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작업장 내 화학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단 한 번의 누출이나 폭발로도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이다. 특히 공정 안전 관리가 미비하거나 비상 대응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평범한 하루가 재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작업장은 단순한 보호 장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정교한 정보 전달 체계와 체계적인 노출 관리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매일 작업 중 근로자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되며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위험은 공학적 또는 관리적 제어, 개인 보호 장비(PPE), 그리고 유해성 전달 프로그램(HazCom)을 통한 정보 제공 및 교육 등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 노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화학물질의 경우, ‘제어 구획(control banding)’ 방법이 근로자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는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 체임버스버그에 있는 한 비누 및 세제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건을 조사했다. 이 사고로 12명의 근로자가 병원 치료를 받았고, OSHA는 지난 1월 14일 해당 업체에 대해 161,310달러(약 2억 1,1918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근로자들이 화학물질을 처리하던 중 화학 반응이 발생해 이산화질소가 누출됐다. OSHA에 따르면 회사는 누출의 영향을 즉시 평가하지 않았고, 예방 조치로서 근로자들을 신속히 대피시키지도 않았다. 조사 결과, 근로자들은 규정된 최고 노출 한계를 초과하는 이산화질소에 노출됐으며, 이로 인해 12명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 중 2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OSHA 조사관은 해당 업체가 비상대응계획을 전혀 갖추지 않았으며, 호흡 보호 및 HazCom(Hazard Communication, 위험 소통) 프로그램이 연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OSHA는 다음과 같은 비상대응계획 항목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 사전 비상 계획 및 외부 기관과의 협조
▶ 근로자의 역할, 권한 체계, 교육 및 소통
▶ 비상 상황 인식 및 예방
▶ 안전거리 및 대피소 구축
▶ 작업장 통제 및 보안
▶ 대피 경로 및 절차
▶ 오염 제거 절차
▶ 응급 치료 및 응급처치
▶ 비상 알림 및 대응 절차
▶ 대응 후 평가 및 피드백
▶ 개인보호구 PPE 착용
Hazard Communication, HazCom 프로그램
미국 OSHA의 HazCom 규정은 일반 산업 분야에서 가장 자주 법정에 소환되는 기준이다.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2,888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HazCom 규정을 준수하는 프로그램은 근로자에게 작업장 내 화학물질 위험에 대한 정보 및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 정보는 용기 라벨과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통해 전달된다. 정규직 근로자뿐 아니라 계약직 및 일용직 근로자에게도 해당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프로그램 전체는 서면으로 문서화되어야 하며, OSHA는 누락된 요소나 서면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 위반으로 간주한다. HazCom 관련OSHA 점검은 서면 프로그램 검토부터 시작된다. OSHA 조사관은 작업장 내 모든 유해물질 목록이 포함되어 있는지, 비정기 작업 시 근로자에게 위험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등의 방법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또한 일용직 또는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교육 여부도 조사한다. 조사관은 근로자와 감독자 모두를 인터뷰하여 프로그램 준수 여부를 확인하며, 근로자들이 MSDS를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
화학물질 라벨링 측면에서 조사관은 라벨링 시스템의 설명, 작업장 용기 및 운송용 용기에 대한 라벨링 방법, 라벨링 관리 책임자 지정, 라벨 검토 및 업데이트 절차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제조업체, 수입업체, 유통업체는 판매 화학물질의 위험 분류 및 라벨링 책임이 있다. OSHA는 작업장 내 모든 유해물질 용기에 라벨이 부착되어 있는지, 라벨이 읽기 쉽고 눈에 잘 띄는지 확인한다. 라벨은 용기에 직접 부착되어야 하나, 소형이거나 특이한 형태의 용기의 경우 접는 형식이나 태그도 허용된다. 또한 라벨상의 제품 식별자가 서면 HazCom 프로그램의 화학물질 목록과 일치하는지도 점검한다. 내부 라벨링 시스템의 효과성은 근로자 인터뷰를 통해 평가되며, 근로자들이 자신이 노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조사관은 시설 내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MSDS가 확보되어 있는지도 확인한다. 제조업체, 수입업체, 유통업체는 화학물질의 첫 출하 시 MSDS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MSDS를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관련 교육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OSHA 조사관은 근로자가 노출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라벨을 해석할 수 있는지, SDS를 찾고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 위험물질에 노출됐을 때 취해야 할 조치를 알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미국 NIOSH의 화학물질 유해성 포켓 가이드(NIOSH Pocket Guide to Chemical Hazard, NPG)는 규정 준수를 위한 유용한 자료이며, 인쇄물, PDF, 온라인, 모바일 앱 형태로 이용 가능하다. OSHA는 화학물질에 대해 규제 노출 허용치(Permissible Exposure Limits, PELs)를 설정하고 있으며, NIOSH는 권고 노출 한계(Recommended Exposure Limits, RELs)를 제시한다. 그러나 정해진 노출 기준이 없는 화학물질의 경우, 제어 구획 방법이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인체 유해성 연구나 독성학적 연구는 특정 물질에 적절한 위험 구획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NIOSH의 구획법은 3단계로 나뉜다.
▶ 1단계: 최소한의 정보와 훈련만으로 주요 유해 영향을 요약
▶ 2단계: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독성 정보를 추출하여 알고리즘에 입력
▶ 3단계: 실험 데이터를 전문가가 정성적으로 평가
화학 공정의 위험성
펜실베이니아의 비누 및 세제 제조업체처럼 화학 공정을 수행하는 시설은 고유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학 공정 시설은 공정안전관리(PSM) 기준을 따라야 한다. PSM 기준의 적용 여부는 누출 가능성보다 위험 화학물질의 보유량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의 화학 반응 및 누출 사고는 독립 기관인 미국 화학안전조사위원회(CSB)가 조사한다. CSB는 규제 위반에 대한 벌금 부과 권한은 없지만, 기업, 산업단체, 노동조합, 규제 기관 등에 안전 권고안을 제공한다.
CSB는 최근 ‘공정 장비의 원격 차단(Remote Isolation)’에 대한 연구에서 화학 시설의 원격 차단 장치 사용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위험물질의 누출을 빠르게 차단해 근로자 사망이나 중상을 방지하고, 시설 피해와 지역사회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CSB의 조사 결과는 공정 장비의 구조적 건전성 유지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한 페인트 및 고분자 제조업체는 공정 용기에 새로 설치한 20인치 맨홀의 구조적 무결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인화성 증기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로 인해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입원했다. OSHA는 이 업체에 대해 PSM 기준 위반을 포함한 고의적 2건과 중대한 위반 33건을 적발했고, 교육 부족 및 PPE 미제공도 확인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2019년 6월 필라델피아 정유소에서 발생한 화재 및 폭발 사고에서도 장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 부식된 관 이음부가 파열되며 약 5,000파운드(약 2.2톤)의 고독성 불산이 누출되었고, 38,000파운드(약 17톤)의 압력 용기 조각이 강 건너편까지 날아갔다.
조사 결과, 정유소는 업계 관행 변화 이후 장비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불산 설비에 원격 차단 밸브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OSHA는 이 정유소에 대해 PSM 기준 위반으로 132,600달러(약 1억 8,015만 원)의 벌금을 제안했다. 위반 사항은 운영 절차의 서면화 미비, 위험성 분석 부족, 장비 점검 부실 등이다.
OSHA의 PSM 기준은 다음을 요구한다.
▶ 공정 위험 분석 수행
▶ 공정 안전 정보 수집
▶ 서면 운영 절차 수립 및 실행
▶ 변경관리(MOC) 절차 구축
▶ 장비의 구조적 무결성 유지
▶ 신규 또는 변경된 설비의 가동 전 안전 점검
▶ 계약 근로자에게 화재, 폭발, 유독물질 노출 위험 정보 제공
▶ 공정 장비 주변 또는 내부에서의 화기 작업에 대한 허가 발급
화학물질 취급 및 보관이 일상이 된 산업 현장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HazCom 프로그램과 공정안전관리(PSM)는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사고의 이면에는 늘 관리 부실과 대비 부족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예방 중심의 교육, 문서화된 절차, 그리고 책임 있는 장비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 곧 보이는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EHS Daily Advisor의 기사 'Back to Basics: Handling the Range of Workplace Chemical Hazards'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