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2018년 12월 4일 오후 8시경,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지름 850㎜의 열배관에서 터져 나온 80~110℃의 뜨거운 물은 지진이 난 것처럼 도로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고, 무너진 도로 사이로 지나가던 승용차가 추락했다.

 

사고 직후, 깨진 유리창 사이로 고온 고압의 물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차량에 타고 있던 송모(69) 씨가 화상으로 숨졌고, 지나가던 행인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21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온수 누출로 인해 인근 지역 아파트 4개 단지 2,861가구와 C빌딩 등 17개 상가 건물의 난방이 중단되었으며, 인근 주민 55명의 인명 피해와 74건의 재산 피해가 접수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설립된 이래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초유의 사고였다.

 

ⓒ당시 배관파열로 씽크홀에 추락한 차량의 모습

2018년 열배관 파열 사고는 1월 노원, 2월 분당 서현역, 3월 성남 이매동, 4월 강남, 5월 대전 등 5번이나 발생했다. 2018년 3월 20일, 성남 이매동 사고에서도 지름 600㎜의 난방 배관이 파손되어 땅을 뚫고 나와 도로가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졌고, 물이 역류해 아파트 2,400여 가구에 난방과 온수가 약 8시간 동안 끊겼다. 서현역과 이매동에서 파손된 난방 배관은 모두 1993년에 시공된 난방 배관이었다.

 

사고 배관은 1991년에 매설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열배관의 사용 수명이 50년임을 감안할 때 잔존 수명은 20년이나 남아있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각 가정으로 온수를 공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중 보온관은 내관은 배관용 탄소강관(SPP, SPPS38 등)을 쓰고, 중간은 폴리우레탄 보온재이며 외관은 HDPE로 제작된다.

 

열배관은 각각 공급관(Supply Pipe)과 회수관(Return Pipe)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공급관은 고압, 회수관은 저압이다. 또한, 열배관은 주배관, 분배관, 사용자 배관으로 분류되며, 그 크기도 각각 다르다. 사고가 난 열배관은 80℃에서 110℃에 이르는 온수 공급관이었다. 물은 100℃ 이상 오를 수가 없지만, 저압력에서는 100℃ 이하에서도 끓고, 고압에서는 100℃ 이상에서 끓는다. 해당 배관의 압력은 1MPa였다. (1MPa의 압력은 대기압의 10배가 되는 압력이다.)

 

ⓒ이해를 돕기위한 열배관의 구조 이미지

 

열배관

 일반적으로 열배관은 깊이 2.5~3m로 매설되는데, 배관을 둘러싼 HDPE 외피가 벗겨지면 보온재로 수분이 스며들어 탄소강관에 부식이 발생한다. 따라서 매설 배관은 부식 방지를 위해 방식 조치를 한다. 배관의 부식 방지 조치는 배관의 재질보다 부식이 빠른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괴를 연결하여 매설하는 희생양극 방식이 대표적이나, 해당 열배관에는 외부 전원(Impressed Current)식 부식 방지 조치를 적용했다. 희생양극 방식은 열배관과 같이 내용연수가 50년 이상인 배관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배관 파열 사고가 발생하면 온수 공급을 중단시키기 위해 중간에 설치된 밸브를 차단한다. 사고 지역의 밸브와 밸브 사이 간격은 1.3km이다. 그러나 당시 사고는 누출 감지가 늦은 탓에 누수 발생 1시간 30여 분이 지난 뒤에야 밸브가 차단되어, 엄청난 양의 온수가 누출된 상태였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되어 열배관에 전기저항을 이용한 간접식 누수 감지장치 등 다양한 종류의 누수 감지장치가 있지만, 사고 배관은 거의 30년 전에 설치된 것으로 누수 감지장치가 미설치된 배관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동절기가 되면서 온수 사용이 많아짐에 따라 열배관 안에서 압력이 높아져 파열이 발생했다고 했지만, 온수 사용량이 증가한다고 배관의 공급 압력이 증가하지는 않으며, 설령 증가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열배관의 안전율을 3배나 높게 두고 설계하기 때문에 압력 증가로 인한 파열은 발생하지 않는다. 열배관 파열은 배관의 잦은 열팽창으로 인한 피로 파괴 가능성, 열응력에 의한 파괴 가능성, 용접 불량 등이 원인이 되나, 대부분의 열배관 파열의 주원인은 부식과 열응력으로 인한 피로 파괴이다.

 

열응력

주배관으로 공급되는 난방수는 100℃ 이상의 온도와 1MPa 내외의 압력을 받는 상태에서 공급관을 거쳐 각 지역별 최종 사용자에게 공급되고, 회수관을 거쳐 회수된다. 이와 같이 지역난방에서의 열수송 배관은 공급관에서 회수관을 거치는 사이, 난방수 온도 변화에 따른 열팽창과 수축으로 인해 응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열배관은 사용 연수가 증가함에 따라 열응력 반복 횟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므로, 열응력에 의한 피로는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공급 및 회수 온도의 변화는 열수송관의 축 방향으로 인장과 압축을 유발하는 열응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 없이 매설할 경우 배관이 파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열배관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관 매설 전에 예열(preheating)하는 선응력 공법을 적용한다. 이 공법을 통해 시공된 배관은 나중에 온수 공급이 시작될 경우 열응력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열팽창을 고려해 철로의 레일을 틈새를 두고 시공하는 것과 같다. 선응력 공법의 종류는 배관 내에 온수를 순환시키는 온수 이용 방법, 강관을 저항체로 하여 전류를 공급하는 전기 이용 방법, 증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보통 지역난방공사에서는 기존 열공급 지역 배관은 온수 이용 방법을, 신규 택지개발지구는 전기 이용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사고원인

 

사고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용접 불량 및 시공 불량이다. 용접부의 응력 제거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시공 시 열배관의 예열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이다. 둘째는 부식 방지 조치의 미흡이다. 탄소강관은 부식이 잘 일어나며, 특히 열응력이 집중되는 용접부에서 부식이 심하다. 열배관에는 부식 방지 조치를 적용하지만, 외부 전원의 공급이 중단되었거나 누설 전류로 인해 방식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배관 부식이 가속화될 수 있다. 셋째는 보온재의 불량이다. 겉피를 싸고 있는 보온재(HDPE)가 손상되면 수분이 보온재 속으로 침투하게 되는데, 이때 배관의 부식이 진행된다. 겉피를 싸고 있는 보온재가 불량이거나, 매설 공사 과정에서 보온재가 손상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조사에 따르면 1997년 이전에 설치된 배관들 중 보온재의 방수 성능이 미흡한 사례가 많았으며, 방수 성능이 미흡한 경우 외부 침투수가 유입된 구간에서 부식이 빠르게 진행된다.

 

열병합 발전소

백석동 곡산역 인근에는 한국중부발전소가 있으며, 이곳에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병합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열병합발전소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버리는 열을 회수해 이를 아파트에 온수를 공급하는 시설로, 일반 발전소의 열효율이 30%인 반면, 열병합발전소의 열효율은 이의 두 배가 넘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다.

 

당시 전국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관리 중인 열수송관은 총 2,164㎞(2열)였으며, 이 중 32%인 686㎞가 20년 이상 된 것이었다. 기간별로 보면 10년 미만은 37%(797㎞), 1015년은 16%(359㎞), 1520년은 15%(322㎞)로 집계되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7년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2,097㎞×2열에 해당하는 열수송관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약 80%에 해당하는 1,667㎞×2열의 연계망을 수도권 전역에 집중하여 설치했다. 당시 열배관 파열 방지를 위해 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수송관 교체 및 유지보수를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832억 원을 집행했으며, 고양지사는 그중 48억 원을 투입했었다.

 

사고원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1991년 최초 배관 공사 과정에서 열배관 조각 부위가 용접 불량 상태로 배관에 접합된 것을 확인했다. 그 상태에서 장기간에 걸친 열응력으로 인해 열배관 조각이 분리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대형 열배관은 110℃ 내외의 뜨거운 온수가 지나가는 만큼, 쇠로 만든 배관은 일정 부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열배관에 미리 온수를 채워 늘린 상태에서 용접을 해야 한다.

 

사각형 덮개는 공사를 마친 후 온수를 빼내기 위한 배출구로, 200미터 내외마다 구멍을 뚫어 온수를 빼내고 다시 용접을 한 곳이다. 지금은 전기 예열 공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지만, 2003년 이전에 시공된 배관은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용접하여 용접용 덮개가 있었다. 사고 당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열배관의 80%가 이러한 방식으로 시공된 것이었다.

 

ⓒ파열된 용접부분 이미지
ⓒ배관 매설 전 예열(preheating)하는 선응력 공법의 종류

사고 발생 후,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998년 이전에 설치되어 20년 이상 사용된 열수송관(686km)에 대해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긴급 점검을 실시했으며, 동종·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43개소를 굴착하고 열배관을 전면 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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