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우리나라의 사고조사와 사고 수사의 처벌 중심가도 대응 방법으로 인한 문제 제기
- 처벌중심사고 대응 사례와 반복되고 있는 안전사고
- 선제적인 예방적인 시스템 구축과 사고 조사 & 수사 변화의 필요성 및 지향점
현재 우리나라 사고조사와 사고 수사의 문제
현재 사회적 감정이 안전에 집중됨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은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서 가장 ‘간편한’ 방법인 엄벌주의에 입각한 희생양 찾기로 책임자에게 강한 처벌과 책임을 묻고 있다. 과연 사고조사가 아닌 사고 수사를 통한 처벌 중심 사고 대응 방법이 실효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국내 제조업에서 근무 중인 한 안전관리 매니저는 "최근 우리나라의 사고 수사의 트렌드를 읽어보아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는 안전에 대한 대대적인 이슈몰이를 통해 본보기로 어느 기업만 처벌한다면 다른 기업도 조심할 것이라는 가정이 들어가 있기에 점점 더 극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라고 말하였다.
산업재해나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의 경위와 원인을 파악한다. 그 방법에는 사고조사와 사고 수사가 있다. 사고조사는 ‘물리적 안전’을 목적으로 하여 사고 및 인적 피해의 발생 원인을 구조적으로 명확히 하고, 조사 결과로부터 사고의 재발 방지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사고수사단 ‘물리적 안전’에 더해 ‘사회의 안전(치안)’, 즉 피해를 초래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결말 짓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응보 목적의 목적으로써 궁극적으론 예방효과를 통한 재발 방지에 그 목적이 있다.
사고 조사와 사고 수사는 목적의 관념에서 엄연히 차이가 존재하지만 ‘물리적 안전’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공통되며 그 방법은 다르더라도 모두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사고 수사에서 엄중한 처벌이 두려워 사고관계자가 사고의 인과관계 파악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위증을 하는 등 사고 수사가 사고조사를 저해시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고 수사를 통한 처벌이 이뤄졌음에도 반복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처벌 중심 사고 대응 방법 사례
지난 2022년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현장과 이후의 처벌 상황을 따라가며, 우리가 안전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현대산업개발(이하 HDC)이 시공을 맡은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39층 건물의 23층에서 38층까지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실종자 6명이 발생하였고, 결국 1명만 발견이 되었다. 정몽규 HDC 회장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게 된다.
노동부와 경찰은 광주 사고와 관련하여 HDC와 하청업체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는지에 대해 수사를 착수하였고,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HDC 현장사무소 관리부장과 안전부장, 철근-콘크리트 분야 하도급 협력업체 현장사무소장과 감리 등 총 10명을 입건하였다.
또한 콘크리트 납품 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되었다. 이와 별도로 노동부 광주고용노동청은 HDC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와 콘크리트 업체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였다.
이러한 수사 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불량 콘크리트 사용과 양생 문제 등의 부실시공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원청의 책임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원청인 HDC는 지난 6월 광주 지역에서 17명의 사망자를 낸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의 원청사라는 점에서 더 많은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HDC의 건설산업기본법에 의거, ‘등록말소’의 강한 페널티를 주장하였지만, 실제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현행법상으로는 약한 처벌이 예상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강한 처벌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안전사고가 예방될지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제정되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의 총량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 관심의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법은 그 기대된 역할인 ‘사고의 예방’이 아닌 ‘처벌 쇼(sow)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하여 처벌을 진행하는 것은 안전 이슈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처벌 중심의 사고 대응 방법이 실효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안전사고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타 사례 및 실효성에 대한 문제
여수의 석유화학 시설에서 일어난 여수 국가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현장소장 그리고 하청업체 유한기술 현장소장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4단독 판결을 통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하 타 책임자도 금고형과 벌금형 등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되었다.
지난 2018년 12월 컨베이어벨트 외함 점검구 안쪽에서 컨베이어 멜트 점검을 하다 벨트에 협착되어 인명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사망사고에서 하도급 노동자 김용균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원청의 한국서부발전과 하도급 한국발전 기술의 대표이사 등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징역이 구형되었다.
2018년 6월 30일 크레인 버킷 협착 사망사고, 2019년 6월 수소가스 폭발 사망사고, 2019년 12월 제철소 폭발사고, 2020년 7월 13일 추락 사망사고, 2020년 11월 산소 배관 폭발사고 등 반복적인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책임자들의 처벌도 이와 유사하게 진행되었다.
이처럼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왜 지속해서 안전사고가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어 발생하는 것일까?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실효성이 충분하다면, 그들에 대한 처벌만으로 안전사고의 발생 수는 유의미하게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처벌 수위가 약하여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벌이 아닌 예방에 중점을 둔다면 책임자 처벌과 더불어 사고의 원인 규명과 사고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고조사에 초점을 더욱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 사고 조사와 향후 과제
현재 안전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사고 수사, 사고조사의 문제점으로는 이러한 ‘희생양 찾기’ ‘독립성과 전문성 부족’ ‘전문 사고 조시가 관의 부재’ 등에 주목하고 있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사고조사 기관이 개별적인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고, 사고조사에 있어 구체적인 사고조사 방법론과 같은 체계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 전문성이 부족하여 위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은 한국의 사고조사 시스템의 취약점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을 거쳐 대기업 제조업에 재직 중인 한 안전관리자는 “단순히 극 처벌 위주의 사고 수사는 더 깊은 안전관리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취지는 처벌이라는 부정적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경각심을 갖고 안전관리를 해라는 의미가 되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처벌만 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문제의식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안전사고에 대해서 "관리자 처지에서는 수사가 두렵다면 더욱더 조사를 명백히 밝히고 요구하고 개선하고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열어 놓고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안전 관리자는 예방적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핵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휴먼에러나 또는 작업환경 등의 요인에서 사고든 질병이든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기업을 설득하고, 또한 그렇게 조성된 환경을 근로자들이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안전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라며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안전전문가들과 현업의 안전 관리자들이 현재의 사고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이고 올바른 사고조사 방식을 안전사고조사가 진행되어야 함을 얘기하고 있는 만큼, 처벌 중심의 사고 대응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 이 기사는 닷뉴스 대학생 기자단 2기인 ▲이성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윤민혜(인천대학교/안전공학과), ▲고성준(인천대학교/안전공학과), ▲김동현(고려대학교/보건환경융합과학부), ▲백승빈(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님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