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2월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청룡천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세종안성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는 전도방지 시설물 임의 해체, 안전인증 기준 위반, 관리·감독 부실 등 총체적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동일한 조건에서도 전도방지시설이 해체되지 않았다면 거더 전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크류잭 72개 임의 해체, 와이어까지 제거
사조위는 붕괴의 직접적 원인으로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 해체를 지목했다. 원래 거더 안정화는 가로보 타설·양생 후 가능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작업 편의만을 위해 스크류잭 120개 중 72개와 전도방지 와이어를 임의 제거했다.
특히 해당 교량은 양방향 면진받침 위에 거더를 직접 거치한 상태였는데, 이 경우 가로보가 완전히 타설되기 전 임시 받침을 제거하면 전도 위험이 극도로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사는 이를 해체했고,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사조위는 3D 모델링 구조 해석 결과를 공개하며 “같은 조건에서도 스크류잭이 유지됐다면 전도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안전인증 위반한 런처 ‘후방 이동’
두 번째 원인은 런처(거더 설치 장비)의 안전인증 위반 사용이었다. 해당 장비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방 이동 작업만 안전 인증을 받았으나, 사고 당시에는 불안정한 거더를 지지한 채 후방 이동에 사용됐다.
이는 법령 위반일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극히 위험한 방식이었다. 전방 이동과 달리 후방 이동은 교각이 아닌 거더 자체를 지지해야 하므로 전도에 취약하다.
시공·발주 모두 ‘관리 실패’
관리·감독 부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한국도로공사 매뉴얼에 따라 런처 등 임시 구조물을 상시 검측해야 했지만, CCTV 영상에 찍힌 스크류잭 해체 장면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사조위는 “영상만 확인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또한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과정도 허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외부 기술사의 검토를 받아야 했으나, 하도급사 소속 기술사가 자체 확인만 한 뒤 제출했다. 발주청인 한국도로공사도 이를 승인했다.
승인 없는 임의 시공·인력 관리 부실
현장 시공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당초 계획에는 전도방지 받침목·목재쐐기가 있었으나, 이를 스크류잭으로 대체하고 좌우 대칭이 아닌 목재받침을 임의 시공했다. 감독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또 시공계획서에 명시된 런처 운전자와 실제 운전자가 서로 달랐으며, 사고 당일 운전자는 작업 도중 다른 크레인 조정을 위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제도 개선·처벌 병행
사조위는 이번 결과를 국토부에 제출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국토부는 ▲전도방지시설 해체는 반드시 건설사업관리기술인 승인 후 가능하도록 교량공사 표준시방서 개정 ▲런처 등 건설장비 사용 시 안전인증 범위 준수 ▲발주청 기술자문위원회에 건설장비 전문가 참여 의무화 등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직권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이번 사고를 포함해 3건의 사고로 총 6명의 사망자를 냈다.
경찰은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시공사·발주청·하도급 관계자 9명을 입건했으며, 사조위 조사결과를 반영해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총체적 인재…근본적 안전문화 정착 필요”
오홍섭 건설사고조사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하여 8월 중 국토교통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의 조속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실수 수준이 아니라, 제도·관리·문화가 동시에 무너진 총체적 인재”라며 “건설 현장 안전문화 정착 없이는 제2, 제3의 안성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 인력 등록의무 강화…산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 [베테랑 건설안전전문가의 시선] 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무엇이 문제였을까?
- 고용노동부,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후속 조치…전국 349개 교량 공사장 긴급 점검 착수
-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 중 교량 붕괴…4명 사망, 고용노동부 긴급 대응
- [속보] 천안 고속도로 공사 중 교량 붕괴…2명 사망, 5명 부상
- 중대재해 기업 ‘원스트라이크 아웃’… 정부, 전방위 안전보건 대책 본격 가동
- 울산 남구 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망 3명·사망 추정 2명·실종 2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