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어려워지는 안전관리
안전관리의 고정관념
안전관리의 주체
지과장은 자기차량을 운전하며 출근하다 급정거를 하는 앞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채 그대로 들이 박고 말았습니다. 아침 출근길이다보니 운이 없게도 한 차량만을 박았음에도 피해차량의 앞차량까지 접촉되어 삼중 접촉사고가 되어버렸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는데, 사고를 낸 당사자와 가족들 모두에게 큰 재산적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피해 차량 운전자들에게도 신체적, 재산적 피해를 입히게 되고 말았습니다. 지과장은 어쩌다가 이렇듯 아침 출근길에 접촉사고를 내게 되었을까요? 생활속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안전관리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얘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기술적 원인
먼저 60km 제한 도로 내리막 길에서 경사로 인해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을 미처 인지를 못하였고, 또한 본인 차량의 브레이크 제동거리를 감안하여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전거리를 미확보한 채 주행을 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타이어상태 역시 마모상태가 심해서 제대로 정차하지 못했던 이유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번 기회에 브레이크 패드상태도 이상이 없었는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교육적 원인
또다른 이유로는 내리막길인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접촉사고가 일어나고 있는지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평소 차량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여 타이어의 교체시기, 브레이크 패드의 점검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미연에 관리를 잘 해놓지 못했던 것이 사고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관리적 원인
해당 도로는 교통사고가 잦은 지역으로 과속카메라, 사고가 잦은 지역 등의 경고문이 있어야 하지만 경고표시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사고 원인의 전부일까요?
지과장은 보통 9시 출근하여 6시퇴근을 하는 정상적인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나흘 전 갑자기 부서팀장으로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출근시간 조정을 하니 오전 8시까지 일찍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또한 자기개발을 위하여 퇴근후 2시간동안 공부를 하고, 이후 밤 10시까지 딸아이와 담소를 나눈 후, 11시까지 아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서 그제야 늦은 취침을 합니다. 그런 생활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출근시간 1시간 단축은 규칙적인 일상에 큰 차이를 만들어 버립니다.
사고 당일 날도 늦은 기상으로 인해 자칫 지각을 할 수있다는 마음에 출근준비에 서두르게 됩니다. 평상시 늘 1시간일찍 나와서 여유롭게 출근하던 일상이 이른 출근시간으로 인해 쫒기듯 차를 몰고 출근을 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평상시 양보운전을 항상 몸에 새겨 놓았던 그이지만 "지각"을 면하기 위해 무리한 곡예운전을 계속하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고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 뭘까요?
정말 하비의 사고발생 3E 이론처럼 위의 세가지 원인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늦잠을 자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하시지 않나요?
근본적으로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출근시간을 1시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20분, 30분 조기 출근등으로 조정하였으면 어떠하였을까요?
이것이 단순히 "만약" "IF" 이론이라 생각하시진 않으신가요?
이렇듯 사고의 발생원인은 절대적인 한가지의 원인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안전관리자가 안전을 지켜내기가 힘듭니다.
사고는 개인적 결함, 사회적 환경, 유전적 요인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얽혀 발생되는데, 유독 요즘 우리 사회는 사고를 바라볼때, 단지 "개인적 결함, 환경의 요인" 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열린 국무회의에서 "OECD 산재 사망률 상위권 불명예 벗어야 할때" 라며 강하게 산재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대책방안으로 "필요하다면 산업안전감독 인원을 더 늘리고 건설 현장의 안전감독을 전담할 조직을 구성해 중소규모 건설 현장을 밀착 관리해야한다" 고 하였습니다.
보통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만약 '안전모를 철저히 착용하여야 한다' 가 대책일 경우, 원인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다' 가 되겠죠.
혹은 '법조항을 강화하여야 한다' 가 대책일 경우, 원인은 '법조항이 취약하다' 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업안전감독 인원을 늘리고, 건설현장의 안전감독을 전담할 조직을 구성한다' 가 대책이라면 그 원인은 '산업안전감독 인원의 부족과 건설현장의 안전감독을 전담할 조직이 없다.' 라는 것이 되는데, 현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도 안전·보건관리자들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본사 안전보건조직 등 많은 건설현장의 전담조직들로부터 여러 유형의 점검 아닌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그 점검은 19년도 이후 "예방차원"의 점검보다 "징벌적 차원"의 점검으로 성격이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밑바닥 건설안전이야기 5부- '탈건', '탈안전'을 말하는 안전관리자들」 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안전관리업무에 소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수많은 안전관리자들 중에 한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안전관련 정책 등을 만들거나 사업을 추진 할 때, 현장의 상황등을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펴봐 주시고, 산업재해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만 더 넓게 봐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안전관리에 소홀해서, 현장안전관리가 부실해서 난 사고가 아니라, 그렇게 밖에 일할수 없는 열악한 근무 상황과 사회적 원인이나 인적 원인, 정책적인 원인등의 숨어 있는 근본원인들을 찾아서 하나씩 해소함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침에 늦잠을 잘 경우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하여 급하게 운전하다 사고나는 것이, 늦잠을 잔 직장인만의 잘못이 아니고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출근 시간을 앞당겨서 생활패턴이 무너져 늦잠을 자게 된 것처럼, 과연 산업재해의 원인이 정말 현장안전관리나 현장근로자들의 문제에만 있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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