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2022년 8월 서울 강남 폭우 때 하수관 내부 수압을 견디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렸다. 이때 뚜껑이 열린 맨홀로 보행자가 빠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 사고 이후로 유사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맨홀 내부에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즉, 뚜껑이 열리더라도 보행자가 맨홀 내부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의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과연, 추락 방지를 위한 '맨홀 추락방지시설'들이 보행자 관점에서 모두 안전한 제품일까? 실제 현장에 설치되고 있는 추락방지 시설을 보며, 보행자관점에서 의견을 정리해 봤다.
사진 A와 B의 추락방지 시설은 철재물의 간격이 좁아 맨홀 뚜껑이 열렸을 때 보행자가 발을 디뎌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에 사진 C는 철재물의 간격이 넓어 보행자가 발을 디뎠을 때 자칫 철재물 사이로 발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보행자가 맨홀 내부로 완전히 빠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철재물 사이로 발이 빠지면 몸이 갑자기 아래로 '훅' 떨어지며 다칠 수 있다. 특히, 발이 작은 어린 아이나 여성의 경우에 자칫 철재물 사이에 다리가 끼면서 골절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봤을 때는 웬만한 성인도 한쪽 다리가 빠질 수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 여러 건의 설계도서 검토 과정중에 사진 C의 제품이 반영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제품의 선정 이유는 맨홀 뚜껑과 추락방지시설이 일체화된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보행자안전을 위해 비용을 들여서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일텐데, 시공자 관점이 아니라 보행자 관점에서 좀 더 안전한 제품을 선정해서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필자는 검토과정에서 "사진 C의 제품은 추락방지기능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행자 안전 측면에서 봤을때는 미흡한 부분이 있으니, 철재물 간격이 촘촘한 제품으로 변경하고, 추락방지시설은 맨홀뚜껑과 분리된 별개의 제품을 사용하시라”고 의견을 전했다.
필자가 추락방지 시설을 맨홀뚜껑과 분리된 별도의 제품을 사용하라고 한 이유는 좀 더 안전성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맨홀뚜껑과 추락방지시설이 일체화된 제품은 시공 측면에서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하수관 내부의 수압이 아주 높은 곳에서 맨홀 뚜껑이 열릴 때 추락방지시설까지 함께 이탈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잠금장치가 있는 맨홀 뚜껑까지 이탈된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추락방시설은 맨홀 뚜껑과 분리된 제품이 더 안전에 유리할 수 있다. 시공 측면에서는 추락방지시설을 구조물 벽체에 고정해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하지만, 하수관 내부 수압에 의해 맨홀뚜껑이 이탈되더라도 추락방지시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엔지니어는 시공자의 입장과 사용자의 입장 모두를 고려해서 가장 적합하고 안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려하고 설계하고 시공해야 한다. 올해 또다시 폭우로 인한 보행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적 안전성이나 보행자 보호 등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추락방지 시설이 설치됐는지 한번 더 살펴봐야 할 때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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