아주며, 비점오염원까지 제거할 수 있는 다기능 시설이다. 그래서 지역 여건상 가능하다면 침투시설의 도입을 추천하기도 한다.

재해영향평가자는 단위 사업마다 개발에 의한 홍수유출 증가량이 작다고 무시하지 말고, 홍수유출량이 증가하지 않도록 저감대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설계자는 저감시설의 설계도서 작성을 부수적인 작업이 아닌 사업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중요시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개발사업시행자는 개발사업에 따른 하류 지역 피해 예방을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될 비용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s://blog.naver.com/avt1731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