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준비를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근로자 안전에 그대로 적용된다. 보이지 않는 밀폐공간의 위험이 준비 부족으로 인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고용주가 미리 안전을 준비하고 계획할수록, 향후 사고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원칙은 밀폐공간 작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밀폐공간은 근로자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환기가 불충분한 장소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8조 제1호에서 ‘산소 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로 정의하고 있다. 즉,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유해가스가 쉽게 축적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환경은 질식, 독성 가스, 낙하물, 침수와 같은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준비 부족과 안전 절차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준비 부족이 초래한 비극
지난 2023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한 근로자가 물탱크 내부에서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이 근로자는 수리 작업 중이었지만 고용주는 작업 개시 전 작업 환경을 점검하지 않았고 보호 시스템도 마련하지 않았다. 미국 OSHA는 해당 업체에 16건의 심각한 위반 사항을 지적하며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스티브 커비 OSHA 오클라호마시티 국장은 “이번 비극은 안전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상기시킨다”며 “OSHA는 고위험 작업 환경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매년 최소 100명의 근로자가 밀폐공간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물탱크, 도랑, 터널, 크롤 스페이스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철저한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
밀폐공간의 위험 요소
밀폐공간은 구조적 특징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다양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OSHA는 밀폐공간을 출입구가 제한적이며 지속적인 점유를 위해 설계되지 않은 장소, 유독 가스와 산소 결핍 등 대기 환경 위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공간, 자재의 붕괴나 침수로 인해 작업자가 고립될 위험이 있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작업 환경의 위험은 크게 물리적 위험과 대기 환경 위험으로 나뉜다. 물리적 위험으로는 ▲ 장비 및 자재의 낙하, ▲곡물, 흙 등 자재의 붕괴, ▲ 침수 및 익사, ▲ 비좁고 불편한 작업 환경이 있고, 대기 환경 위험으로는 ▲ 산소 결핍(질식), ▲ 인화성 및 독성 가스(황화수소 등)이 있다. 특히, 대기 환경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아 사전에 가스 감지기를 통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안전 프로그램 마련: 5가지 핵심 고려사항
안전한 밀폐공간 작업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안전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다음은 프로그램 설계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5가지 요소다.
밀폐공간 위치 파악
모든 밀폐공간의 위치를 파악하고 기록해야 한다. 작업자가 자신이 밀폐공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작업에 나서게 된다.
작업자의 고립 위험 인식
밀폐공간은 협소한 구조로 인해 외부와의 소통이 어렵다. 주변에 동료가 있더라도 물리적 장벽으로 인해 사실상 ‘고립된 근로자’로 간주된다. 따라서 무전기, 양방향 통신 장비와 같은 안전 장치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출입 경로 사전 계획
밀폐공간 작업의 안전은 진입 및 탈출 경로를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비상 상황에서는 1초의 지연이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하나 이상의 비상 출입구를 마련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교육해야 한다.
극단적 온도 대비
밀폐공간은 온도 변화가 급격할 수 있어 작업 중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고온 및 저온 환경에 알맞은 대비책이 필요하다. 고온 환경에서는 통풍 장치, 냉각 팩, 수분 공급 장치 등을 제공해야 하고, 저온 환경에서는 방한복, 난방 기기, 온열 패드 등을 준비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지속적 점검 및 개선
밀폐공간의 위험은 작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기적인 위험성 평가와 교육을 통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밀폐공간 안전을 위한 기술적 해법
기술의 발전은 밀폐공간 안전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AI, IoT(사물인터넷), 스마트 개인 보호 장비 등을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산소 농도, 독성 가스, 온도 등을 측정해 위험 상황 시 즉각 경고하고, 근로자 위치와 생체 신호(심박수, 체온 등)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디지털 허가 시스템(permit-to-work)은 밀폐공간 출입 허가 절차를 디지털화해 관리하고, 모바일 앱과 연동해 현장에서 간편하게 허가 발급 및 점검이 가능하다.
스마트 통신 장비는 소음이 심한 작업 현장에서도 사용 가능한 양방향 통신 기기를 도입하고, 비상 버튼을 장착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긴급 상황 시 즉시 구조 요청이 가능하다.
AI 기반의 안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거 사고 기록과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패턴을 예측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경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처럼 밀폐공간 작업의 안전은 사전 예방 없이는 보장될 수 없다. 한 순간의 방심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절대적인 원칙이다. 안전 프로그램의 구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작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교육과 절차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최신 기술을 통해 위험 신호를 사전에 포착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 시스템을 강화할 때 비로소 근로자들은 안심하고 작업에 임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EHS Today의 기사 'What Employers Must Know About the Dangers of Working in Confined Spaces'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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