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사이렌/출처-고용노동부
ⓒ중대재해사이렌/출처-고용노동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경기 화성시의 한 폐기물 재활용 사업장에서 이날 오전 7시 30분경(노동부 ‘중대재해 사이렌’ 기준) 스리랑카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파쇄기 청소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

 

A씨는 동료 작업자 2명과 함께 파쇄기 내부에 걸린 이물질을 제거하던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며 사고를 당했다. 동료 중 한 명이 실수로 기계를 재가동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으며,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제조업에 집중된 끼임 사고… 반복되는 죽음의 경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최근 10년간 끼임 사고사망자 통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최근 10년간 끼임 사고사망자 통계」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0~2019년) 끼임 사고로 인한 사망자 1,182명 중 무려 63.7%인 753명이 제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남, 울산, 대구 등 제조업 밀집 지역에서는 전체 끼임 사망자의 70% 이상이 제조업 종사자였으며, 이는 국내 산업구조와 기계 중심의 작업환경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치는 끼임 사고가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양상을 분명히 보여주며, 방호장치 미설치나 LOTO 절차 미이행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예방 가능한 재해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경고한다.

 

 

파쇄기 사고, 멈추지 않는 끼임의 공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파쇄기의 방호조치에 관한 기술지침」, KOSHA GUIDE M-126-2013.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파쇄기의 방호조치에 관한 기술지침」, KOSHA GUIDE M-126-2013.

이처럼 끼임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제조업 현장에서 대표적인 고위험 기계로 꼽히는 것이 바로 파쇄기다. 건설폐기물이나 원석 등을 분쇄하는 데 사용되는 이 장비는 투입구, 회전 칼날, 플라이휠, 동력전달장치 등 여러 회전체로 구성돼 있어, 작업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

 

특히 기계가 완전히 정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입구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회전체에 신체가 끼이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회전축에 의복이나 장갑이 감기는 사고 역시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방호덮개, 인터록, 전원 차단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관리되지 않았을 때 더욱 치명적으로 이어진다.

 

 

진동과 추락을 막는 첫 방어선, 파쇄기 구조적 방호조치

파쇄기의 구조적 안전성 확보는 작업 현장에서의 끼임·낙상·충돌 등 복합적인 재해를 예방하는 1차 방호 조치로 매우 중요하다. 특히 파쇄기 상부에서 작업자가 이물질을 확인하거나 조치하기 위해 발판을 오르내리는 과정은 상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이에 대한 구조적 대비가 필수적이다.

 

작업발판은 파쇄기 본체와 동일한 구조물에 고정할 경우, 기계 작동 시 발생하는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어 작업자의 균형을 무너뜨리거나 장비에서 이탈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H형강을 이용하여 파쇄기 본체와 독립된 구조로 발판 기둥을 설치해야 하며, 이러한 분리형 구조는 진동 차단뿐 아니라 긴급 상황 시 탈출 경로의 안전성도 높여준다.


또한 작업자가 주로 이용하는 상부 발판과 승강계단에는 반드시 “작업장의 통로 및 계단 설치에 관한 기술지침”에 부합하는 규격의 안전난간대를 설치해야 하며, 상부 작업공간에서의 추락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원석이 차량에서 하차되거나 투입되는 과정에서 돌파편이나 낙하물이 작업자에게 직접 튀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므로, 운전실 전면 및 작업발판 전면에는 방책형 가드를 별도로 설치하여 비산 위험을 적극적으로 방호해야 한다. 이때 난간 지주나 상부 난간대 역시 고강도 H형강 자재로 제작함으로써 외부 충격이나 반복적 사용에 의한 구조물 변형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구조적 방호 조치는 단순히 시야를 가리거나 물리적 장벽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근로자가 의도치 않게 위험 구역에 진입하거나, 균형을 잃고 추락하거나, 비산물에 부딪히는 등 다양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하며, 기계적 안전성과 작업자 행동의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작업자 개입 없는 안전, 파쇄기의 자동 방호장치

파쇄기에는 원석의 과다 투입이나 투입 오류를 방지하는 자동화 조치가 필수적이다. 규격 외의 원석이 투입되지 않도록 호퍼 하단에는 격자판을 설치해 선별 기능을 갖추거나, 발파·운반 단계에서부터 규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진동 피더에는 속도조절모터를 부착해 공급 속도를 제어하고, 파쇄된 자재가 컨베이어로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연동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공급을 중단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적 방호조치는 작업자의 개입 없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자동안전장치로 작동한다.

 

 

한 명의 열쇠, 한 명의 생명… 끼임 사고 막는 LOTO 시스템

ⓒ고용노동부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LOTO(잠금장치, 표지판) 작업절차 바로알기 홍보자료.
ⓒ고용노동부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LOTO(잠금장치, 표지판) 작업절차 바로알기 홍보자료.

기계설비로 인한 끼임 사고는 대부분 정비·청소·수리 등 비정형 작업 중 발생하며, 이는 작업자가 설비 내부에 접근한 상태에서 예기치 않게 기계가 작동될 때 발생한다. 이러한 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LOTO(Lock-Out, Tag-Out) 절차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행한 「LOTO에 관한 지침(KOSHA GUIDE Z-40-2022)」에 따르면, 설비 점검이나 수리 시 반드시 에너지원(전기, 유압, 기계력 등)을 차단하고, 해당 차단장치에 잠금장치와 작업자 식별표시가 포함된 꼬리표를 부착해야 한다. 이는 다른 작업자가 기계가 꺼졌다고 착각하고 재가동하는 상황을 방지하고, 작업자 간 의사소통 오류로 인한 중대사고를 예방하는 핵심 절차다.


LOTO는 단지 장비를 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작업자가 각자의 열쇠로 잠금을 설치하고 작업 완료 후에도 작업자 본인이 해제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작업 교대 시에는 잠금장치와 꼬리표도 함께 교체해야 하며, 열쇠를 제3자에게 인계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절차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에서도 법적 의무로 명시되어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 참고자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22). LOTO에 관한 지침 (KOSHA GUIDE Z-40-2022).
고용노동부. (2024.04). 2024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3). 파쇄기의 방호조치에 관한 기술지침 (KOSHA GUIDE M-126-2013).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