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가뭄으로 여기저기서 고통받는 소리가 들린다. 댐저수율이 낮아져 식수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한다, 밭의 작물이 타들어간다 등의 소식이 들려 온다.

처갓집 마당에는 웅덩이가 하나 있다. 평상시에는 이 웅덩이의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한다. 양수기가 설치되어 있어 버튼만 누르면 스프링쿨러를 통해 밭에 물이 공급된다. 처갓집 동네 윗쪽 멀지 않은 곳에 농업용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에서 방류되는 물이 수로를 따라 하류로 흘러간다. 이 수로는 처갓집과 바로 인접해서 지나간다. 웅덩이는 마당 지면 아래로 깊게 파서 만들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아도 주변 지하수와 수로에 흐르는 물이 침투해 들어온다. 그래서 항상 물이 가득하다.

하지만, 2주전에 내가 갔을때는 수위가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20년 넘게 이 웅덩이를 봐왔지만 이런 처참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옆에 위치한 수로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웅덩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니 양수기는 무용지물이다. 양수기와 스프링쿨러가 있어도 공급할 물이 없는 것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 현상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보다 못한 장모님께서 직접 몸을 움직이신다고 한다. 연세가 많으시고 허리와 다리가 불편한 장모님께서 밭작물이 말라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수만 없다며 물통에 수돗물을 받아 직접 뿌린다고 하신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니 엄마도 텃밭에 나가 계셨다. 아침마다 수도꼭지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텃밭에 물을 준다고 하신다. 평상시에 수돗물을 그렇게 아껴 쓰시는 두분이 밭에 수돗물을 뿌린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가뭄이 심하긴 심하구나 싶고, 혹시나 두분이 밭에 물을 주다가 다치시지는 않을까 내 속도 타들어 간다.

기후변화로 가뭄도 홍수도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이런 가뭄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양은 인간이 통제 할 수 없으니 땅에 떨어진 물 관리를 잘 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쉽게 말해 저장량을 늘리고,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물을 담는 그릇을 크게, 많이 만들어 저장량을 늘리고, 지하에 집어넣어 저장하고, 물사용량을 줄이고, 누수도 줄이고. 그나저나 아직까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하수관로나 하천으로 신속하게 빼낼 생각만 하고 있으니 가뭄에 대한 대비책 수립은 머나먼 이야기 같다.

상하수도, 수자원 분야 엔지니어들도 마찬가지다.

"지하수위가 낮아진다. 지하수가 고갈된다, 지반이 침하된다, 바닷가 근처 지하수에 염분 농도가 올라간다, 하천이 건천화 된다"고 해도 큰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하늘에서 내린 소중한 수자원을 신속하게 하천으로 빼낼, 즉 버릴 방법만 찾는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불투수층, 즉 포장면적이 증가해서, 유출계수가 커져 홍수유출량이 증가했다"라는 말을 하며 홍수에 대한 대책만 생각한다.

개발사업을 할때 침투통, 침투측구, 침투도랑과 같은 시설을 설치하자고 하면 "홍수유출량 저감 효과가 적다", "막혀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침투시설 설치를 통한 건전한 물순환 회복이나 지하수 충진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인들의 임무는 빗물의 신속한 배제이기 때문에 수자원 확보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침투시설 설치의 취지를 설명해주면 대부분의 경우 생각을 바꿔 개발사업에 반영한다.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댐이나 저수지 개발, 대체 수자원 확보 등도 중요하지만, 침투시설과 같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시설부터 설치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홍수에 대한 대책만 생각하지 말고, 가뭄에 대한 대책도 함께 고려했으면 한다. 홍수와 가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소중한 빗물을 버리면서

가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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