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뺌
안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귀찮은 사람이 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싶지만 늘 실패한다.
한두번 대화가 깊어지면 어느새 상대가 훅 치고 들어온다. 나는 이런 관계가 부담스러워 한발 뺀다. 상대는 자신의 호의가 무시당했다며 삐친다. 나는 상심한 상대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른다.
2. 고슴도치 딜레마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말이 있다. 쇼펜하우어가 처음 한 말이다. 고슴도치 몇 마리가 추운 날씨에 서로의 체온으로 버티려고 모여든다. 가까이 모일수록 서로의 바늘에 찔려 아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다 찔리지도 않고 추위도 피하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낸다. 실제로 고슴도치들을 관찰해보면, 그들은 주로 가시가 없는 머리쪽을 서로 맞대어 뭉친다고 한다. 현명한 방법이다.
3. 홀로서기
누군가 가까이 다가올 때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픔이 많은 사람이다. 남들이 던지는 대수롭지 않은 멘트 하나하나가, 내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상대가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다.
누구든 남에게 너무 안기려는 사람은 정서적 공허함이 많은 사람이다. 스스로 홀로서지 못하고 늘 남에게 의지하려 한다. 둘이 만나 서는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려고 해야 한다.
4. MBTI
요즘 젊은 세대들은 MBTI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상대 이름이나 나이보다 MBTI 결과를 더 알고싶어 한다.
다 이유가 있다. 밀고 당기는 인간관계 자체를 너무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는 형제가 많지도 않고, 대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조차 별로 안한다. 문자나 카톡으로 수다떠는 방식을 선호한다.
대면의 기회가 적어질수록 인간관계는 더 미묘해진다. 직접 커피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면, 짧은 시간동안 의사소통도 확실하다. 문자로 주고받으면 괜한 신경전만 늘어난다.
"저, 김대리...
아까 단톡방에서 업무지시할 때, <네>라고 썼쟎아?
뭐 서운한 일이라도 있어?
평소에는 <넵>하던 사람이 갑자기 <네>하니까..."
5. 예의
고슴도치처럼 사람도 무수한 시간동안 적당한 거리의 규칙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예의"다.
아무리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이라도, 그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 찾아가 조문을 한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사이라도, 오가는 생일선물 속에 우정이 다시 싹튼다.
거꾸로 밤 12시반에 회사동료에게 "김대리, 지금 자?" 이런 짓은 예의가 아니다. 서로 예의를 잘 지키기만 해도,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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